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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부 신보훈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신보훈 기자] "4월 이전에는 주택을 처분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진짜 돈 많은 사람들이야 양도세 몇 퍼센트 오르는 것이 상관없겠지만 우리 같은 중산층만 해도 세금이 올라가면 부담이에요. 보유세 인상 이야기도 나오고 있느니 그 전에 팔아야죠."
인천의 한 견본주택 오픈 당일, 시장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나온 50대 여성은 오피스텔과 아파트,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양도세가 강화되기 전 주택 매도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양도세 강화는 주택 보유 계획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한동안 다주택자들은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의 비율을 높여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추가로 주택을 구매하는 비중은 2012년 5.3%에서 2015년 7.5%, 올해는 14%까지 올랐다. 특히, 서울 지역은 2012년 3.5%에서 올해 13.8%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주택 공급이 지속됐음에도 서울 지역 내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았던 현상은 다주택자들의 움직임에서 하나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의 효과를 당장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6·19 부동산대책이 그랬던 것처럼 규제책은 반짝 효과만 보인 채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8·2 부동산대책 이후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자산으로 쌓아뒀던 주택을 매도하려는 다주택자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집값에도 반영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03% 오르면서 8·2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이후 3주 연속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부동산 시장의 호황기를 이끌었던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전주 대비 0.16%나 하락했다.
정부에서는 부동산 규제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이 오를 기미가 보인다면 정부는 더 강력한 대책을 주머니 속에 담아두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달한 것이다.
그동안 주택의 공급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았다. 주택이 공급돼도 다주택자들의 매도 비중은 갈수록 늘어났고, 주택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제 견본주택 현장에서는 투자 목적의 방문객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정부가 의도한 대로 실수요 중심의 시장 재편이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의 집값 상승폭은 둔화되고, 다주택자는 매도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다만, 현재 부동산 시장이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