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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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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APEC이 LNG 교역 활성화 위해 제안한 '15가지' 방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1.14 11:23

에너지 보조금 철폐·LNG 허브 구축 등 필요…"한국, 일본보다 국제대응 뒤져"


LNG선

▲LNG 주요 생산국과 소비국을 회원으로 둔 APEC가 최근 LNG 교역·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15개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사진은 한국가스공사가 미국에서 수입한 LNG를 국적선 SM이글호에 선적하는 모습.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호주, 캐나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러시아, 미국 등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들과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등 주요 천연가스 소비국들을 회원국으로 둔 APEC이 LNG의 교역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15개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이는 원전과 석탄 대신 친환경적인 에너지로 전환을 추진하는 국내 에너지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4일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APEC 에너지실무그룹은 최근 논의를 통해 국제 LNG 시장의 발전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로 △에너지·환경 정책에서의 불분명한 LNG의 입지 △LNG의 에너지안보 역량 강화 인식 부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기대의 불일치 등 세 가지를 들고, LNG 교역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APEC은 우선 천연가스는 에너지·환경 정책에서 입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APEC 회원국들은 경제성장과 탄소집약적인 에너지 공급 체계를 분리하고자 노력하면서 석탄·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천연가스의 이용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미래 에너지믹스 상 천연가스의 역할은 상당히 불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천연가스는 석탄보다 청정에너지원이기는 하지만 비용 경쟁력이 약하고, 대규모 천연가스 이용이 신재생에너지나 여타 저탄소 에너지 기술과 비교해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제공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에너지믹스 상 어중간한 위치에 있다. 이것이 천연가스 우대정책이나 인센티브 제공 대상에서 제외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천연가스의 에너지안보 역량 강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현재 세계 LNG 확인매장량의 거의 절반을 러시아, 이란, 카타르 3개국이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러시아만이 APEC 회원국이다. 천연가스에 대한 견고하고 광범위한 수요는 충분한 공급에 달려있지만, 생산 가스전의 급속한 고갈과 가스자원의 지역적 편중 심화에 따라 에너지안보는 중요한 이슈가 됐다. 특히 가스수급 불균형 문제는 가스 수요 대비 보유 가스자원이 적은 아시아 국가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국가 간 가스파이프라인 연계가 취약한 상황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기대가 어긋나는 것도 문제다. 최근 천연가스 시장 변화에 따라 LNG 시장의 이해관계자는 전통적으로 구매자와 판매자 구도에서 제3의 시장참여자로 다양화됐다. 천연가스 생산국, 수입국, 수송회사, 액화설비 임대사업자, 마케터, 전력·가스 유틸리티, 대규모 가스소비자, 지역사회 등 천연가스 기반시설 개발에 영향을 받는 다양한 주체가 천연가스 공급사슬 전반에 퍼져 있다. 그러나 하나의 천연가스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탐사에서 개발,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20년에 가까운 긴 기간이 필요해 이들 이해관계자들 간의 문제를 야기했다. 또 보다 신축적인 가스가격 결정 메커니즘을 위해 확대된 현물시장을 요구했고, 확대된 현물시장은 또 다른 신축적인 가격 결정 메커니즘을 요구하는 복잡한 인과관계를 형성했다. 이런 복잡한 인과관계로 아시아 LNG 산업은 외부환경과 급격한 가격변동에 적시에 대응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돼 왔다.

가스공사, 우스튜르트 가스화학 플랜트(UGCC)

▲LNG 주요 생산국과 소비국을 회원으로 둔 APEC가 최근 LNG 교역·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15개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사진은 가스공사가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가스전 개발에 참여해 가스를 생산하고 있는 우스튜르트 가스화학 플랜트(UGCC).


◇ 가스 전문가 "역할 경시해 환경적 이점 못 살려" 지적

이를 극복하기 위해 APEC 에너지실무그룹은 △에너지믹스 정책에서의 천연가스의 역할 강화 △시장자유화를 향한 천연가스 및 에너지산업의 구조이행 조율 △에너지 보조금 및 LNG 교역·투자의 장애물 제거 △가스 상류부문 프로젝트를 활성화하는 재정·투자체계의 이행 △에너지안보를 위한 LNG 기반시설의 중요성 인식 △조달체계 및 공정기술 개선 △새로운 LNG 수급계약 조건의 진전 △LNG 프로젝트를 위한 재원조달 대안 모색 △가스허브 구축 지원 △LNG 프로젝트의 투자·규제환경 개선 △규제의 집행을 위한 적절한 제도·기구의 개발 △LNG 프로젝트 이해관계자의 참여 확대 △아시아·태평양 지역 협력활동 강화 △APEC 국가 간 상호보완성 활용도 제고 필요 등 15가지 권고안을 내놨다.

첫번째, 천연가스는 타 화석에너지원보다 탄소배출이 적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이행에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청정 에너지다. 하지만 대부분 국가에서 천연가스의 역할을 경시하고 있다. 천연가스의 환경적 이점을 고려할 때 청정에너지 정책에서 천연가스 이용 확대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고 천연가스를 도외시해서는 안된다.

두번째, 건강한 LNG 거래를 위해서는 에너지산업 구조 전반에 영향을 주는 의미 있는 수준의, 때로는 파격적인 변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지가 요구된다. 더욱이 천연가스 시장은 주로 수요측이 주도하는 시장이며, 전통적으로 발전부문이 가장 큰 천연가스 수요자일 뿐만 아니라 천연가스 이용이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양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력부문에서의 시장자유화 노력도 중요하다.

세번째, 아시아·태평양 지역 가스 교역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회원국들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완화 또는 철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역·투자의 주요 장벽으로는 에너지자원에 대한 수출 제한, 내수시장에 대한 공급의무, 에너지 보조금 등이 있다. 에너지자원의 수출 한도 설정 등 수출장벽은 미래의 투자를 저해하고, 간접적으로는 LNG 시장을 왜곡할 뿐 아니라 직접적으로 에너지공급 안보와 시장 효율을 저해한다. 또 천연가스 및 LNG 거래 확대에 대한 가장 큰 장애요인은 가용 에너지의 가격과 비용을 왜곡하는 에너지 보조금이다.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LNG 부문 투자 촉진을 위한 양자 및 다자간 협력관계뿐 아니라 APEC 회원국 모두가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에너지 보조금 지급을 철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네번째, 가스 상류부문 프로젝트를 활성화하는 재정·투자체계의 이행이 필요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천연가스 시장은 타 지역과 비교해 개발·통합 수준이 낮으며 생산자와 소비자 간 비대칭성은 더욱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민간과 공공부문 참여자들 모두가 가스 공급능력 및 LNG 거래 잠재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LNG 가치사슬의 긴 선행기간을 고려할 때, 더욱 많은 가스자원의 탐사·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탐사사업 환경이 필요하다. 또 가스 상류부문 투자를 유인함과 동시에 다양한 참여자들이 자원개발에 따른 가치를 실현하고 위험과 투자수익이 균형 있게 배분되도록 하는 재정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이렇게 개선된 재정·투자 여건을 통해 석유·가스 메이저들의 LNG 프로젝트를 포함한 가스 상류부문 투자도 유인할 수 있다.

다섯번째, 에너지안보를 위한 LNG 기반시설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LNG 인수설비 개발과 함께 특히 동남아시아 회원국들에 있어서는 가스시장의 통합과 가스공급안보를 뒷받침하는 물리적 계통연계가 가능하도록 수송배관 등 관련 기반시설이 구축돼야 한다.

여섯번째, 조달체계 및 공정기술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LNG 산업 초기에는 상류부문의 탐사·개발·생산과 하류부문의 대규모 유틸리티까지를 아우르는 수직통합형 사업모델이 적합했지만, 근래에는 소형 LNG 터미널, 소형 LNG 수송선, 부유식 저장·기화 설비(FSRU), 부유식 액화설비(FLNG) 기술 등의 발전으로 LNG 가치사슬에서의 비용효과성을 높여 주고 있다. 때문에 APEC 회원국들은 교역·투자를 촉진하고 조달비용을 절감하는 전략적 동반관계가 필요하다.

일곱번째, 대안적 LNG 사업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LNG 시장에 점차 많은 국가가 다양한 참여자와 전략을 바탕으로 진입하면서, 판매자와 구매자 간 양자거래라는 전통적인 사업모델에서 점차 복잡한 거래방식을 채용하는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톨링 모델(tolling model)’의 경우 액화설비 소유자는 반드시 가스 생산자일 필요가 없으며, LNG 판매자나 구매자에게 액화설비 이용료만 징수하면 된다. 즉 가스 판매자는 액화설비 건설에 필요한 대규모 자본투자로부터 자유로워지며, 가스 구매자는 도착지제한 규정에 구속되지 않음으로써 계약물량 처리를 신축적으로 최적화할 수 있다.

여덟번째, 새로운 LNG 수급계약 조건의 진전이 필요하다.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 LNG 산업 여건은 LNG 수급계약 설계 패러다임의 전환에 유리한 시기다. 하지만 도착지제한 규정, 수송계약 이행의무, 물량인수의무, 장기 계약기간 등은 LNG 거래 활성화를 제한하고 있다. LNG 판매자의 대규모 자본투자에 따르는 위험 회피수단으로 설계된 이들 계약조건은 LNG 산업의 태동기 이후 거의 변화가 없는 실정이다. 다만 미국의 신규 판매자들은 도착지제한 규정이 없고 물량인수의 유연성을 제공하는 계약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전통적인 계약조건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다. 결국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당사자 간 이해관계의 조정을 위한 대화를 촉진하게 되고, 향후 LNG 교역의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아홉번째, LNG 프로젝트 활성화를 위해 LNG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국가 등에 대한 신용규제 완화 등 재원조달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열번째, 지역 가스허브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 현재 APEC 회원국 중 싱가포르, 일본, 중국 등에서 가스 대 가스 경쟁을 목적으로 가스거래 허브의 개발에 착수했다. 이런 구상은 개별국 정부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최종 목표는 업계 참여기업들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것이어야 하며, 정부의 역할은 규제자로서의 제한된 영역에 머물러야 한다.

열한번째, LNG 프로젝트의 투자와 규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LNG 교역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가 서로 간의 조정력을 향상하는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는 업계의 LNG 프로젝트 투자를 촉진해야 하며, 이를 위해 LNG 시장참여자들과 함께 예측 가능한 거시경제, 투자, 법률 및 규제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업계는 관련 규제 및 정책의 개선을 돕는 피드백을 정부에 제공해야 한다.

열두번째, 규제의 집행을 위한 적절한 제도·기구의 개발이 필요하다. 건전한 LNG 사업환경은 규제의 내용 자체뿐만 아니라 규제자가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나 공익을 대표해 투명하게 활동하고 이에 대해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규제를 집행할 수 있는 역량에도 달려 있다.

열세번째, LNG 프로젝트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업계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에 더해 지역사회와 사회단체가 LNG 프로젝트의 규제 및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협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들 이해관계자의 참여는 프로젝트의 초기단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는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열네번째, 아시아·태평양 지역 간 협력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APEC 회원국들은 LNG 거래 확대 및 LNG 시장의 유연성 증대 정도에 대한 자발적인 평가지표 개발과 실체적 행동에 대한 영속적 이행 의지를 담은 공동제안 마련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열다섯번째, APEC 국가 간 상호보완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세계 최대 LNG 소비국과 생산국들을 포함하는 APEC은 회원국들의 상호보완적인 가스시장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회원국 중 일본, 한국, 중국, 대만 등은 세계 최대의 LNG 소비시장을 구성하고 있으며, 미국과 호주는 현재 LNG 수출능력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APEC은 회원국들의 LNG 구매자·판매자 간 대화를 지렛대로 LNG 거래를 가속할 수 있는 훌륭한 논의의 장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APEC의 강점을 살려 LNG 수출국과 수입국 간 정보를 교환하고 교역·투자의 흐름을 증대하는 건설적인 대화, 진전된 각종 이니셔티브 및 개별 프로젝트들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스공사 평택생산기지 가스 저장 시설 전경

▲한국가스공사 평택생산기지 가스 저장시설 전경.


◇ 에경연 "국제 LNG 공조 일본에 뒤져…전략 마련 시급"

에너지경제연구원 김기중 박사는 APEC이 제시한 ‘LNG 교역 활성화 이니셔티브’에 대해 "이번 보고서는 사실 상당수의 일본 연구원이 참여하고 일본 정부가 주도한 면이 있다"며 "일본 정부는 지난달 18일 개최된 제6회 ‘LNG 생산국-소비국 회의’에서 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100억 달러 규모의 LNG 기반시설 투자를 지원할 방침을 밝히며 LNG 거래허브를 개설하는 등 LNG 교역·투자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세계 제2위 LNG 수입국이고 단일 전국 가스공급망을 갖추는 등 일본보다 유리한 천연가스 공급기반을 갖고 있지만, LNG 시장의 발전을 위한 국제공조 측면에서 일본에 뒤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내 가스시장 규모와 국제적 네트워크, 지리적 여건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장지향적 전략 수립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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