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좌)과 조경목 SK에너지 신임 사장(사진=SK그룹 제공)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내 석유사업을 담당하는 SK에너지 대표에 사상 처음으로 비(非) 석유 전문가를 앉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7일 SK그룹은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그간 지주사 SK㈜에서 재무부문장을 역임했던 조경목 부사장을 2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조 사장에게 손자회사인 SK에너지 신임 대표직을 맡긴다고 공식발표했다.
◇ 조경목, 부사장 선임 2년 만에 SK에너지 사장으로
SK에 따르면 조 신임 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SK㈜에 입사, SK텔레콤 자금팀장과 SK 재무실장 등을 지낸 ‘재무통’이다. 2015년 SK가 SK C&C와 합병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때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당시의 공을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SK에너지 대표직은 지난 2년 여간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김준 사장이 겸임하고 있던 자리로, SK그룹은 이번 SK에너지 별도 사장 임명을 통해 이 회사에 대한 내실 강화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조 신임 사장의 경력만 봐도 그렇다. SK에너지가 201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된 이래 이 회사 수장을 맡았던 3명(박종균, 정철길, 김준)의 사장 모두가 석유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었던데 반해 조 사장은 줄곧 재무 쪽 영역만 파고들었던 인사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재무통인 조 신임 사장을 SK에너지 새 수장으로 선임한 배경엔 ‘수익성 강화’를 통한 내실 경영을 추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SK에너지로 대표되는 SK이노베이션의 석유부문 실적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 석유사업, 매출 높은데 이익률은 저조
SK이노베이션의 사업부문은 크게 석유(SK에너지), 화학(SK종합화학), 윤활유(SK루브리컨츠) 사업 등 3개 영역으로 나뉘는데, 석유사업 부문이 전체 누적매출(연결기준)의 71%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 위치에 있지만 이익 측면에선 그렇지 않다.
SK이노베이션 누적 영업이익 2조 4000억 원 가운데 석유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비중에 한참 못 미친 42%에 불과하다. 오히려 전체 매출의 20%를 내고 있는 화학부문의 영업이익 비중(47%)이 석유보다 5%p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상대적으로 매출 비중(7%)이 낮은 윤활유 부문이 차지하는 영업이익 점유율도 15%에 달할 정도다.
상황이 이런 만큼 조 신임 사장에게 주어진 미션 또한 무리한 사업확장이 아닌 구조적 부분에 대한 개선일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의 2018년 임원인사의 전반적인 분위기 또한 ‘변화’보다는 ‘내실’에 방점이 찍혔다.
이와 관련 SK그룹 관계자는 "조 신임 사장은 앞으로 SK에너지의 본원적인 경쟁력 강화와 체질개선을 이끌어 나가게 될 것"이라며 "재무영역에 확실한 강점을 갖고 있고, 특히 SKC, SK증권, SK건설 등 다양한 관계사의 이사회 멤버로 참여해 왔던 만큼 경영능력도 이미 검증이 끝났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류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