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0일(토)
에너지경제 포토

한상희 기자

hsh@ekn.kr

한상희 기자기자 기사모음




한국당, 박근혜 사실상 ‘출당’ 결정…보수야당 새판짜기 분수령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0.20 16:45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자유한국당은 20일 최순실 국정농단 및 탄핵 사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탈당을 권유하는 징계 결정을 내렸다.

노태우 전 대통령 이래 역대 전직 대통령들은 모두 정치적 위기 상황에 내몰려 자진 탈당하는 수순을 밟았지만, 공당이 정식 징계절차를 밟아 전직 대통령에 대해 사실상의 출당 조치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한국당은 지난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결정 이후 7개월여 만에 박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절연하게 됐다.

한국당 윤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열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탈당 권유’ 징계안을 의결했다.

박 전 대통령은 탈당 권유를 받은 뒤 열흘 이내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열흘 뒤 최고위 의결을 거쳐 자동 제명된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탈당 권유를 거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한 인사는 "박 전 대통령은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창당을 주도했던 만큼 당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스스로 당을 나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은 탈당권고 통지서를 공식적으로 받더라도 탈당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한국당은 당규에 따라 최고위 의결 절차를 밟아 박 전 대통령 제명을 확정할 전망이다.

이로써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절연하게 되며, 향후 바른정당 내 통합파를 규합하는 보수대통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이와 함께 친박근혜(친박)계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서도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다만, 현역 의원의 제명은 의원총회에서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확정되는 데다 친박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과 두 의원에 대한 징계 결정에 반발하고 있어 서·최 의원의 제명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서·최 의원의 경우 지난 1월 인명진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당 위기 초래의 책임을 물어 당원권 정지 3년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친박 일각에서는 이런 점을 들어 이번 징계 결정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편, 박 전 대통령과 서·최 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의결되면 보수 야권 진영의 재편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내 통합파 의원들이 한국당으로 건너올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이 확보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낡은 보수와의 결별’을 내세웠던 바른정당은 한국당에 대해 고강도 인적청산을 요구해 왔고, 통합파 내에서도 한국당의 가시적인 조치 없이는 통합 논의를 할 수 없다는 강경한 기류가 형성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다루기 위한 한국당 윤리위가 소집되자 통합파는 적극 호응했다.

보수대통합 추진위원회(통추위) 대변인인 바른정당 황영철 의원은 이날 오전 회의 브리핑을 통해 "보수 대통합의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혁신적인 조치들이 논의되고 있다는 데 대단히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당의 인적청산 범위가 박 전 대통령을 넘어 친박(친박근혜) 핵심으로 확대할 것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황 의원이 서·최 의원 문제에 대해 "바른정당 내에서 한국당의 혁신 조치가 과감하게 이뤄지기를 바라는 의원들이 많다"며 "그러면 동참의 물줄기를 더욱 크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같이 ‘박 전 대통령 제명’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바른정당 내 자강파의 입장은 완강하다. 이미 정치적인 영향력을 잃은 박 전 대통령과 서·최 의원에 대한 인적청산은 통합을 위한 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내 자강파인 정병국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나 서·최 의원이 정치적인 행위를 하고 있나. 이들에 대한 징계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현재 한국당의 혁신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최근에는 바른정당 자강파를 중심으로 국민의당의 통합 논의가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당내 대표적인 자강파인 김세연 의원은 "정책 노선으로 보면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라며 "어떤 일이든지 섣부르게 하는 것보다는 작은 신뢰부터 쌓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국민당과의 통합 가능성은 열어놨다.

보수통합 본궤도에 들어서려던 한국당은 이 같은 ‘국민의당’ 변수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당장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당에 비우호적인 언론들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부추기고 있으나, 양당의 통합은 보수우파, 진보좌파 양 진영과 영호남 양 지역에서 모두 배척받는 기형적인 정당이 될 것이고 양당 정치인들의 정치생명을 단축하는 통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