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복현명 기자] 여신금융협회와 저축은행중앙회의 부회장 자리가 7개월이 넘도록 공석이 되면서 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4월 이기연 전 부회장이 임기가 만료된 이후 현재까지 후임 인선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역시 정이연 전 부회장(전무)가 같은 달 퇴임한 이후 후임 인선은 거론도 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 논란이 거세지면서 금융 관련 협회에는 민간 출신 임원들이 진입했다.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한 후 비관료 출신으로 회장직에 올랐고,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도 KB국민카드 대표이사를 지내고 첫 민간출신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금융 관련 협회장에 민간 출신들이 대거 입성했지만 금융당국과 협업해야 할 일이 많은 협회의 특성상 부회장직은 종전대로 금융감독원 등 관료 출신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두 협회의 부회장직은 금감원 출신들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전 여신금융협회 부회장은 금감원 부원장보를 지냈고 정 전 부회장 역시 금감원 조사연구실장을 역임했다.
일각에서는 각종 채용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금감원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제2금융권이 소외받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금감원 내부의 임원 인사의 밑그림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협회 인사도 조만간 윤곽이 나올 수 있다.
업계에서는 금감원 인사로 인한 외부 요인이 있지만 부회장 인선이 늦어지는 점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카드 등 여신 업계와 저축은행 업계는 새 정부의 금융정책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8월부터 우대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 가맹점의 범위를 확대했다. 또 오는 2019년부터는 유흥주점 등 일부 업종의 부가가치세를 카드사가 대리 납부하는 방안도 확정했다. 이는 카드업계에 부담으로 작용될 소지가 높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와 여신금융협회는 부가세 대리납부와 관련해 필요 인력 채용 등의 지원과 부가세 대납 수수료 지급 등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저축은행 업계의 경우 정부가 내년 1월까지 법정 최고금리를 24%까지 내리기로 하면서 저축은행 업계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서민 금융복지 증진을 위해 두 업계에 부담을 주는 정책이 등장하면서 규제 완화 등 반대급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가교 역할을 하면서 업계의 의견을 반영할 부회장이 공석이라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축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각종 채용비리 등으로 금감원의 역할이 흔들리면서 부회장 자리도 지연되고 있는 것 같다"며 "중요한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하루빨리 인선이 마무리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