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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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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View] '중동 정세' 따라 춤추는 국제유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1.20 07:29

2배로 폭등 가능성도..."최대 수혜자는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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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끝을 모르고 추락하던 국제유가가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타고 2년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50달러 선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들어 이어지고 있는 유가랠리를 두고,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을 벗어나고 있는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풀어놓은 유동성이 물가를 끌어올릴 조짐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여기에 산유국들의 감산 연장 가능성, 이란 핵협정 파기 가능성, 사우디아라비아 정정불안 등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 공급 측면의 요인들도 유가 상승세를 자극했다는 해석이다.

이런 가운데 여전히 세계에 석유는 넘쳐나고 있지만, 최대 산유국 사우디와 이란 간 전면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유가가 2배 이상 폭등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와 주목된다.


◇ WTI 55달러, 브렌트유 60달러선 넘었다…더 오를까?

▲지난 3년간의 WTI 가격 변화 추이. (표=네이버 금융)


1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년 전 배럴당 45 달러 수준에 머물던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세계 경기 회복세와 함께 올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상승 국면에 돌입했다.

9월 들어 배럴당 50 달러를 넘어선 브렌트유 가격은 이라크의 키르쿠크 점령과 이란 핵협정 파기 가능성 등 중동 지역 이슈가 부각되기 시작한 10월 말부터는 급등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10월 20일부터 보름 만에 가격이 10% 이상 올라 지난 6일에는 배럴당 64.27 달러까지 치솟았다. 브랜트유 가격이 60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 2015년 6월 이후 약 2년 5개월 만이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도 지난 13일 배럴당 56.76 달러까지 상승했다. 한달 전과 비교해 가격이 10% 가량 올랐다. 중동 정세에 민감한 두바이유 현물 가격도 한 달새 13% 이상 올라 지난 6일 배럴당 61.83 달러까지 상승했다.

중동지역 정세 불안 요인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연장 가능성, 세계 수요량 증가 전망 등이 유가 상승세에 불을 지핀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양국 간 전면전은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호전적인 성향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잇달아 모험을 감행하고 있는데다, 이번 주 살만 국왕이 왕위를 양도할 것이란 보도까지 나오면서 전면전 시나리오를 완전히 간과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피터 테르자키안 오일프라이스 전문가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두려움이 ‘지정학적 리스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유 1배럴마다 시장참여자들의 두려움이 추가요금으로 붙는 식이라 보면 된다. 길었던 3년간의 공급과잉 시장이 마침내 끝을 보이며, 공급부족 우려가 시장을 강타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 원유시장 눈길은 다시 美셰일서 '중동으로'

미국 셰일업계 증산속도에 맞춰졌던 원유시장의 초점은 다시 중동으로 돌아오고 있다.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은 원유가격에 10∼20% 프리미엄을 부과했고, 최근 상승세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사실 원유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 간 유가는 중동의 온도계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해왔다.

가격에 부과되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제로에 가깝게 떨어졌던 지난 2015년 이후 최근까지 지정학적 리스크는 주요 요소로 고려되지 않았다. △이란 핵협정 △미국 셰일 혁명이 어떤 공급차질도 상쇄할 수 있다는 자신감 △급증하는 원유 재고 등 세 가지 요인에 힘입어 세계평화가 실현됐다는 인식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석유가 핵심 자원으로 부각한 20세기 이래 상황과 비교해 오히려 비정상에 가깝다.

최근 분분한 ‘피크오일(원유수요가 특정 시점을 정점으로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 논쟁이 석유 고갈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누가 중동과 중동산유국의 석유를 신경 쓰겠어?"라는 인식을 낳았고 "앞으로 몇 년 안에 모든 사람들이 전기차를 사용하게 될 것이며 유가가 어떻게 되든 무슨 걱정이 있겠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유토피아적 논의가 세를 불렸다.

그러나 모두 완전히 잘못된 안보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 과거에는 어땟나? ...1973년 중동 4차 전쟁으로 유가 4배 폭등

100% 전기차로 전환하겠다, 휘발유차를 퇴출하겠다며 너도나도 전기차 이야기로 시끌벅적 하다. 그러나 실제 전기차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 미만이고, 석유는 여전히 세계 경제의 핵심 요소다.

문제는 세계 원유 수요를 충당하는 주요 산유국의 상당수가 종교적 대립, 부패한 독재 정권, 내전 등으로 인해 갈등이 많은 지역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중동 분쟁이 원유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1973년 오일쇼크다. 당시 ‘욤 키푸르’ 전쟁이라 불리는 아랍과 이스라엘 간 4차 중동전쟁이 벌어지자 OPEC 산유국들이 원유 수출을 중단하면서 국제 유가는 4배 폭등했다. 미국 등 이스라엘 지지 국가들에 석유 금수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실제로 1973년 잡지에는 독일의 고속도로가 텅 빈 충격적인 광경이 두 페이지에 걸쳐 실려 있다. OPEC 금수 조치로 휘발유와 경유가 부족해지면서 차량을 운행할 수 없는 지경에 놓였기 때문이다.

테르자키안 전문가는 "당시 중동 분쟁이 세계 원유 공급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물량은 3%도 채 되지 않았고, 차질을 빚는 기간도 길어야 몇 달에 불과했다. 그러나 사우디와 이란간 전쟁은 순간적으로나마 원유 수송을 완전히 마비시키고 에너지 안보에 대한 수입국의 태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어 "공급차질은 퍼스널 모빌리티에도 많은 변화를 야기했다"며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소형차, 높은 연비, 고속열차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OPEC은 원유 수급 상황에 겉으론 우려를 드러내면서도 불안정성이 끌어올린 유가의 과실을 따먹으며 남몰래 웃음 지었다.


◇ 웃지 않는 OPEC …유가 폭등 수혜는 중동 아닌 전기차?

그러나 이제 아무도 웃지 않는다. 지역적 적대감은 최고조에 달했고, 각종 독가스를 비롯해 무기는 치명적인 수준이며, 물밑에 깔린 정치적 야심과 이해관계를 파악하긴 더 어려워졌다. 전쟁에 따른 여파도 훨씬 커졌다. 1973년 일일 원유 소비량은 5600만 배럴이었나, 오늘날은 1억 배럴에 달한다. 이 중 4분의 1이 사우디와 이란 사이에 위치한 전략적 협상 지점인 호르무즈 해협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테르자키안 전문가는 "내년 전반에 걸쳐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유시장은 OPEC이 ‘균형’이라고 부르는 지점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고 있고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원유 재고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면서 "방정식은 간단하다. 원유 생산업체들의 마진은 계속 작아지고, 중동 정세의 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가는 큰 변동성을 보이며 상방 압력을 받는다는 것"이라 설명했다.

결국 기술적으로든 군사적으로든 원유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경우, 유가가 쉽게 2배로 폭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테르자키안 전문가는 "1970년대와 상황은 달라졌다. 지금으로부터 20년이 지나면, 휘발유차는 구석으로 밀리고 자동차 잡지를 전기차 모델이 가득 채우게 될 것이다. 통상 고유가는 원유 생산자와 업스트림 부문(탐사&개발) 이해관계자들에게 희소식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가격의 극심한 변동성과 석유파동 가능성이 동시에 펼쳐지는 상황에선 전기차 업계가 더 희색을 보일 가능성 높다. 원유업계 불안정성의 최대 수혜자는 자연스럽게 전기차 업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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