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
지난 20일 공론화 위원회가 신고리5·6호기 건설공사를 재개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대통령이 중단시켰던 원자로 건설공사를 시민위원회가 재개시킨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22일 문 대통령은 시민위원회의 권고를 전폭적으로 수용하면서도 ‘탈원전’ 정책기조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신고리 원전 공사중단 건은 문정부의 핵심사업 중의 하나로 인식되어 왔다는 점에서 향후 이에 대한 신속한 후속조치들을 취하는 것이 시급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신고리5·6호기 건설공사 재개 사태는 국가적 기간산업에 대한 정책결정을 대통령이 시민위원회에 위임하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향후 국정운영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앞으로도 공공정책결정과 관련하여 의견이 대립되는 경우 대통령이 매번 임시기구인 시민위원회를 구성하여 이를 결정하도록 해야 하는지 여부이다.
이번 시민위원회의 결정은 대통령에게 권고하는 형태로 의견이 제시되었고,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였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만약 반대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결과는 쉽게 속단하기 어려울 정도의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을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신고리 원자로 공사 중단과 재개 과정은 국가적으로 매우 위험천만한 모험적 시도였음은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러한 원자로 건설 중단뿐만 아니라 사드사태 역시 사회적으로 많은 갈등을 거쳐 왔고, 앞으로도 이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역시 신고리 원자로의 경우처럼 대통령이 그 결정을 임시기구인 시민위원회에 위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물론, 선진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공공정책에 대한 갈등을 조정하는 기구와 사례들이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기구들은 법정기구이거나 최소한 사회적 신뢰를 받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우리의 사례와는 매우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에는 국가정책에 대한 각 사회단체들의 불만을 고위관료로 구성된 옴부즈만과 같은 공식적인 거중조정기구가 갈등해결을 주도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법정 기구인 ‘국가공공토론위원회’가 이를 담당하고 있다. 2002년 12월 드골 국제공항 고속철사업과 관련하여 문화재 훼손과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환경단체 등이 반대하여 중단위기에 직면하였을 때 이 위원회가 주도한 공공토론회를 거친 후 그 사업계획이 70% 변경된 바 있다.
영국에는 거중조정인(mediator)제도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이카루스(ICARUS) 등과 같은 전통있는 순수 민간단체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공공정책의 갈등을 조정하는 공신력 있는 기구의 설립 등에 대한 심도있는 방안제시가 필요하다고 본다. 즉, 대통령이 임시로 구성한 시민위원회가 더 이상 국가적 공공정책을 결정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현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생각된다.
또한 이번 시민위원회의 결정을 보면서 시민들은 정치적 명분보다는 민생을 우선시한다는 사실이 명확해 졌다. 즉,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기는 하였지만, 대책없는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민생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반대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이미 널리 주지된 바와 같이, 원자력 에너지 공급이 감소하는 경우 우리 국민 개개인은 물론이고 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에너지 비용부담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조속한 시일 내에 탈원전 정책에 대한 후속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민심이 떠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 말했듯이 "민생과 민심, 그리고 표는 삼위일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명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