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각종 정치개입 의혹에서 ‘정점’에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28일 오후 이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환 조사가 올해 안으로 이뤄질지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주요 적폐청산 수사를 가급적 연내에 마무리 짓겠다는 목표를 밝히면서다.
6일 검찰과 법조계의 말을 종합하면 검찰 안팎에서는 국가정보원과 군(軍)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 등 적폐청산 차원에서 진행 중인 수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진행되는 사건 중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일들은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의 지시·관여 여부를 규명해야 수사가 종결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조사에 대해서는 단정적인 표현을 삼가며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 소환과 관련해 "지금은 그 부분을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총장이 주요 적폐수사의 ‘연내 종결’이라는 데드라인을 설정하면서 수사팀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현재로썬 이 전 대통령을 부를 만큼 관련 수사가 충분히 무르익지 못했다고 볼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는 크게 세 갈래다. 국정원 댓글 공작 지시·관여 의혹, 군 사이버사령부 정치개입 의혹, 자동차부품사 다스 관련 직권남용 의혹 등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윗선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으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입을 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댓글 사건 역시 ‘윗선’으로 꼽힌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의 구속까지 이르렀으나, 이들이 구속적부심에서 모두 풀려나 검찰이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댓글 수사와 달리 다스 의혹 수사는 여전히 초기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재 옵셔널캐피탈 장모 대표가 이 전 대통령과 김재수 전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 위주로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 사건은 다스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의혹과도 맞물려 있다.
결국, 문 총장이 연내 데드라인을 제시한 만큼 현재로썬 검찰이 이 전 대통령 소환에 나설 경우 다스 관련 의혹은 뒤로 미뤄둔 채 나머지 수사 진척 내용을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
문 총장도 이 전 대통령 조사 여부에 대해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 판단하겠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적폐청산 수사는 지난 8월 국정원이 민간인이 동원된 국정원의 댓글 공작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본격화해 4개월 째 이어지고 있다. 수사 대상은 모두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일어난 일로 국정원이나 청와대의 수사의뢰를 받은 사건들이다.
수사가 확대되면서 지난 정부 요직을 거친 인사가 대거 검찰에 소환됐고, 전직 국정원장 등 20여명이 구속됐다. 수사 대상이 된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와 국정원 소속 정모 변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면서 한때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기도 했다.
문 총장의 데드라인 발언은 적폐청산 수사가 수개월째 지속하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적폐수사 피로감’이 고조되고 ‘하명수사’ 논란 등 반발이 거세진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내년에는 국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사건 수사에 더욱 힘을 쏟겠다는 의지도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