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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생존을 무기로 북핵문제 풀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9.12 15:36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예비역 육군 중장)


지난 3일 북한이 6번째 핵실험을 했다. 그들 말대로 수소폭탄 실험을 성공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대륙간탄도탄(ICBM)도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이라고 하는 일부 기술적 진전만 있으면 완성된다. 모두들 평화적 해결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전제 하에 군사적 옵션이 거론되기도 했다. 과연 평화적 해결의 가능성이 없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가능성이 충분하고 제대로 된 해결과정이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북핵 위기는1993년 3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시작되었다. 북핵 위기는 크게 2단계로 진행되었다. 1차는 1993년 3월부터 부터 2002년 10월까지이다. 이때는 영변원자로의 플로토늄(Pu) 문제였고, 대북지원과 핵무기 개발을 맞바꾸는 북미 간의 제네바 합의체제가 해법이었다. 그러나 2002년 10월 미국의 켈리 대북특사가 방북했을 때 북한이 농축 우라늄(HEU) 문제를 시인함으로써 제네바 합의체제는 종말을 고했고, 2차 북핵 위기가 시작되었다. 중국을 의장국으로 하는 6자회담체제가 출범되었으나 이 역시 핵 개발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북한의 핵개발 의지와 능력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핵은 북한에게 생명과 같은 존재이다. 물질적 지원과 팔다리 비트는 정도의 제재로 목숨을 내놓지 않는다. 같은 우수한 한민족의 DNA를 가진 북한은 우리가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사이에 핵무기를 개발하는 대동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두 번째 국제적 제재가 북한이 핵 포기를 할 정도로 강력하지 못했다. 그동안 UN의 대북제재는 북한의 무기거래만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제재였다. 북한의 교역 중에서 무기거래는 극히 일부분이고 증거를 잡기도 어렵다. 그래서 작년 11월에 나왔던 7번째 제재 2321호부터는 수출 총량의 일정부분을 통제하는 포괄적 경제제재로 바뀌었으나 이 정도로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세 번째 이마저도 중국이 이중적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거의 효과가 없었다.

결국 제재가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고 한 번도 효과적인 제재를 못한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북핵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일까? 먼저 평화적 해결을 위한 기본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북한은 핵을 가지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위태롭게 한다고 느낄 때만이 내려놓을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고,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도 과거와 달리 중국과의 갈등 비용 때문에 전략적 인내를 계속하기에는 북핵 문제와 중국의 부상이 너무 심각해졌다. 드디어 우리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긴밀한 한미 공조를 통해 중국이 북한에게 "핵이냐? 생존이냐?"를 택일하도록 압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이란에 했던 것처럼 경제봉쇄 개념의 완전한 포괄적 경제제재로 강화해야 한다. 둘째 중국이 제재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설득과 압박을 병행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을 옹호하면서 얻는 이득보다 손실이 훨씬 크면 정책을 바꿀 것이다. 미국이 중국에 쓸 수 있는 카드는 많다. 경제적으로 대형은행이나 국영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컷, 철강 등에 대한 반덤핑, 환율 조작국 지정 등이 있다. 안보적으로는 한미일 뿐만 아니라 아세안 국가들과 안보협력 강화, 대만에 첨단 무기판매 및 관계 정상화, 전술핵 재배치와 한일 핵무장 허용 등을 들 수 있다. 아마도 한 두가지만 강력하게 시행해도 중국은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금융시장부터 먼저 패닉상태에 들어 갈 것이다. 예를 들면 1985년 플라자합의가 일본에 잃어버린 수십년을 안겼다. 환율조작국 지정 하나 만 해도 플라자합의 시즌 2가 되어 중국에 잃어버린 시간을 줄 수 있다. 셋째 이런 조치에도 북한이 핵을 포기 안하면 군사적 옵션을 쓸 수 있음을 믿게 해주어야 한다. 사실 지금 시점에서 군사적 옵션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심리전이다. 한미가 그 효과를 떨어뜨리는 엇박자를 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성공은 북핵을 복잡한 다지선다에서 단순한 양지선다 문제로 바꾸었다. 세익스피어가 "죽느냐 사느냐?‘ 라고 물었고 이순신 장군께서 답하셨다. ‘생즉사 사즉생’. 평화적 해결은 우리가 이 답을 믿고 실천할 때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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