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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 美 에너지기업 '조용한 기술혁신'...국제유가엔 '악재(?)'

한상희 기자hsh@ekn.kr 2017.12.04 09:53:35

 
-빅데이터 활용 시추 등 디지털화, 셰일 손익분기유가 낮춰
-셰일업체 효율성 개선 시 공급과잉으로 유가에 하방압력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오클라호마 그랜트·가필드 카운티 광구에서 하루 2700 BOE(원유환산배럴·원유와 가스를 포함한 양)의 원유·천연가스를 생산, 현지에서 판매하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국제 유가가 심상치 않다. 1년 전만 해도 배럴당 40달러선을 맴돌던 국제유가는 올해 9월 들어 50달러를 넘어 가파른 상승세를 타더니,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기대에 힘입어 60달러선까지 치솟았다. 일각에선 2018년에는 70달러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과연 내년 유가는 다시 한번 고공행진을 거듭할까.

2018년 유가 전망을 가르는 핵심 열쇠는 단연 미국 셰일업계다. 러시아와 OPEC 등 주요 석유수출국들이 감산에 돌입한 상황에서 셰일업계만 증산 추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셰일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 기술 혁신이 원유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2014년 이후 3년 간 이어진 저유가 한파 속에 미국 셰일 시추업체들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손익분기유가를 낮췄고, 마침내 배럴당 50달러선에서도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됐다. 셰일업계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빅데이터 등 기술 혁신으로 배럴당 40달러대까지 손익분기유가를 낮추기 위해 애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 미국 셰일업계선 기술혁명 중


이에 대해 닉 커닝엄 오일프라이스 연구원은 "에너지 분야의 기술혁신은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원유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셰일업계의 생존은 공급과잉을 낳고 유가에 하방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커닝엄의 분석대로 현재 셰일업계에서는 조용한 기술 혁명이 진행 중이다. 로열더치쉘(Royal Dutch Shell Plc)의 근로자들은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에 위치한 사무실에 앉아 500마일 떨어진 퍼미안 분지의 셰일 광구들을 제어하고 있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중소 규모의 셰일기업들이 기술혁신을 주도해왔으나, 이제는 대형 석유기업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전문지식을 셰일 시추에 도입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석유공룡들은 전세계에서 진행 중인 메가 프로젝트에서 지출을 삭감해 셰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처럼 석유 공룡들이 추진 중인 기술혁신의 일부는 고도로 자동화된 심해 유전 프로젝트의 기술을 셰일로 옮겨온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에너지 부문의 디지털화 물결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기술혁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디지털화는 원유시장의 수요와 공급 사이의 경계를 흐리고 있다"며 "아직까진 전력 분야와 스마트 그리드가 변화의 물결의 중심이지만, 궁극적으로 가정, 수송, 산업 등 에너지 시장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 기술혁신에 돈 쏟아붓는 석유공룡들

실제 셰일 산업은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신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일례로 과거 석유기업들은 유전에서 시추를 하고 결과를 평가했으나, 최근에는 센서를 이용해 시추에 들어가기 전부터 최종 생산가능량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데이터를 한 데 모아 일관성 있는 하나의 사진으로 만드는 일은 까다로운 작업이다. 여전히 다음에 어떤 광구로 이동해야 할 지 결정하는 것은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확률게임은 예측 분석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가령 광구 성능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지질학적 데이터와 비교함으로써, 가장 많은 원유를 뽑아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컴퓨터로 추출하는 방식이다. 이는 추측에 의존해 시추작업을 진행하던 몇 년 전의 상황과 비교해 극적으로 달라졌다는 평가다. 데이터 분석을 통한 셰일 시추는 비용과 리드 타임을 최대한 줄임으로써, 더 많은 양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해준다.

쉘 시추 근로자인 오스카 포틸로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셰일 유전을 시추하는 데 과학을 도입하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밝혔다.

이외에도 셰일오일 시추나 송유관 기름 유출 사고를 막기 위해 드론을 이용하거나, 셰일 광구 가동률을 자동으로 조절하기 위해 센서를 사용하는 작업이 기술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주로 심해 유전 시추에서 사용했던 기술이지만, 셰일 패치에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최대 셰일기업 중 하나인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의 라이언 랜스 최고경영자는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셰일 유전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지 않은 기업들은 △시추업체들이 폭발적인 증산 추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어느 시점부터 빠르게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거나, △셰일 유전에서 뽑아낼 수 있는 자원의 양이 예상만큼 많지 않을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기술 발전속도는 생각보다 더 빠르고, 그들은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틀렸다"고 힘주어 말했다.


◇ 생산비용 절감에 공급물량 5% 증가 전망…OPEC은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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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분기∼2017년 1분기 미국 셰일업계 평균 손익분기 유가. (단위=배럴당 달러, 표=리스타드 에너지/세계은행)



당장 내년부터 쉘은 프래킹 작업을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근로자들이 한 번에 여러 개의 우물을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리스타드 에너지는 광구당 평균 시추 비용이 2017년 590만 달러에서 2020년 400만 달러로 약 3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IEA는 에너지 디지털화의 물결이 생산비용을 10∼20% 가량 낮출 것으로 추산했다. 커닝엄 연구원은 "비용 절감에 힘입어 더 많은 원유 매장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셰일업체들이 높은 비용이나 기술적 한계에 부딪쳐 시추를 포기했던 광구에서도 추출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IEA는 에너지 분야의 디지털화에 힘입어 전세계적으로 원유가스 유전에서 추출가능한 물량이 5% 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손익분기유가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미국 셰일업계는 2014년 유가 폭락 이후 처음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게될 전망이다. 그러나 셰일업계의 기술혁신을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다. 손익분기유가 하락은 미국의 원유생산량 증가로 이어지면서, 원유시장 균형을 통해 유가를 끌어올리려는 OPEC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기 때문이다.

커닝엄 연구원은 "에너지업계 디지털 혁신에 따른 비용 절감은 셰일업계의 손익분기유가를 낮출 것이고, 셰일업계의 생산효율성이 높아지면 향후 수년간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분야의 기술 혁신이 원유시장에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커닝엄의 분석이다.

이제 미국 셰일업계는 배럴당 50달러선에서도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게 됐다. 지난 여름 미국의 원유채굴장비수가 급감했는데, 셰일업계가 배럴당 50달러 미만의 유가에서 고군분투했기 때문이다. 이후 유가가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며 배럴당 60달러선까지 반등했고 셰일업계도 마침내 비용절감에 성공하면서 다시 증산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산유량은 지난 9월 일평균 950만배럴을 기록, 지난 2015년 4월 960만배럴을 기록한 이후 최대 월간 산유량을 나타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 석유 시추기 수 증가와 에너지 부문 투자 확대 등에 따라 셰일 오일 생산 증대가 예상된다"며 "국제 유가 상승폭은 제한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셰일산업은 2008년 첫 상업적 시추 이후 현재까지 충분히 성숙해온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적 기술개선 여지가 남아 있다"며 "이 경우 내년 셰일산업의 손익분기점이 소폭 하락해 유가의 가격폭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1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1% 넘게 상승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96센트, 1.7% 상승한 배럴당 58.36달러에 거래됐다. 새로 기준물이 된 브렌트유 2월물은 약 1.8% 오른 배럴당 63.73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청산된 1월물과 비교해서는 16센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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