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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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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View] "내년 태양광산업 거대 전환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2.07 09:02

발전단가 폭락에 기술발전 가속화 ..."재생에너지원 첫 상업적 수익낼 것"
개발도상국 태양광+ESS로 전환시
24시간 전기공급·비용도 80%절감
거북이걸음 韓...획기적 지원책 절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수도 와가두구 인근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이제 2017년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올해는 전기차 시장의 개화, 원자재시장 반등,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등 에너지업계에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이런 가운데, 다가오는 2018년은 태양광 산업의 상업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는 에너지 산업의 지형도를 바꾸는 차원을 너머, 개발도상국 10억 명 이상의 빈곤층이 24시간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되는 혁명적 결과를 일으킬 것이란 분석이다.

수익성 면에서도 점차 발전단가도 하락하고 비용효율성도 높아지면서 성장잠재력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다시 태양광 산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지난 1일(현지시간) 남호주에서는 미국 최대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가 세계 최대 규모 리튬 배터리 공장이 가동을 시작했고, 구글 애플 등 실리콘밸리의 IT기업부터 GE, 스타토일 등 전통에너지기업까지 앞다퉈 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그러나 보다 광범위한 차원에서, 태양광 기술이 전력난과 환경오염에 시달리고 있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개도국 빈곤층에게 한줄기 빛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 태양광 발전, 전세계 10억 명 빈곤층에 전력공급 가능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미국 친환경전문매체 클린테크니카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영국 시민단체 크라운 에이전트는 ‘태양광 혁명’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2018년은 태양광 산업의 거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태양광 발전단가가 폭락하고 기술 발전속도가 빨라지면서, 재생에너지원이 처음으로 상업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전세계에서 전기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전력을 공급받게 되는 혁명적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됐다. 개도국 교외 지역의 주민들이 디젤과 석유에서 벗어나 태양광으로 전환함으로써 에너지 비용을 80% 가량 즉시 낮출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2016년 기준 재생에너지는 세계 에너지믹스 중 11.3%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대비 1% 증가한 수치로, 성장률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감소했음에도 점유율은 늘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크라운 에이전트의 퍼거스 드레이크 대표는 "투자자들이 돈을 거둬들이고 있음에도 태양광 기술의 효율성 증가와 비용의 극적인 감소에 힘입어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드레이크 대표는 "태양광 산업은 한때 미래 먹거리로 각광을 받았으나, 공급과잉으로 태양광 패널 가격이 폭락하면서 투자가 급감했다. 이런 악재 속에서도 시장이 성장세를 유지했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스마트 머니가 태양광 업계로 다시 유입된다면 성장 속도는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태양광 에너지 기술의 진보로 단가는 빠르게 하락하고 있고, 공급안정성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강조하면서 "이제 정부와 민간 부문이 힘을 합쳐 태양광 산업에 투자를 늘려야 하는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현재 정부와 기부자, 민간 자본은 초기자본지출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차세대 태양광 발전의 장기투자수익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태양광 부문에 대한 투자를 꺼리면서 개발도상국의 태양광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전세계 태양광 발전단가가 기하급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태양광 발전의 비용 효율성은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

에너지저장시스템(ESS)과 마이크로그리드의 확대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현재 태양광의 확대를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간헐성이다. 간헐성은 흐리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 날씨 등 환경에 따라 전력 생산의 변동이 큰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특성을 말한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인 셈인데, 재생에너지와 ESS를 떼어놓고 논의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SS는 일조량이 높은 낮에 과잉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이 부족한 밤이나 흐린 날에 송전해 주는 저장장치로,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1977∼2015년 태양광 실리콘 패널 비용 하락세. 1977년 와트당 76달러에서 30센트로 99% 이상 하락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태양광 발전단가, 디젤·석유 발전기 대비 3분의 1 수준


크라운 에이전트에 따르면, 태양광과 ESS의 실질 비용은 kWh당 20센트를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소규모 디젤이나 석유 발전기로부터 에너지를 생성하는 비용이 최소 kWh당 60센트에 달하는 것과 비교해 3분의 1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개발도상국의 가구들이 태양광+ESS로 전환할 경우 즉시 80% 가량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 11억 명의 사람들이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곳에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태양광과 에너지 저장 기술이 합쳐진 발전소를 이들에게 공급하게 되면 투자자와 개발자, 빈곤층 모두에게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드레이그 대표는 "오프그리드 태양광 기술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전통 전력산업과 달리, 외곽 지역까지 송전선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 효율성이 높고 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외곽지역도 즉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데다, 인프라에 투입해야 하는 수조, 수십조 원에 달하는 국고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앙에서 지방으로 송전선을 설치하는 대신 전력 수요가 높은 이웃국가로 방향을 바꾼다면 초기투자비용을 회수하는 기간도 훨씬 단축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인구밀도가 낮은 외곽지역에 전력 인프라를 확충하는 사업은 비용효율성이 낮아 적자가 날수밖에 없다. 높은 성장잠재력을 지닌 태양광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 국내 시장은? "기업 투자 유도하려면 지원책 마련 절실"

국내 태양광 투자도 거북이 걸음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생에너지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관련 산업의 저변은 최근 몇 년간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가 목표대로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려면 기업 투자를 끌어올 획기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가 발표한 ‘2016년 신재생에너지 산업통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재생에너지 산업 7개 항목 가운데 6개 분야의 지표가 하락세를 보였다.

이 조사는 태양광, 태양열, 풍력 등 9개 재생에너지를 기준으로 매출액 등 7개 항목에 대한 현황을 집계한다. 조사 대상은 재생에너지 관련 설비를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업체다.

2016년 조사를 살펴보면 7개 지표 가운데 투자액 6880억원(-13.6%), 내수 4조1150억원(-17.3%), 기업체 수 405개(-14.4%), 수출액 3조5454억원(-13.0%), 고용인원 1만4412명(-10.9%), 매출액 10조892억원(-10.8%) 등 6개 부문이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투자액은 7개 항목 가운데 유일하게 2015년(-8.5%)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락 폭도 2년 동안 커졌다.

7개 항목 중에서는 해외공장 부문만 2조4288억원으로 전년보다 7.6% 늘었다.

이에 대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재생에너지의 국내외 투자비 감소는 기술개발로 인한 풍력 터빈 및 태양광 모듈 가격 하락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같은 정부 지원책으로는 기업이 선뜻 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를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민간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려면 정부가 추가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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