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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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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석탄보다 일자리? 기후변화총회서 佛마크롱에 밀린 獨메르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1.18 15:41

-석탄화력 퇴출 비전 제시못해…마크롱과 대조
-트럼프와 맞서며 외교력 키워온 모습과 사뭇 달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독일 본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3)에서 개최국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도리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더욱 부각됐다. 독일의 석탄 사용 종료 시한을 확정 짓지 않아 환경운동가들을 실망시킨 탓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당사국총회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연이어 연단에 올랐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선언을 염두에 두고 "유럽이 미국을 대신할 것"이라면서 "프랑스는 2021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을 퇴출시킬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사실 전체 발전의 대부분을 원자력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는 프랑스로서는 석탄 사용 중단이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독일이 글로벌 기후변화대처에 리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언제, 어떻게 독일이 화석연료의 사용을 끝낼 것인지가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연정협상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전체 발전량의 40%에 달하는 화력발전으로 인해 2020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보다 40% 감축하기로 한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도 인정했다.

자신 있게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독일의 비전을 발표하지 못한 것이다.

총회 기간 프랑스와 독일 등 20개국은 ‘석탄 이후의 에너지에 관한 국제 연맹’을 발족시키며 2030년까지 석탄화력을 퇴출시키기로 했지만, 독일은 여기에 끼지 못했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독일이 탈(脫)원전을 선언하며 앞장섰지만, 석탄 화력발전 분야에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석탄 화력발전의 주요 원자재인 갈탄이 독일에서 전통적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탈원전 선언 이후 재생에너지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석탄 화력발전의 빈자리까지 메꾸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고민도 안고 있다.

메르켈은 지난 11일 본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해 "독일은 일자리를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기후 변화를 막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광산·에너지 노조 총회에 참석해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탈석탄 발전 속도를 늦추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즉, 탈석탄화에 있어서 실업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이에 독일 언론에서는 메르켈 총리의 당사국총회 연설이 공허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메르켈 총리가 올해 국제사회에서 외교 입지를 탄탄히 다져온 것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 전개된 셈이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의 국력에 비해 조용하지만 단단한 외교 행보를 보여왔으나, 독일이 경제부흥으로 유럽 최대 강국의 입지를 탄탄히 다지면서 3기 내각 들어 조금씩 국제 외교무대에서 조금씩 입지를 넓혀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고 나선 뒤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유럽의 리더로 자리를 굳히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는 한반도 긴장 상황과 관련해 중재 역할을 자처하며 외교의 폭을 넓혔다.

메르켈 총리는 연정협상 결과에 따라 다시 한 번 유럽 외교무대에서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

협상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은 EU 공동예산 마련을 반대하는 등 EU의 지원 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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