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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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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연구원 내년 예산 대폭 삭감 전망...탈원전 이미 시작?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8.01 07:12

탈원전 기조에 사용후핵연료·4세대 원자로 연구개발비 축소 불가피

▲건설이 중단된 신고리5,6호기 현장 모습. (사진=연합)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연구개발 등 원전 관련 연구개발 예산이 크게 삭감될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원자력연구원 측은 "사용후핵연료 등 예산이 삭감되면 이 분야 연구사업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고 읍소했다. 물론 예산이 확정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 과기부 자체 심의와 기재부 심의 그리고 해당 상임위에 국회 동의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자력연구원 측은 삭감이 확실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탈원전을 에너지분야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현 정부가 원전사업의 뒤를 받치고 있는 원자력연구 예산을 그대로 둘 리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원자력 연구개발 분야에도 이미 탈원전 바람이 불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분야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연구개발이다. 이 연구는 원자력연구원 전체 예산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익명을 요구한 원자력연구원 한 고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내년도 예산수립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로 볼 때 원자력연구원 전체 예산의 20%를 차지하는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식인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과 4세대 원자로인 SFR(소듐고속냉각로) 개발 비용은 당초 계획보다 축소되는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로부터 재활용 가능한 핵물질을 분리해 원자력발전의 에너지원인 우라늄과 초우라늄 원소들을 재활용하는 기술이고, SFR은 지금 사용중인 원전이 아닌 4세대 원자로다. 탈원전을 하면 원자력 연료나 다음세대 원자로를 만들 필요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 없앤다고 해도 할말이 없는 상황이다"면서도 "그러나 외국 사례를 봐도 정책이 마련됐다고 진행 중이던 연구사업을 단박에 없애지는 않는다. 특히 파이로프로세싱·SFR은 국가적으로 보유하고 개발할 가치가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당장에 문 닫는 것은 아니고 규모를 축소해서 해보자는 공감대는 마련돼 있다. 그 축소 폭이 어느 정도가 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그는 또 "올해 파이로프로세싱 예산은 210억원, SFR은 456억원이었다. 당장 내년에 관련 예산이 줄어드는 것은 확실하다. 문제는 축소 폭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라면서도 "정책적으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재부, 국회를 설득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 파이로프로세싱은?

▲탈원전 정책 여파로 원전 관련 연구개발 내년 예산이 크게 삭감될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연구개발 시설인 파이로 일관공정 시험시설(PRIDE)내에 있는대형 아르곤셀과 원격취급시스템


파이로프로세싱은 원자력의 마지막 숙제인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면서 국토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이다. 우리나라가 여러 가지 사용후핵연료의 관리 기술 중 우리의 환경과 현실에 가장 적합한 기술이라고 선택해 2008년부터 연구개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화학공학에서 많이 사용하는 전기화학적 방법을 사용해 사용후핵연료로부터 재활용 가능한 핵물질을 분리하는 기술이다.

사용후핵연료 내에 있는 소중한 에너지원인 우라늄과 초우라늄 원소들을 분리해서 재활용하면서 고준위 폐기물 양을 감축해 고준위폐기물 처분 면적을 10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일 수 있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이 현재 개발 중인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은 핵무기 전용가능성이 고순도 플루토늄 회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확산저항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폐기물 발생량이 적어 환경친화적이며, 습식 처리에 비해 공정이 단순해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높은 기술이다.

원자력연구원은 파이로의 전처리 기술은 물론 모의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해 공학 규모 파이로 전체 공정 기술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한미 공동연구를 통해 경수로 사용후핵연료를 대상으로 2020년까지 파이로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경제성과 핵비확산 수용성을 입증할 계획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습식 재처리와는 달리 엄격한 격납을 유지한 불활성 환경의 핫셀시설(방사선을 완전 차단하고 원격으로 작업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시설)에서 공정장치를 운영하기 때문에 폭발에 의해 핵물질이 누출되는 사고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시설의 안전관리는 물론 주변지역의 환경영향 평가 정보 등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결과를 공유하는 체제를 구축해 지역사회 및 국민의 신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파이로프로세싱 실험 또한 모든 것을 주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또한 각종 실험시설에 대해서도 원자력 안전을 위해 독립적으로 설립된 국내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원자력통제기술원은 물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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