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사진=이미지 투데이)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앞으로 70000달러까지 오르지 말라는 법이 없다."
미국 온라인 브로커회사 인터랙티브브로커즈의 토마스 피터파이 대표가 지난 1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전면광고를 싣고 "비트코인이 앞으로 7만 달러까지 오르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발언한 내용이다.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지난 1년간 숱한 의심과 무시 속에서도 1000% 이상 급등하며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에도 100만원 씩 치솟자 일반인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고,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이들도 부쩍 늘어났다. 이제는 금융과 투자를 잘 모르는 이들까지도 비트코인이 전혀 생소하게 들리지 않는 세상이 됐다.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인 시카고 선물거래소(CME)는 올 12월에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말 발표했다.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연내 금이나 원유와 같은 자산 반열에 오르며 주류 금융시장에 당당하게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급등하면 할수록 버블에 대한 우려 또한 한층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금융사기’"라는 위험 경고도 그치지 않는다.
비트코인 거품에 대한 논쟁이 분분한 가운데, 비트코인 채굴에 따른 전력소비가 한국 총 전력소비의 약 6%에 달한다는 흥미로운 분석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 비트코인 채굴하는데 왜 전력 수요가 느나?
비트코인이 전력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비트코인의 채굴 방식부터 살펴야 한다.
비트코인은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회사의 개입 없이 인터넷상에서 작동하는 가상화폐로, 2009년 개발됐다. 비트코인은 발행주체가 없고 1비트코인(BTC)에 상응하는 고정된 액면가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필명의 프로그래머는 암호해독을 하면 누구나 비트코인을 ‘채굴(mine)’할 수 있으며, 이렇게 채굴된 비트코인은 여러 이용자의 컴퓨터에 분산되어 존재하도록 하는 디지털 통화 시스템을 고안했다.
비트코인을 만드는 과정은 광산업에 빗대어 mining(캔다)이라고 하며 이러한 방식으로 비트코인을 만드는 사람을 마이너(miner), 광부라고 부른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수학문제를 풀어 직접 비트코인을 채굴하거나 채굴된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여타 통화상품과 같이 금융기관에서 거래되는 화폐가 아니다. 이 때문에 최소한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거래기록을 장부에 남겨야 하는데, 기밀 유지를 위해 암호화하는 과정에서 암호 해독 즉, 채굴이 필요하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암호해독은 매우 복잡한 편인데, 통상 일반 PC 한 대가 5년간 쉬지 않고 암호해독을 했을 때 25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다. 통화 공급량이 엄격히 제한돼 총 발행량은 2100만 개까지 채굴할 수 있다. 유통량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한번에 채굴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들고 문제도 어려워져 희소성이 높아진다.
문제는 하루 종일 고사양 컴퓨터를 돌려야 하는 만큼 전력소비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현재 전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상당수는 미국이나 영국보다 전기요금이 저렴한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인구 밀도가 낮고 개발수준이 낮은 쓰촨 지역에 주요 채굴장이 몰려 있다. 석탄으로 전력을 생산해 중국 내에서도 전기요금이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다.
◇ 비트코인, 전기 먹는 하마?...개별국가 전력사용량 넘어서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비트코인 채굴에 드는 전기사용량은 예상치를 뛰어넘는다.
영국의 에너지 요금 비교서비스 회사 PowerCompare 에 따르면, 올해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사용된 에너지 소비량이 전세계 159개국의 전력수요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북한과 아일랜드,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들의 연평균 사용량을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2014년 기준 국가별 연간 전력소비량, 각국 전력사용량 대비 올해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된 전력량. (표-PowerCompare.co.uk) |
PowerCompare는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 데이터 제공업체 Digiconost의 통계 수치를 비교한 결과, 올 들어 현재까지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사용된 전기는 29.05TWh로 2014년 기준 북한의 연간 전력소비량 15TWh의 두 배에 달했다. 또, 2014년 기준 한국 총 전력소비량의 6%에 맞먹는 규모다.
이처럼 비트코인 인기가 높아지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채굴방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밝혔듯 비트코인 초기 개발자가 2100만 개로 공급량이 제한되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채굴에 관계된 암호화 문제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해결에 필요한 시간도 늘어난다.
이에 따라 채굴자들은 더 강력한 사양을 가진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비트코인 채굴에 드는 전력소비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네덜란드 은행 ING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인기를 얻으며 채굴에 필요한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함에 따라, 1비트코인 채굴에 따른 전력소비 규모가 미국의 한 가구가 한달 간 사용하는 전기소비량에 맞먹는 것으로 추산됐다.
◇ 중국선 발전소 전기 도난 사건까지…한국선 산업용 전기 악용 사례↑
가상화폐 트레이딩 플랫폼 eToro의 마티 그린스펀 애널리스트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Antpool에서 BTCC까지 상위 6개 비트코인 채굴장은 모두 중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전체 채굴 수요의 80% 이상이 중국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그린스펀은 "비트코인에 따른 전기수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며 "최대 비트코인 채굴 국가인 중국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대부분 석탄 등 화석연료에서 나온다. 이제 비트코인 화폐 자체 뿐 아니라, 이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에너지가 어떻게 생산되는 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실제로 비트코인 채굴이 가장 활발한 중국에서는 산간 지역에 자리한 수력발전소 근처에 채굴장을 설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가운 바깥 공기를 내부로 끌어와 전력 소모 없이 장비의 열을 식혀 주는 외기 냉방을 이용해야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전기요금을 아끼려는 채굴 업체들이 국가 소유의 수력발전소 옆에서 전기를 절도하는 황당무계한 사건도 벌어졌다.
오태민 크립토비트코인연구소 소장의 저서 ‘비트코인은 강했다’에 따르면 중국의 한 전력발전소에서는 2016년 5월 이후 생산된 전기의 97%를 잃어버렸다. 알고 보니 근처에서 몰래 채굴장을 운영하는 업체가 50개의 서버로 채굴하고 있었다. 지난 한 해에만 중국 정부가 신고한 ‘전기 절도’ 비트코인 채굴자만 77명이다.
국내에서도 전기요금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채굴 사업자들은 ‘서버 임대’, ‘서버 제조’로 사업을 등록한다. 신사업인 만큼 법적 규제가 따로 없어 산업용이나 농업용 전기가 아닌 일반 전기를 쓰고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 채굴에 산업용 전기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전력 사용이 급증함에 따라 채굴비용이 상승하면서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씨티그룹의 크리스토퍼 채프만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은 최근 1만 달러(한화 1089만 7000 원) 수준까지 접근했지만, 현재의 성장 추세와 전력 사용을 기반으로 계산했을 때 "채굴의 수익성을 맞추려면 2022년까지 30만~150만달러(3억 2691만 원∼16억 3455만 원)까지 폭등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 수준에 도달하기 전에 각국 정부가 채굴에 대한 규제와 과세를 통해 전력 사용을 억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