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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정치권이 책임감 갖고 조속히 추진해야"

김수진 고려대 BK21 연구 교수

전지성 기자jjs@ekn.kr 2017.11.13 09:34:52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신고리 5·6호기 건설여부를 결정하는 공론화는 끝났지만 더욱 중요한 문제가 남았다. 바로 고준위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이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원전에 대한 안전 우려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당장 월성 원전은 2019년에는 내부 임시 저장 공간이 포화된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재검토 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핀란드와 스웨덴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숙제다. 신고리 공론화에서도 시민참여단의 23.5%가 ‘사용후핵연료 해결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문제를 진단하고 효율적인 공론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독일에서 독일과 한국의 원자력 정책을 비교 연구했으며, 현재는 고려대 BK21플러스 BEF 경제사업팀에서 에너지정책을 연구 중인 김수진 연구교수를 8일 만났다. 김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정치권이 책임감을 가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수진 교수는 "사용후 핵연료는 신고리 공론화처럼 빠른 시일내에 결론을 도출할 사안이 아니다. 이 문제는 정치권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임시 저장 공간 포화로 인해 원전이 가동 중단되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 국민들에게도 중요성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총평해 달라.

"신고리 공론화는 3개월 내에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제약을 가지고 출발했지만 단순 여론조사가 아닌 숙의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절차뿐만 아니라 실질적 차원에서도 진일보한 민주주의를 실현했다고 본다. 아쉬운 부분은 신고리 공론화의 쟁점 프레임이 건설을 반대하는 쪽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주된 쟁점이 안전성, 경제성, 국가산업에 끼치는 영향이었다

가장 최신 원전인 신고리 5·6호기를 안전하지 않다고 반박하기 힘들다. 다수호기가 문제가 된다면 오래된 원전부터 폐쇄하는 것이 안전성의 논리에 더 부합하기 때문이다. 경제성도 현재의 구체적인 매몰비용과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재생에너지의 경제적 가치를 비교하는 구조여서, 상대적으로 건설 반대쪽이 시민참여단을 설득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원자력정책 전반에 대한 공론화였으면 나았을 것이다."


-지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의 문제점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지 않고 직접처분하면 사용후핵연료가 그대로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 되며, 재처리해도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발생한다. 그래서 결국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문제다.

지난 정부에서 20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에 대해 공론화를 진행했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 즉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부지 선정 기준이나 선정 절차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논의 없이 2053년까지 건설하라는 로드맵만 발표했을 뿐이다. 우선 처분장 선정 기준과 선정 절차를 마련하고 이 절차에 따라 처분장 건설 로드맵을 수립해야 하는데, 선후가 바뀌었다. 

지난번 공론화위원회의 방점은, 결국 각 원전의 사용후핵연료의 임시저장소가 포화되고 있으니 제3의 부지를 빨리 결정하지 못한다면, 원전 부지에 단기임시저장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공론화위원회의 위원 중 절반이 원전지역의 대표로 구성됐다고 본다."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어려운 이유는 뭐라고 보나.

"지금까지 우리는 40년 동안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데 집중했다. 물론 80년대 원자력발전소를 본격적으로 건설하기 시작하면서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19년 동안 실패했다. 고준위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분리한다는 원칙을 세운 후에야 중저준위폐기물 처분장을 마련할 수 있었다. 결국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은 19년 동안 실패한 것이다. 방사성폐기물처분 문제는 행정관료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인이 감당하기에도 ‘너무 큰’ 문제다.

원전을 이용하는 31개국 가운데 현재 핀란드와 스웨덴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를 선정했을 뿐이다. 독일은 1977년에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후보지를 결정했으나, 오랜 갈등을 겪고 결국 36년만인 2013년에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는 원전 지역에 사용후핵연료를 임시저장하면서 이 문제를 ‘포화시점’이 다가올 때까지 미뤄왔다. 그리고 이렇게 미루어왔기 때문에 원전을 지속적으로 건설할 수 있었다고 본다. 독일은 1977년부터 1982년까지 원자력발전업체가 방사성폐기물처분에 대한 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 신규원전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조치를 취했다. 실제로 약 5년 동안 신규원전이 단 한기도 착공되지 않았다. 우리도 2000년대 초반에 사용후핵연료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아마 그때 원자력 공론화가 자연스럽게 시작되었을 것이다. 원자력을 이용하는 한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렇게 포화시점이 다가오고, 그 사이 제3의 부지를 찾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원전 부지에 단기저장소를 건설해야 하는 문제에 맞닥뜨린 것이다. 정부 스스로 원전 정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 원전 지역주민의 신뢰를 잃었으니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욱 힘든 상황이 됐다. 

정치권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00년 이후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관련 상임위원회의 국회의원들 모두 사용후핵연료의 임시저장이 포화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책임 있는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책임감을 갖고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정부의 로드맵에 따르면 2053년까지 처분장을 건설한다고 하지만, 선정 기준도, 선정 절차도 없는 상황에서 2053년이라는 숫자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에 대한 현실성 있고 신뢰할 만한 로드맵이 나오지 않으면, 원전 지역의 단기저장소 건설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면 원전지역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단기저장소의 저장기간이 무책임하게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어떻게 진행되야 한다고 보는가.

"정부에서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재공론화 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공론화의 대상이 무엇인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재공론화 한다면, 우선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재처리의 옵션을 열어두고 있다. 그리고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선정 기준과 선정 절차를 논의하고 확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처분장 건설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단기저장소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  

이 문제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특별 분과로 운영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분과에는 공론화위원 뿐만 아니라 지역의 이해당사자들과 행정부 관료,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의 의원들이 참여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위원장은 2명이 맡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독일의 윤리위원회나 최종처분장 선정을 위한 국민동반위원회의 위원장은 2명이다. 원자력 문제는 찬반의 입장이 있는 문제이다. 위원장이 어떤 입장에 있는가가 늘 문제가 된다. 그렇다고 양 진영을 모두 배제하면 이 문제와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이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 그건 효율적이지 않다. 두 명의 공동위원장 시스템으로 운영하면 위원회 내의 의견 조율도 한결 쉬울 것이다." 


-신고리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접근의 차이점은? 

"신고리 공론화는 양자택일의 문제였으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미루어온 문제에 대해 사회적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두 위원회는 성격이 다르다. 신고리공론화위원회는 건설을 중단한 상태에서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3개월이라는 시간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이것보다는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선정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하기 때문에 관련 분야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정치권 등이 참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단기저장소와 관련해서는 원전지역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신고리위원회의 주된 역할이 건설찬반 대립상황에서 공론조사를 공정하게 이끄는 데 있었다고 한다면, 사용후핵연료위원회는 어떤 지역이 처분장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지질학적 선정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또 민주적이고 공정한 후보지 선정 절차를 논의하고 정부에 권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기 위해 시민포럼, 공론조사, 토론회, 국회방송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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