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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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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View] '움직이는 ESS' 전기차, 전력시장의 '게임체인저' 되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0.27 13:38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자동차 산업의 미래먹거리로 부상한 전기자동차(Electric Vehicle·EV)가 전력업계에서도 ‘게임체인저’(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중요한 역할을 한 사건)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를 이용해 전력을 저장하고 재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중앙집중식 운영체제에서 분산형으로 에너지 시장의 구조가 바뀔 것이라는 분석이다.

▲2015∼2040년 세계 자동차 판매에서 전기차 점유율 전망. 현재 1% 미만에서 2040년 54%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ESS+스마트그리드’ 통합 움직임 거세

최근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은 ‘르노 에너지 서비스’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르노 측은 새로운 자회사가 △스마트 그리드 △충전 시스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기차 보급에 필요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라 전했다. 르노 에너지 서비스는 스마트 차량 충전 서비스와 2차전지 재활용 사업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르노는 전기차용 2차전지의 수명이 다해도 주택이나 사무실, 학교, 공장 등에서 재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관련 영역에서 사업화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통합 에너지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을 밝히긴 했으나, 르노는 본래 자동차 기업인 만큼 전기차가 사업의 중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르노 외에도 테슬라 등 자동차 기업들이 잇달아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면서 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유틸리티업계 역시 스마트 그리드, 전기차 충전, ESS의 통합을 모색 중인 점을 고려하면 자동차 업계의 도전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평가다. 

닛산은 그 중에서도 스마트 그리드에 집중하고 있다. 닛산 영국 지사 관계자들은 전통 전력 네트워크에서 예비발전용량이 제로에 가까울 때를 대비해 ‘지능형 충전 전략’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닛산 측은 "‘지능형 충전 시스템’을 통해 피크 시간이 아닐 때 배터리를 재충전할 수 있다"면서 "그간 간헐성 때문에 피크 전력수요 시점에 충분히 활용되지 않았던 풍력이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요금 쌀 때 전기차 충전하고 비쌀 때 남는 전력 판다

전기차가 스마트 그리드와 결합된다면 전력 문제도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차량 수가 늘어나더라도, 피크타임을 피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력산업에서 몇 가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전력설비 활용률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전력 수요가 한 곳으로 쏠려 블랙아웃이 발생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전기차에 내장된 이른바 ‘지능형 소프트웨어’가 피크타임이 지난 시간에 배터리를 충전하도록 지시하고, 전기요금이 비싼 피크타임에 잉여전력을 재판매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어서다.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와 관련, 레오나도 하이만과 윌리엄 틸스 전력 분야 전문가는 "전기차 배터리를 통해 전력을 저장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된다면, 결국 모든 도로와 거리가 수천 개의 작은 발전소들로 가득차게 되는 셈"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이제 정책입안자들은 미래의 전력 발전 계획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새롭게 짜야 하는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전기차를 가정이나 산업용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앞서 지난 8월 현대모비스는 전기차의 남은 전력을 지역 전력망에 공급해 재활용하는 ‘전기차 탑재형 양방향 충전기(OBC)’ 개발을 마쳤다고 밝혔다. 실제 해당 기술이 활성화되면 전기차 10만대가 보급될 때마다 화력발전소 1기(500㎿) 규모의 전기 저장시설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전기차가 실제로 운행되는 시간은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주차돼 있다"면서 "만약 심야에 충전한 남는 전력을 낮시간 전기가 많이 필요한 가정이나 상가 등에 공급한다면 에너지 절약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가 머지않은 미래에 국가 차원의 대규모 정전 사태도 막을 수 있다는 게 현대모비스의 설명이다. 



◇ 중앙집중형에서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하이만 전문가는 "르노 에너지 서비스가 독자적인 대형 사업으로 성장하든 그렇지 못하든, 최소한 발전이나 저장 면에서는 전력설비의 독점이 약화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만이 밝혔듯, 향후 전력설비는 단순 전달자 역할에 머무르게 되고 한국전력과 같은 중앙시장의 관리자가 사라지면서 완전히 분산된 에너지 시스템의 형태로 진화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방향성은 분명하지만 아직까진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지원할 수익이 어디서 창출될 수 있을 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기에서 다시 전기차가 등장한다. 자동차 등 이동 수단과 발전 부문이 융합되면, 에너지 공급자와 수요자는 유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현재 자가를 소유하고 있는 소비자가 전력 설비와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그들이 움직일 수 없어, 수요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중앙집중형 전력구조에서는 전력 사업자들의 역할이 막대하지만, 전기차의 확산과 함께 분산형 전원 시스템이 보편화되면 에너지 시장도 쌍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남는 문제들… 전기차 확대 + 전력 인프라 같이 고민해야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 기업들은 모두 스마트 충전 시스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래가 마냥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뉴욕주 화이트 플레인즈 시는 공영 주차장에서 상대적으로 부유한 전기차 소유자들에게 배터리 충전시설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물론 전기차를 이용하는 통근자들을 돕는 것은 좋은 정책이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도시 정책 입안자들은 전력 수요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실제로 이 정책은 뉴욕의 전력 유틸리티 기업 컨솔러데이티드 에디슨(Consolidated Edison, Inc.)의 전력설비 수요를 정점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는 피크 부하(최대 전력 수요)를 가중시키고, 늘어난 수요를 맞추기 위해선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이 모든 부담은 결국 소비자들이 지게될 수밖에 없다. 즉, 전기차를 소유하고 있지 않는 소비자들까지 더 비싼 전기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낳게되는 것이다.  

각국 정부 역시 전기차 판매에 집중할 뿐, 전력 수요 등에 대해 구체적 계획이 없다는 점도 막대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용 승용차부터 트럭까지 전기차로 전환한다면, 최대 30%까지 전력발전과 송전설비 이용률이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만 전문가는 "시스템의 부재 속에서 전력 수요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경우, 정부는 부족한 수요를 채우기 위해 막대한 재원을 들여 인프라 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게다가 에너지 인프라는 단기간에 건설되지도 않기 때문에 전력 수급 불안정, 전기 요금 폭등의 문제가 야기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력 수요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이뤄지는 전기차 지원 정책은 대다수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너무 비싼 전기요금 탓에 차라리 말을 타고 촛불을 사용하는 전근대 시대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마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모두를 위해 전기차 제조기업들과 정책 입안자들은 전력 문제를 재고해야 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시점이라고 하이먼은 힘주어 말했다.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란?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한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 그리드를 소지역 특성에 맞게 적용한 것을 말한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원과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융·복합된 차세대 전력 체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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