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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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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사기' IDS홀딩스 무죄선고...'이상한 판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1.27 12:41



"피해자 여러분, 돈 없는 거 압니다. 그렇지만 변호사를 사셔서 잘 대응하십시오. 재판은 1심만이 아니라 2심도 있습니다."


최근 ‘1조원 규모 폰지 사기’ 사건과 관련된 IDS홀딩스 지점장 15명 재판을 맡은 이모 부장판사가 무죄를 선고하며 피해자들에게 한 위로(?)의 말이다. 선고 판결 1주일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은 이날을 잊지 못하고 있다. 증거 제출을 거부한 부장판사와 부당한 재판 진행에 항의하며 법정을 뛰쳐나간 부장검사. 그리고 분노에 차 언성을 높인 피해자들과 박수를 치며 ‘만세’를 부른 사기 혐의자. 이 재판에는 이례적인 일이 잇따르고 있다.

IDS홀딩스 사기사건 피해자 A씨는 27일 "판사가 말도 안되는 판결을 내렸다. 저게 판사가 할 말이냐?"며 분개했다. A씨를 포함한 복수의 피해자들에 따르면 지난 20일 서울동부지방법원 201호에서 열린 IDS홀딩스 지점장 15명에 대한 선고공판이 1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기 피해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IDS홀딩스 사기사건은 12000명의 피해자들에게 월 1∼10%의 이자를 주겠다며 1조1000억원을 빼돌린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자살하거나 지병이 악화돼 죽은 피해자가 무려 37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고공판 당일 오전 9시께 담당 판사는 "오후 1시에 하기로 했던 선고를 연기하고 변론재개를 하겠다. 그리고 오늘 1시에 증거조사를 하겠다.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증거조사를 당일 아침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이에 검찰측은 박은정 공판부장검사가 재판에 참석했다. 담당공판 검사와 함께 부장검사까지 재판에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방적인 재판 진행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해석된다.

판사는 재판에서 "오늘 변호사가 제출한 녹취록의 음성파일에 대하여 증거조사를 한다. 증거조사 후 가급적 판결선고를 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음성파일은 지점장들이 IDS홀딩스 사건이 ‘사기’라는 것을 몰랐다는 내용이 요지였다.

검찰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해당 녹취록을 검사측이 살펴볼 시간도 없이 재판을 강행한다고 항의했다. 박 부장검사는 "이럴 거면 뭐하러 검사에게 (증거조사에 대해)통보를 했냐"고 말했다.

더욱 문제는 변호사 측이 제출한 녹취록이 IDS홀딩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개시된 이후인 지난해 6월에 녹음됐다는 것이다. 많은 언론도 이 사기사건에 대해 보도한 이후다. 증거능력에 강한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 사건으로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는 ‘사기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판사의 의지는 강경했다. 변호사측 증거조사를 마치고 선고를 하겠다고 했다. 박 부장검사는 증거자료로 보이는 서류를 제출하려 했지만 재판부가 받아주지 않자,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판사는 5분의 휴정 후 증거부족을 이유로 피고인 전원에 대한 무죄를 선고했다.

당일 공판 참석자에 따르면 판사는 무죄선고 직전 "내가 판사 경력 동안 이 사건 만큼 힘든 사건이 없었고 피하고 싶은 사건이었다. 실수로 몸을 다치게 해도 처벌을 하는데, 여러분의 목숨 같은 돈을 실수로 이렇게 한 데 대해 왜 법이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지 저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판사의 발언에 대해 피해자들은 "제정신으로 할 말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무죄를 선고받은 한 피고인은 만세를 부르고 박수를 치며 법정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 피해자들에게 법적 자문을 맡아 온 이민석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탄핵증거도 상대방에 공격·방어수단을 강구할 기회를 사전에 부여해야 하는데 반대증거는 더욱 더 상대방에게 공격방어수단을 강구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며 "담당 판사는 불공정한 재판을 통해 1조원대 사기범들에게 면죄부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사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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