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
지난 18일 금융위원회가 올 하반기에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이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그 주된 내용은 금융전업그룹과 금산결합그룹에 대한 감독강화, 스튜어드쉽 코드 확산 유도, 섀도우 보팅 폐지 등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이번 감독방안의 핵심 목적은 민간기업의 경영활동에 대한 금융위의 간섭 강화로 이해된다. 전통적으로 금융사는 고객의 돈을 관리 및 운영한다는 점에서 일반기업보다 정부의 엄격한 감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감독이 과도하면 오히려 금융시장이 성장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 또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바로 이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사례로 알려져 왔다.
이번 감독방안에 따르면 대기업의 금융계열사는 하나의 금융그룹으로 통합되고, 통합된 금융사 중 하나의 금융사가 대표회사가 되어 모든 금융계열사의 재무현황과 위험요인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도록 의무가 부과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금융그룹에 속한 금융계열사에 출자한 비금융 계열사의 출자 자본은 자기 자본에서 제외시키고, 그룹의 위험한도도 별도로 설정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종래에는 개별 금융사를 대상으로 적용하던 내부거래 제한을 금융그룹 단위별로 실시하여 감독의 정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어찌 되었건, 금융위원회는 이번 감독방안을 제시하면서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금융사들 모두는 북한의 김정은보다도 더 신뢰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번 감독방안이 왜 필요한지에 대하여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해 하고 있다. 물론, 그 이면에는 금산분리를 통한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정책입안자들의 이념적 철학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정부가 기업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정책이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민간기업들의 지배구조를 정부가 바꿔야 한다는 정책은 이미 2차 세계대전과 함께 사라졌으며, 금산분리 정책 역시 1998년 미국의 금융서비스현대화법과 함께 사라졌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한 21세기에는 신시장 창출이라는 대명제하에서 그 동안 묶어 놓았던 규제를 풀어주느라 각국 정부가 정신이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여전히 기업지배구조의 모델을 제시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 모델에 적합한 대주주가 누구이고, 누가 최고경영자로서 그 모델에 적합한지를 정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마치 이미 시장에 고무신이 거래되고 있음에도, 정부가 사업자들에게 짚신공장의 주인과 거래선을 지정해주는 꼴은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금융시장은 핀테크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어 가고 있다.
소비자들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제시한 상품에 더 신뢰와 편리성을 느껴가고 있는 듯하다. 이제는 금융소비자 보호정책이 금융사업자로부터의 보호가 아니라 인공지능으로부터 보호로 전환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은 시대에 역행하는 정부정책임이 분명하다.
또한 스튜어드쉽 코드 적용확대와 섀도우 보팅제 폐지 방안 역시 금융위가 금융사는 물론이고 모든 상장사도 감독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 역시 그 이유가 불분명해 보인다.
단지, 금융위원회가 금융사들에 대한 감독권한을 강화하여 갑의 위치에 서는 것이 좋아서라고 한다면 이는 분명 문제가 있는 정책이다. 이번 통합감독방안을 시행하기에 앞서 이 방안이 과연 4차산업혁명시대에 적합한 정책인지 다시 한 번 재고해 보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