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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비OPEC 일부 산유국들이 원유 감산기간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말 열린 OPEC 총회에서 감산참여국들은 2018년 3월 말로 종료 예정인 감산기간을 2018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당초 감산참여국들은 하루 약 180만 배럴의 원유를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감산하기로 했으나, 5월에 감산기간을 9개월 연장한 데 이어 이번에 또다시 감산기간을 9개월 더 연장했다.
감산기간 재연장은 예견된 일이었다. OPEC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사우디와 비OPEC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가 총회 전 수차례에 걸쳐 감산기간 연장의 필요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10월 초에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를 방문한 사우디의 실력자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난 후 감산기간이 9개월 더 연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양국의 석유부 장관들은 감산기간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OPEC과 러시아가 감산기간을 연장한 것은 여러 측면에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우선 세계 석유시장의 수급 균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석유시장은 지난 2014년부터 계속 공급 과잉 상태였으나, 올해 들어 예년 수준을 상회하는 소비 증가와 OPEC의 생산 감축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동안의 공급 과잉으로 누적된 OECD 국가들의 총 석유재고는 여전히 과거 5년 평균에 비해 1억 4천만 배럴 가량 많다. OECD 석유재고를 과거 5년 평균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감산참여국들이 천명한 ‘석유시장 안정’의 구체적인 목표다. 다음으로 사우디가 내년 하반기에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우디는 ‘비전 2030’이라는 경제개혁계획의 일환으로 아람코 지분 5%를 주식시장에 상장해 국부 펀드를 조성하려고 한다. 국제 유가 수준은 아람코의 상장 가치를 좌우할 결정적인 요소이므로 사우디에게 유가 부양은 긴요한 과제다.
러시아에게도 유가 하락을 방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러시아는 에너지부문이 수출의 70%를 차지하고 재정수입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석유와 가스에 대한 경제의 의존도가 높다. 게다가 내년 3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다만, 러시아는 감산기간 재연장이 국제 유가의 과도한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유가의 급등은 루블화의 평가절상을 가져와 석유수출에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러시아가 배럴당 50달러 초반에 머물던 유가가 11월 들어 60달러를 넘는 상승세를 보이자 감산기간 연장은 9개월이 아닌 6개월 정도가 적당하다고 주장했던 이유다. 결국 OPEC과 러시아는 감산기간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되, 내년 6월 총회에서 시장 상황을 다시 점검하기로 합의했다.
과거 OPEC과 러시아가 올해와 같이 견고한 감산 공조 체제를 유지하며 감산을 이행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올해 10월 기준 OPEC과 러시아의 감산 준수율은 모두 100%를 넘고 있다. 그만큼 미국의 셰일오일 붐에서 비롯된 유가 폭락으로 산유국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OPEC과 러시아가 감산기간을 내년 연말까지 연장했지만 국제 유가가 계속 상승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유가 상승은 중동정세 불안에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과 함께 감산기간 연장 결정을 미리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내년의 세계 석유수급은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증가로 인해 감산참여국들이 현재와 같이 높은 감산 준수율을 유지해야 겨우 균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계절적 요인에 의해 석유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1분기에는 다시 공급 과잉이 나타날 수도 있다. 지정학적 불안이 완화되면 유가는 오히려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