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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호감 경제학과 영화 ‘파리로 가는길’

김세원 가톨릭대학교 융복합전공 교수

에너지경제ekn@ekn.kr 2017.08.08 14:35:19

 

▲김세원 가톨릭대학교 융복합전공 교수



토요일 폭염을 피해 오랜만에 관람한 조조영화 ‘파리로 가는 길’(Paris can wait). 제목처럼 남프랑스를 여행하는 듯한 대리만족과 행복감을 안겨주는 프렌치 로드 무비였다.

성공한 영화 제작자인 남편 마이클(알렉 볼드윈)을 따라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칸에 온 앤(다이안 레인)은 귓병이 악화돼 마이클의 다음 출장지인 부다페스트에 동행하지 않고 곧장 파리로 가기로 한다. 그러자 마이클의 사업 파트너인 자크(아르노 비야르)는 앤을 파리까지 데려다주겠다고 자청한다. 사업이 전부인 마이클과는 180도 다른 프랑스 남자 자크로 인해 원칙주의자 앤의 파리행 여정은 당초 생각했던 7시간에서 1박2일로 늘어나 버린다.

매사에 여유가 넘치는 자크는 달리던 차가 갑자기 고장나 멈추자 길가에서 손을 흔들며 다른 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대신 트렁크에서 와인과 치즈와 빵을 챙겨 풀밭위에 피크닉 테이블을 차린다. 앤에게 이름을 도용당해 자신의 신용카드를 쓸 수 없게 됐으니 대신 빌려달라고 할 만큼 뻔뻔한가 하면 앤을 주유소에 남겨놓고 갑자기 사라졌다가 장미꽃 한아름을 차 뒷좌석에 얹은 채 나타나 꽃향기가 있는 여행이 얼마나 로맨틱한가를 역설한다.

시간이 지연될 때마다 초조해하는 앤에게 자크는 ‘파리는 어디 가지 않는다.’며 고대 로마 유적지와 지역박물관 등 프랑스 남동부 지역의 유려한 풍광과 매혹적인 프랑스 음식의 세계로 안내한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워 하던 앤은 시간이 흐르며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삶에 지친 중년의 중산층이 꿈꾸는 로망을 매력적인 이성과의 예기치 못한 동행 에피소드로 풀어낸 로맨스 영화라는 평이 정확하겠지만 글로벌 문화경영 연구자의 관점에서 보면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를 즐기고 즉흥적인 자크와 원칙주의자면서도 실용성을 추구하는 앤은 프랑스와 미국의 문화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세계 각국의 문화를 고맥락(High Context)문화와 저맥락(Low Context)문화로 구분했는데 미국인인 앤은 저맥락 문화권, 남프랑스인인 자크는 고맥락 문화권에 속한다. 저맥락 문화는 말하여진 것, 문서에 표기된 내용이 중요하지만 서로 얽힌 정도가 큰 고맥락 문화는 언어보다는 상황이 중심이 된다.

저맥락 문화권에서는 낯선 상대와 단도직입적으로 사업이야기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처음부터 선물이나 접대를 받는 것을 어색하고 부담스럽게 여긴다. 반면 고맥락 문화권에서는 사업이 성사되기 전에 먼저 선물과 접대를 통해 친밀한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인간관계가 사업의 성공과 지속여부를 가르는 핵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맥락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계약은 반드시 준수해야 할 법, 그 자체이지만 고맥락 문화권의 사람들은 계약을 인간적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다지기위한 과정의 산물이라고 여기기에 얼마든지 유연한 해석이나 적용이 가능하다고 여긴다. 예정된 시간표에 맞춰 일이 진행되어야 마음이 놓이는 앤과 즉흥적이고 대책없는 자크 사이의 갈등은 저맥락 문화권과 고맥락 문화권에 속하는 사람이 비즈니스를 할 때 벌어지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국 앤은 자신에게 진정한 삶의 행복과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고자 노력하는 자크의 진심을 깨닫게 되고 그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로히트 바르가비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신뢰받는 회사나 개인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호감 경제학(Likeconomics)’를 주창했다. 그는 저서 ‘호감이 전략을 이긴다’에서 대중조작과 여론조작으로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이 시대에 개인이나 기업이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호감도를 높이는 것뿐이라고 강조한다. 또 어떤 제품이나 아이디어도 순식간에 모방, 복제되기 때문에 차별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워, 호감 없이 기술이나 전략만으로 개인과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절대 높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바르가비 교수는 "우리의 판단과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인간 관계"라고 강조하면서 자신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 예측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저맥락문화와 고맥락 문화 중에서 어느 쪽이 글로벌비즈니스에 유리한지 이 영화가 힌트를 줄 수 있다면 지나치게 오버한 발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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