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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마켓 View] 천덕꾸리 니켈, 전기차 붐 타고 '귀한 몸'

"공급 부족" vs "재고 충분"...공급량 놓고 의견 '분분'

한상희 기자hsh@ekn.kr 2017.11.02 09:45:16

 
-세계 최대 원자재 트레이딩 업체 트라피규라 "낙관론 견지할 때" 
-블룸버그 "여전히 니켈 시장은 막대한 재고에 짓눌리고 있는 상황" 
-골드만삭스 "니켈 시장, 전기차 아닌 중국 철강 수요가 견인" 


▲호주 서북부 광산도시 필바라에 위치한 리오틴토의 광산 전경. (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지난 수년간 공급 과잉과 재고 증가로 인해 외면받던 니켈이 전기차 배터리용 수요 전망에 힘입어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런던 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3개월 선물 가격은 톤당 1만20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지난 6월 800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가격이 5개월 새 33% 반등한 것이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 탓에 소폭 하락하긴 했으나, 31일 톤당 1만1850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 니켈 가격 상승 한 목소리 "전기차 배터리용 수요 50% 폭등 전망"

▲2017년 구리, 알루미늄, 아연, 니켈 가격. 올해 금속시장에서 가장 우세한 성적을 거둔 것은 니켈이었다. (단위=2017년 1월 기준 인덱스, 표=LME, 골드만삭스)


니켈 선물 가격이 1만2000달러 선을 돌파한 데는 유명 컨설팅 회사인 우드맥킨지가 전기차가 붐을 이루면서 재고 감소와 구조적인 공급 부족을 점친 것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모두가 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재고수준으로는 전기차 수요를 충당하기에 충분하다"며, "2020년 이후에나 전기차 시장 수요가 주목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니켈 재고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한쪽으로 몰리고 있다. 미래 전기차 수요든 당장의 중국 산업용 수요든 가격 상승 요인을 놓고는 견해가 갈리지만 결론은 같다.

세계 최대 원자재 기업인 글렌코어(Glencore Plc)와 세계 최대 원자재 거래업체 중 한 곳인 트라피구라(Trafigura Group Pte) 역시 마찬가지다. 양사는 금속 가격 전망을 두고 종종 격한 충돌을 빚을 때가 많다. 그러나 전기차 판매 증가로 인해 니켈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두고서는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트라피구라의 사드 라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리튬이온배터리의 주성분인 황산니켈의 수요가 2030년까지 50%, 300만 메트릭톤까지 폭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라힘 이코노미스트는 "구조적인 관점에서 접근했을 때, 니켈 시장은 향후 강세장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자동차업계의 신규 전기차 출시가 이어지는 등 니켈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공급 측면의 투자 부족은 필연적으로 ‘공급부족’을 야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라힘의 의견은 글렌코어의 전망과 매우 유사하다. 글렌코어는 최근 애널리스트들에게 배터리 산업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2030년까지 니켈을 120만 톤 증산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현재 전세계 니켈 생산량의 절반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이처럼 대규모 증산 계획을 세우는 이유는 니켈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렌코어가 니켈을 채굴할 때보다 가격은 두 배 이상 오른 상태다. 

이는 수년간 니켈이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놀라운 변화다. 니켈은 글렌코어에도 오랜 기간 골칫덩어리였다. 스위스 광산기업 엑스트라타를 인수한 이후 글렌코어는 니켈 사업 수익성 악화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실제 글렌코어는 2007년 엑스트라타가 24억 달러(2조 6846억 4000만 원)에 매수한 호주 니켈 광산을 지난 2015년 1900만 달러(212억 5340만 원)라는 헐값에 매각하기도 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가격에 팔아넘긴 것이다. 

맥킨지의 올리버 램스보텀 파트너는 "2007년 이래 니켈 산업은 한 마리의 개처럼 매우 하찮은 것으로 여겨져 왔다"고 말했다. 

니켈을 대하는 시각이 달라진 것은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이 전기차 배터리에 니켈을 함유한 화학성분이 사용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부터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산 저품질 니켈이 시장에 쏟아져나오면서 2007년 5만1600달러에 거래되던 니켈 가격은 바닥을 모르고 폭락했다. 현재 니켈 가격이 1만2000달러로, 1년새 16% 반등했다 하더라도 10년 전 정점에 비하면 4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니켈 시장에 빛을 비춘 것은 배터리다. 미래 전기차 배터리에는 코발트를 적게 사용하고 니켈 사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코발트 가격이 이미 많이 오른데다, 매장량의 대부분이 정치적 리스크가 큰 콩고에 몰려있어 공급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반면 니켈은 가격이 코발트의 6분의 1인 데다 생산량도 20배 이상 많아 안정적인 조달이 가능하다. 지난달 한 영국 업체는 코발트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리튬과 니켈만 사용한 배터리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 상황 나아졌지만…재고 소진 시점은 ‘글쎄’

사실 시장의 관심은 뜨겁지만, 니켈 가격은 현재까지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코발트와 리튬 가격이 지난해 초와 비교해 2배 가량 오르는 사이, 니켈 가격은 막대한 재고에 짓눌려 하락세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낙관적 시나리오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시장의 각광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전기차는 자동차 산업에서 틈새 시장에 불과하고, 2012년 초 대비 네 배 이상 많은 니켈 재고는 공급과잉 우려가 잔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는 니켈 수출량을 늘리기 위해 최대 생산기업에 광산개발을 허가했고, 강력한 환경규제를 이어가던 필리핀 정부 역시 올 연말까지는 노천채굴 금지 조치를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2대 원자재 헤지펀드인 블렌하임캐피털의 잉그리드 스턴비 수석 기초금속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수년 간 시장은 니켈에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간과하고 있었다. 최근 전기차에 힘입어 시장이 반전을 꾀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스턴비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정부의 발표는 추가공급에 대한 우려를 키우며, 투자자들이 니켈 시장에 진입하길 꺼리는 이유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전기차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가격 상승을 전망하는 보고서가 잇달아 발표되고 있더라도 여전히 재고는 막대하고, 공급과잉 우려는 지워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 니켈도 다 같은 니켈 아니다…저품질 선철 vs 배터리용 황산니켈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니켈의 품질도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니켈 생산의 대부분은 니켈 함량이 20% 수준이며, 전세계 니켈 생산량 중 절반 가까이가 니켈과 철이 혼합된 페로니켈 형태이거나 이보다 품위가 낮은 니켈 선철 형태로 생산된다. 니켈 합금은 품질 문제로 인해 리튬배터리에 사용하기 부적합하며 스테인레스 철강의 생산에 대부분 공급되고 있다.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합금 대신 황산을 용해시켜 만든 순수 황산니켈을 사용한다. 

스턴비 애널리스트는 "한 가지 희망은 니켈 선철과 고품질 황산니켈의 가격이 몇 년 안에 분리되어 움직일 것이라는 데 있다"며 "배터리에 사용될 고품질 니켈을 채굴하는 광산기업에 막대한 부를 쌓아줄 것"이라 예상했다. 

우드맥킨지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우드맥킨지는 "세계 니켈 시장은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부족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제 광산기업들에 남은 문제는 니켈 수요가 오를 것이라는 점이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배터리에 사용되는 고품질 프리미엄 니켈을 출시할 수 있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투자은행 BMO 캐피털 마켓의 콜린 해밀턴 원자재 리서치 팀 매니징 디렉터는 "니켈 시장의 수급이 점차 타이트해질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다만 내가 우려하는 바는 도중에 니켈 가격이 수차례 붕괴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해밀턴 디렉터는 "만약 전기차 성장 스토리를 곧이곧대로 믿는 광산기업이라면, 실제 공급부족 사태가 초래될 때까지 니켈을 땅에 그대로 놔두는 편이 수익 창출에 유리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골드만 "전기차보단 중국 수요에 초점"… 장밋빛 전기차 미래, 현실과는 상이

골드만삭스 역시 전기차 성장 신화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골드만은 31일 보고서를 발표하고 니켈 시장 전망에 있어 단기적으로는 전기차보다 중국 수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1월∼2017년 9월 중국 니켈 수급과 가격. 중국 국내 니켈수요 성장세는 공급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남색=공급 증가율, 하늘색=수요 증가율, 빨간선=가격. (단위=톤당 달러/퍼센트, 표=골드만삭스)


골드만은 "올해 2분기 이후 철강 생산 증가에 따른 철강가격 상승과, 전기차 수요에 대한 시장 관심이 니켈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겨울철 감산 영향에 따른 타이트한 수급이 향후 니켈 가격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가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요소로 부상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향후 수년간은 중국의 철강 수요가 시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점은 다른 투자은행들과 시각을 같이했다. 골드만은 니켈의 3개월/6개월/12개월 가격을 각각 1만2500달러/1만2000달러/1만1000달러로 전망했다. 이는 이전 전망치 9000달러에서 2000∼3000달러 이상 상향조정한 것이다. 

이처럼 시장에선 니켈 시장의 재고 소진 시점에 의문을 지우지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정치인들과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에 대한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금속 시장의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져있다는 지적이다. 

라힘 이코노미스트는 "12개월 안에 니켈 재고가 정말 소진될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구조적으로 상승흐름을 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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