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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옥 교수(극동대학교 평생교육원장,만화애니메이션학과장) |
8·2 대책 발표 다음 날, 땡볕이 내리쬐는 용산역 앞 광장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를 붙잡고 하소연하는 한 80대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용인즉슨, 대출받고 은퇴자금 합쳐 아파트에 투자하면 입주 시점에는 적잖은 시세 차익과 노후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다는 자식들 말에 분양계약을 했는데, 막상 입주 날짜가 되니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와 중도금 무이자 대출이 개인 유이자 부담으로 전환되자, 대출 제한과 이자 갚을 생각에 밤새 고민하느라 잠도 못 자고 죽게 생겼다는 이야기이다.
부동산에 매물과 전·월세를 내놓는 집주인들의 다양한 상황과 사정 이야기를 듣는 부동산 측의 반응은 천태만상이다. 한마디로 고도의 심리 전략. 전술을 펼치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즐기는 ‘블루마블 보드게임의 현실 확장판’ 같다고나 할까? 여유 자금이 없어 밤잠을 못 자는 심리적 불안지수가 높은 사람의 경우라면 ‘급하게라도 싸게 내놓아 안도감을 느끼자’라는 처방을, 여유자금이 있으면 이성적 판단이 가능하니 일단 입주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12월까지 기다려서 좋은 가격이 형성될 때 매도하거나 입주자를 들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며, 또는 초반에는 가격이 많이 내려가니 정부 발표에 따라 은행권들과 세금 관련 법적 조항들에 대한 대안들을 예의주시하며 박쥐처럼 움직이도록 유도하기도 하고, 전월세를 찾는 임차인들에게는 지금이 가장 적은 금액에 계약할 수 있는 적기임을 강조하여 서두르게 만들 것이다.
세상일은 자신이 가진 심리적 취약성과 함께 반응하기 마련이다. 다시 말하면, 아무리 정부에서 갖가지 대책들을 발표하여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정부의 계획대로 국민의 행동을 유도하도록 노력은 하지만, 결과는 정부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불안 심리를 가진 일부 국민의 반응과 그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시장 상황 대로 움직이리라는 것이다.
대상 관계 이론가인 클라인은 ‘엄마의 젖가슴을 인간 시기심의 첫 출발지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기의 입장에서 엄마의 젖가슴은 현실적 삶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한없이 무능력한 자신과는 달리, 모든 것을 소유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족함’ 그 자체이다. 그런 풍족함을 확보한 엄마에게서 자신의 삶에 필요한 것들을 적절히 공급받지 못할 경우, ‘가진 자에 대한 시기심의 활성화’를 예상할 수 있다. 양유성은 ‘시기심의 심층분석’에서 ‘시기심은 내가 원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있는데 내게는 없으므로 그것 때문에 일어나는 불편한 감정 또는 태도’로 그 심리적인 독특함을 다루고 있다.
어릴 때 형성된 다양한 결핍에 대한 시기심은 여러 가지 심리적 문제들을 일으키기도 한다. 우울증, 알코올 중독, 섹스 중독, 외도와 같은 관계 중독 등등.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교육과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집중되어 중독과 같은 양상을 보인다. 과거, 신분제도와 전쟁으로 인한 가난과 배우지 못한 결핍에서 오는 부정적 감정들과 시기심이 공부를 통한 성공과 부의 축적을 매개로 타인으로부터 관심과 사랑과 인정을 받고자 하는 중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이제는 물질적인 것으로 자신의 가치와 인정과 사랑을 받으려는 ‘거짓자기’ 만들기 노력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의 결핍된 빈 잔을 채워감으로써 타인에 대한 사랑과 용서와 포용의 넉넉한 가치 있는 삶으로의 전환 노력을 통해 스스로가 행복한 ‘참 자기’로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 각자의 노력이 있을 때, ‘정부’와 ‘가진 자’와 ‘부족한 자’들 간의 시기심의 아비규환을 막을 수 있는 한 단계 성숙한 대한민국으로 전환되는 시발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동옥 교수 / 극동대학교 평생교육원장 겸 만화애니메이션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