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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View] 전기차는 비싸다?

"美·英·日선 휘발유·디젤차보다 저렴"

한상희 기자hsh@ekn.kr 2017.12.05 09:30:50

 
- 4년간 차량 소유비용 분석
- 연료비 적고 유지비도 낮아
- 수년내 보조금 없이도 저렴
- "中 전세계 전기차 시장 선도"
- 韓 충전인프라 확산이 관건


▲닛산 리프 전기차가 충전되고 있다. (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국내 소비자 중 10명 중에 3명이 비싼 가격 때문에 전기자동차(EV)를 구매하기 망설여진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친환경차가 각종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받고 유지비용 측면에서 내연기관차에 비해 장점이 있다고 하지만, 출고가 자체가 높아 아직도 가격이 비싸다고 보는 소비자들이 30% 이상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연구조사 결과, 영국 미국 일본에서 휘발유·디젤차보다 전기차의 소유·유지 비용이 저렴하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영국 리즈대학교의 케이트 파머 교수 연구진은 최근 ‘응용에너지’ 저널에 게재된 논문에서 "가격을 낮추는 것이 전기차 확산의 핵심요인"이라고 강조하면서 "전기차는 현재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휘발유차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향후 몇 년 안에 보조금 없이도 가장 저렴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전기차 소유비용, 미국·영국·일본서 휘발유·디젤차보다 저렴해

▲2015년 기준 순수전기차, 디젤차, 휘발유차,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의 연간 소유비용. 감가상각비, 세금, 유지비용, 보험비, 연료, 전기세. (단위=파운드, 표=가디언)


특히, 연구진들은 지난 4년간의 차량 소유비용을 분석한 결과, 영국·일본·미국 텍사스·캘리포니아 등 조사를 수행한 모든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가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소유비용에는 구매 가격, 감가상각비, 연료비, 보험료, 세금, 유지비 등이 포함됐다. 여기에서 감가상각비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정자산은 노후화로 인해 경제적 가치가 하락하게 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고정자산에서 감소되는 가치를 비용으로 환산한 것이다. 그 이용액에 해당 연도에 부담시키는 회계상의 처리나 절차를 감가상각이라 한다.

우선 순수 전기차는 연료비가 훨씬 저렴하다. 전기요금은 휘발유나 디젤유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엔진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잔고장이 덜하고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해야 하는 시기도 길어 유지비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실제 2015년 기준 순수 전기차의 연간 유지비는 휘발유·디젤유 차량보다 10% 가량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차의 배터리 엔진과 내연기관 엔진을 동시에 장착한 하이브리드 차량 같은 경우 지급받을 수 있는 보조금 액수가 낮아 일반적으로 휘발유·디젤차보다 약간 더 비싸다. 한 대의 차량이지만 두 개의 엔진에 대한 가격을 모두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자국 자동차 회사의 경쟁력이 높아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에 높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일본은 예외적이었다.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한 제임스 테이트 연구원은 "생산규모를 늘릴수록 전기차 가격이 저렴해지고 배터리 가격이 더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면서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한 동료들은 이같은 결과에 대해 놀랍고 대단히 고무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현재 영국과 일본 정부는 순수 전기차 구매 시 약 5000파운드(732만 3600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미국은 6500파운드(952만 680 원)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테이트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이 상당히 많은 수준이지만, 조만간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며 "닛산 리프는 2025년, 르노 조에 같은 경우 그보다 이른 2020년대 초반에 보조금 없이도 휘발유차보다 저렴해질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 디젤 스캔들 이후 급부상한 전기차…중간 가격대 놓고 경쟁 치열

사실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시장의 관심을 받게된 것은 2014년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스캔들 이후다. 폭스바겐을 시작으로 벤츠, 포르쉐 등 주요 자동차기업들이 배기가스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클린 디젤 신화는 완전히 무너졌고, 이후 전기차가 친환경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다는 평가다. 실제 연구가 수행된 영국에서 2016년 디젤차 판매량은 30% 급감한 반면, 전기차 판매는 37%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테이트 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속도라면, 향후 18개월 안에 전기차가 디젤차 판매량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며 "이제 관건은 자동차 제조기업들이 전기차 수요를 감당할 만큼 생산용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다"고 전했다.

전기차 전문 매체 EV-Volumes의 빅토르 이릴 애널리스트는 "현재 전기차 시장에 출시되어 있는 모델 중 닛산 리프와 테슬라 모델 S가 각각 저가와 고가 제품군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나, 가족용 차로 주로 사용되는 중간 가격대에서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통 완성차 기업들은 자사들의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베스트셀링 모델에서 전기차에 점유율을 빼앗길까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시장도 문제다. 전세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지역 중 하나인 중국은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이자,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때문에 중국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는 데 관건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현재 중국 시장은 BYD, 지리, 베이징자동차 등 중국 현지 자동차기업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테이트 연구원은 "유럽과 미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낮잠만 자고 있는 사이, 중국은 모든 국가를 앞질러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자동차협회인 RAC재단의 스티브 구딩 대표는 "현시점에서 전기차 시장은 본격적으로 개화되지 않은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면서 "영국 같은 경우 도로 위를 주행하는 차량이 총 3200만 대인데, 그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2만대에 불과하다. 휘발유와 디젤차라는 거대한 괴물을 넘어서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또 각국 정부가 연료 사용 감소에 따른 막대한 세금손실분을 메우기 위해 전기차에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가격 면에서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없다는 점도 경고했다. 이어 "소유비용이 전부가 아니다. 실용성과 편리성이 차량을 선택하는 또 다른 핵심요인"이라면서 "광범위하고 안정적이며, 차량 소유주가 필요한 속도로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 공공 충전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정부는 산업계와 협력해 충전인프라 구축을 위해 2억 파운드(한화 2931억 600만 원)를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영국 제시 노만 교통부 장관은 "현재 영국은 900개의 급속 충전소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1만1500개의 공공 전기차 충전소를 갖추고 있으며, 유럽 내에서 급속 충전망 보급이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테이트 연구원은 사회적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전기차를 구매하는 이들은 주로 보조금 지원 없이도 전기차 비용을 감당할 수 있고, 가정용 충전을 위한 개인 주차공간을 갖고 있는 부유층"이라며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보다 저렴하게 차량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고를 사용하는 일은 모순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 한국은?...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산이 ‘관건’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어떨까. 영국과 마찬가지로 전기차 보급은 잰걸음을 걷고 있는 반면, 충전소 확산은 거북이 걸음이다.

2011년말 전기차는 전국에 344대에 그쳤으나, 2014년부터 연평균 128%씩 늘어 올해 2만대를 넘었고 내년엔 3만대 정도로 관측된다. 서울엔 올 연말까지 5500대 전기차가 등록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기차 충전소 확산 속도는 느린 편이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전국에 급·완속 전기차 충전소는 1202곳으로 집계됐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전기차 사용자들에게 조사해보니 다시 전기차를 살 뜻이 없는 사람이 24.9%였다. 그 이유론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 인프라가 많지 않다"(89.5%)는 점을 꼽았다.

이에 서울시가 팔을 걷고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서울 중구 다동에 전기차 6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전용 충전소를 처음 만든데 이어 2019년까지 서울 5대 권역(도심, 서남, 동남, 동북, 서북)마다 전기차 전용 충전소를 2곳씩, 모두 10곳에 설치할 계획이다.

5~10대 충전기가 설치돼 기다리는 시간을 줄인 ‘무장애 서울형 충전소’는 24시간 운영된다. 여러 차가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공용 충전기는 현재 207대에서 2025년까지 1500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치구 청사나 대형·공용 주차장뿐 아니라 일반 주유소에도 충전기를 설치하겠다는 뜻이다. 또 시는 해마다 60곳씩, 2025년까지 500곳 주유소에 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정부 측은 "충전기 1대를 설치하는 데 4000만원 정도가 드는데 서울시는 에너지관리공단과 함께 충전기 1대당 3000만원가량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충전기가 기름 탱크와 6m 이상의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안전 기준을 충족하려면 대형 주유소만 설치가 가능하고, 주유소 입장에선 수익도 크지 않다"며 "가령 현대차의 전기차인 아이오닉 기준으로 1대를 30분 동안 충전하면 주유소는 3740원 정도 수익을 얻는다. 따라서 전기차가 급속도로 많아지지 않으면 설치비를 회수하는 시간은 상당히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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