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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들수첩] 여전히 곁을 주지 않는, 자유한국당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1.16 13:52

정치부 이현정 기자


정치부로 새로 발령받는 기자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얼굴도장’ 찍기다. 각 당사는 물론, 관련 상임위와 주요 의원들이 대상이다.

기자가 소속된 본지도 최근 정치부를 신설, 강화하고 있다. 산업부에서 잔뼈가 굵은 기자는 운 좋게(?) 정치부 1기로 발령받았다. 얼마 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공보실에 ‘얼굴도장’을 찍으러 갔다. 분위기가 묘한 위압감을 줬다. 응대하는 관계자가 내민 프로필을 작성해 건넸으나 "빠짐없이" 적어달라며 다시 내밀었다. 공란이었던 본적을 기입한 뒤 되돌려 주면서 출입기자의 본적까지 알 필요가 있는지 물었다. 관계자는 만찬 등 행사가 있을 때 당 간부들이 프로필을 참조한다고 했다.

물론 기자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단서가 되거나 자기 지역구 출신일 경우 더욱 신경을 쓰기 취해 호적 정보가 필요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지역색 채우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국회와 유세장에서 호남·경남 운운하며 고성을 지르던 의원들의 영상까지 순간 머릿속을 지나갔다.

그 이후의 일은 가관이다. 프로필을 살펴 본 관계자가 "상시 출입사가 아니시네요. 보도자료를 보내드릴 수 없겠는데요"라고 말했다. 다른 당사에서는 듣지 못한 말이다. 보도자료나 당 일정 정도는 발품을 팔아 당사를 쫓아가서 관계자들에게 읍소하지 않아도 홈페이지를 통해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정치부 출입기자들은 당사 소식을 이보다 먼저 알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보도를 할 게 아닌가.

본지의 감시와 견제를 차단한 당시 관계자의 행동이 당의 입장인지, 관계자 개인의 행동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기자로서는 지역색 칠하기, 언론사 줄 세우기를 하는 관계자의 반응에서 불통의 아이콘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아우라를 보았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가 차지하는 영역은 절대적이다. 그만큼 언론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한 곳이다. 청와대나 국회에 상시 출입기자로 등록한 언론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자단은 별개의 문제다. 적어도 민주주의를 하겠다고 모인 집단인 각 당의 당직자나 의원들이 이런 것을 따진다면, 자신들에 대한 가디언을 선별해서 받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유력한 유권자가 아니라면, 소통을 거부하겠다는 말과도 상통한다.

박 전 대통령이 철저히 몰락할 수 있었던 근본 원인은 불통에 있었다는 것은 정치권 안팎의 지배적인 평가다. 촛불과 탄핵정국을 거치고, 최근에는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며 선 긋기에 나선 자유한국당이지만, 역시 초록은 동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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