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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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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해빙’ 활로 찾는 산업계…업종별 기상도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1.05 12:52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한국과 중국 정부간 관계가 복원되고 ‘사드 보복’이 해빙 무드로 접어들면서 자동차·부품·항공·여행 등 산업계에서는 저마다 활로를 찾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양국 관계가 당장 정상화하긴 힘들겠지만 각종 규제 등은 해소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판매·교류에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다만 중국 측이 확실한 태도를 보이기 전까지는 신중을 기하며 조심스럽게 움직이겠다는 게 국내 산업계의 분위기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관련 사업을 진행했거나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은 최근 한국과 중국 사이에 변화 기류를 감지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오는 10일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어떤 얘기가 오갈지에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앞서 이날 베트남 다낭에서 진행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양자회담을 갖는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측이 지난달 31일 사드 갈등으로 인한 보복 조치를 모두 해제한다고 발표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합의·발표는 APEC 자리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양국간 경제 교류에 대한 얘기를 중점적으로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산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지난 1일 정의선 부회장이 중국행 비행기에 오르며 ‘현장 경영’을 재가동할 채비를 마쳤다. 정 부회장은 이날 베이징 예술단지에 문을 연 ‘현대 모터스튜디오 베이징’ 개관식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양국간 관계 정상화 합의가)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업종은 사드 보복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분류된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올해 1~3분기 중국 시장 판매는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37.2%, 40.9% 떨어졌다. 특히 초반 중국 현지 언론들로부터 직접적인 공격을 받고, 경쟁 업체들이 ‘혐한(嫌韓) 기류’를 조성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등 힘든 시기를 보냈다.

다만 현대차의 판매 감소 폭은 2분기 42%, 3분기 26.6%를 각각 기록했다. 시간이 지나며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적 개선을 위해 루이나, 페가스 등 현지 전략 신차도 다수 론칭했다. 이런 와중에 양국 관계가 회복될 경우 자동차 업종에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현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차별을 받아왔던 LG화학, 삼성 SDI, SK이노베이션 등도 새 활로를 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지난해 6월 중국 정부의 4차 배터리 모범 규준 인증에서 탈락한 이후 현재까지 심사가 진행되지 않아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를 통해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해 힘들어진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직격탄을 맞아 현지에서 최근 사업에 애를 먹어왔다"며 "양국 관계가 개선되면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항공·여행 업계도 굳었던 표정이 한층 풀리고 있다. 양국간 하늘길이 막히면서 항공 이용객과 여행객 수가 급감했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복수의 중국 여행사들은 방한 패키지 상품 등을 구성하며 여행객들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새로운 노선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중국 시장에 활발하게 접근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 노선 운휴를 늘렸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도 일정 수준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호텔·면세점 등도 ‘유커’를 되찾기 위한 해결책 마련에 분주하다. 방한 여행객들이 늘어나는 시점을 잘 분석해 맞춤형 마케팅 등을 펼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관광 업계에서는 중국인들의 발길이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드 보복으로 산업계가 큰 손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대차의 경우처럼 이를 계기로 삼아 현지 판매 전략을 재정비하며 내실을 다지거나 중국 외 다른 거래처를 확보해 안정성을 높인 경우도 있다"며 "사드 보복이 하루아침에 회복세를 보이긴 힘들겠지만 대부분 기업·업종이 경쟁력을 지닌 만큼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신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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