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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 국제유가 60달러 초읽기…유가랠리의 숨은 손 ‘사우디 실세 MBS’

한상희 기자hsh@ekn.kr 2017.12.06 08:14:16

 

SAUDI <YONHAP NO-3568> (AFP)

▲사우디 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올해 원유시장을 뜨겁게 달군 인물은 단연 사우디 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속칭 MBS)이다.

탈석유 경제개혁부터 서울 44배 규모의 신도시 건설 계획까지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서구사회에서는 미스터 에브리씽(Mr.Everything)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올해 유가를 끌어올린 빈살만 왕세자가 내년에도 이 같은 전략을 이어가면서 유가가 내년 11월 최대 배럴당 80달러선까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 11월 초 빈살만 왕세자는 피의 숙청 작업을 단행하며 왕족과 고위관료들을 연행했고 이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탓에 국제유가(WTI 기준)는 배럴당 60달러 바로 앞까지 치솟았다. 왕위 계승 서열 1위로 공식 등극한 것은 올해지만, 빈살만 왕세자가 실권을 쥐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2016년 4월 사우디의 탈석유 경제개혁 비전 2030과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IPO를 추진해왔다. OPEC 회원국 중 가장 많은 감산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원유감산에 돌입했으나, 유가가 50달러 언저리에서 크게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의 마음은 급해졌다.

경제개혁을 위한 재원 마련에 유가 상승이 절박했던 빈살만은 이번 OPEC 감산 연장의 숨은 공신이기도 하다. 지난 해 감산 합의와 지난달 30일 러시아 등 일부 탐탁치 않는 세력들이 있었음에도 감산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빈 살만 왕세자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다.

실제 러시아는 자국 국영 석유회사 내에서 미국산 셰일오일만 배 불리는 전략이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와의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감산 합의에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칼리드 알 팔리 에너지 장관에 따르면, OPEC은 현재의 감산 정책을 내년 하반기에도 고수할 예정이다. 이 전략 역시, 뒤에는 빈살만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권력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Mr.Everything, 빈살만 왕세자는 누구?


그렇다면 세계 원유시장을 쥐락펴락하는 1985년생, 신세대 왕세자 빈살만은 어떤 인물일까.

빈살만 왕세자는 살만 국왕과 그의 세 번째 부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왕립 킹사우드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졸업 뒤 민간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뒤 스물네 살이던 2009년 당시 리야드 주지사를 맡고 있던 아버지의 자문역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리야드 경쟁력 위원회 사무총장, 킹 압둘아지즈 재단 이사회 의장,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회장, 국방장관 등을 거쳤다.

빈살만 왕세자는 과거에 없던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작년 4월에는 직접 연단에 올라 국정 연설을 하면서 중장기 사회·경제 개혁 프로그램인 ‘비전 2030’을 선포했다. 두 달 뒤인 6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로 날아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립자를 면담하면서 "탈석유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를 존경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 8월에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의 땅인 홍해 연안에 음주와 비키니 착용이 가능한 대규모 무비자 관광 휴양지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도 발표했다. 그는 이번 여성 운전 허용에 이어 여성이 외출할 때 남성 보호자와 동행하도록 한 제도도 철폐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그는 ‘사우디 개혁 아이콘’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정치적으로는 호전적이며 냉혹한 면모를 보여왔다. 빈살만 왕세자는 국방장관에 임명된 지 두 달 만인 2015년 3월 군 주요 참모들과 상의도 없이 예멘의 시아파 반군에 대한 전투기 공습 명령을 내렸다. 민간인 사망자가 속출했다. 지난 6월에는 중동 국가들의 카타르 국교 단교를 주도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그는 시리아와 예멘에서 대리(代理) 전쟁을 일으켜 아랍 지역의 안보를 뒤흔드는 정치적 도박꾼"이라고 했다.

그가 왕세자에 오른 과정도 극적이었다. 그는 지난 6월 말 군대를 동원해 당시 왕위 계승 1순위이던 사촌형 무함마드 빈나예프(58) 왕자를 가택 연금하고 ‘왕세자’ 자리를 빼앗았다. 이어 빈나예프의 측근들을 한직으로 몰아냈다. ‘왕자의 난’에서 최종 승리를 거둔 것이다.


◇ 탈석유 개혁의 핵심 ‘비전2030’

빈살만 왕세자가 모색하고 있는 변화의 결정체는 ‘비전2030’이다. 빈살만이 주도한 이 계획에서는 사우디의 차기 15년을 밀고 갈 국가 전략 방향과 비전이 제시됐다. 국가경제에서 석유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것을 골자로, 건설·관광·기술 등 다양한 산업을 도입하고 국영기업들을 민영화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

개혁의 일환으로 서북부 홍해 인근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 넓이에 해당하는 미래형 신도시 ‘네옴’(NEOM)을 건설하겠다는 프로젝트도 발표했다. 투입되는 돈만 약 5000억 달러(약 550조원)다. 이 도시에는 석유 대신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가 공급된다.

계획을 위해선 아람코 IPO를 최대한 비싼 가격에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게 급선무다. 사우디는 기업가치 약 2조 달러로 평가되는 아람코를 내년 하반기 중 사우디 증시와 해외증시에 동반 상장하고 지분의 최대 5%를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성사만 되면 세계 증시 사상 역대 최대규모 기업공개(IPO)에서 1000억 달러를 회수하게 된다.


◇ 사우디 개혁 성패는 국제유가에 달려…"더 상승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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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 간 서부텍사스유 가격 변화 추이. (표=네이버 금융)



향후 수십 년간 중동 정세를 좌우할 빈살만 개혁의 성공 여부는 에너지 부문 투자자들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빈살만 탈석유 개혁의 승패는 온전히 석유에 달려있다. 유가 전망에서 빈살만 행보에 귀추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시장조사기관인 IHS의 대니엘 예르긴 부회장은 "사우디는 적절한 유가와 시장 점유율 유지가 필요하다"며 "역설적이게도 ‘비전 2030’을 실천하려면 원유를 팔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혁의 승패는 사실상 유가가 결정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배럴당 40달러의 가격에서는 아람코 IPO가 완전히 실패할 것이고, 아람코 IPO에서 마련될 재원 없이 석유 다각화도 불가능하다. 경제적 기반이 부재한다면, 아랍 세계의 청년층이 열망하고 있는 사회 문화적 개혁 역시 완전히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유가가 배럴당 75달러를 넘어 100달러까지 급등한다면 빈 살만 왕세자에게는 서구 자본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경제적 힘이 주어지게 된다. 그가 수십 년 동안 앉게될 왕좌를 통해 혁명적 계획을 시도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아람코의 IPO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왕족과 보수 성직자들의 반발을 누르면서 왕권을 공고히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본래 아람코는 사우디의 국영 석유회사로 사실상 왕가 소유 재산이기 때문에 아람코 지분 매각은 기득권층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25년 경력의 베테랑 댄 디커 에너지 전문 애널리스트는 "이라크에서 이란, 이스라엘까지 중동 정세 균형은 빈살만 왕세자의 전략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빈살만 왕세자의 개혁은 유가가 얼마나 상승할 지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그가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 지를 보면 우리가 지금 당장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 지 알 수 있다. 유가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실제 앞서 빈살만 왕세자는 "유가를 지지하기 위해선 무엇이든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 회장과 영국 재무차관을 역임한 영국의 권위 있는 이코노미스트 짐 오닐 맨체스터대 명예교수 역시 내년 안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선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오닐 교수는 지난 27일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원유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동시에 공급 측면에서 단기적 타격이 예상된다"며 "내년 북해산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선까지 치솟다가 11월 즈음 60달러선까지 내려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브렌트유 80달러는 올해 최고가인 64.65달러보다도 23.7% 높은 수준이다.

한편, 5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15달러(0.3%) 오른 57.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2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0.41달러(0.66%) 상승한 62.86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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