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금융증권부 기자 |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가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인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범죄에 비해 가벼운 형량이다. 피해자들의 절절한 목소리를 한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아직 추가 의혹들이 산더미처럼 남았다.
세간에서는 IDS홀딩스 사기 사건을 ‘제2의 조희팔 사건’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누구나 이 사건을 설명하면서 ‘1조원대 사기사건’임을 강조한다. ‘1조원대 사기사건’은 수 많은 언론에서도 제목과 부제에서 빼놓지 않을 만큼 충분히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수식어다.
하지만 이 흥미로운 수식어 속에 포함된 뜻은 살벌하다 못해 섬뜩하다. 1만2178명이 1조969억원을 투자했고, 이중 7913억원을 잃었다. 37명이 이 사건으로 자살하거나 지병이 악화돼 사망했다.
사기금액이 1조969억원이고 피해액이 7913억원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 평균 연봉을 받는 3만2385명이 1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 돈을 거짓말로 속여 빼앗고, 그 중 2만3362명이 돈을 전액 날렸다는 뜻이다.
피해자가 1만2000여명이라는 뜻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하나은행, 삼성중공업, 스타벅스 등 기업의 전직원이 사기를 당한 셈이라는 뜻이다.
피해자들 중에는 평생 모은 전재산이라는 사람과 부모님에게 상속받은 재산 전액이라는 사람, 그 돈 때문에 삶이 망가졌다는 사람 등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넘쳐난다.
감정이 격해진 일부 피해자들은 김 대표에 대한 1심과 2심 재판과정에서 ‘스톡홀롬 신드룸’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며 공판마다 참석해 김 대표를 옹호하기도 했다. 이들은 취재 기자와 변호사를 폭행하는 사건까지 발생했을 정도로 격렬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마음을 바꿔 늦게 나마 손해를 보상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피해자를 양산한 IDS홀딩스와 관련해 이번 재판에서 밝혀진 것 이외에도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검찰이 IDS홀딩스의 계좌를 확인했을 때, 1101억원의 사용처가 불분명한 금액이 확인됐다. 심지어 김 대표는 검찰조사에서 "어디에 썼는지 말할 수 없는 돈도 있는 법입니다"고 의미심장한 말까지 했다. IDS홀딩스에 뇌물을 받은 혐의로 현직 경찰이 구속되기도 했다. 홍콩을 통해 해외로 자금이 흘러나간 정황도 나왔다. 의혹투성이다.
수사당국은 이번 재판 결과에 안주하지 말고, 좀 더 전방위적이고 실질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 피해자들은 아직도 돈을 일부라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있다. 피해자들의 돈을 찾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면, 이들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한 범죄자들을 일벌백계 하는 것이 두번째 과제다. 우리 수사당국이 이 두가지 과제를 완벽하고 끈질기게 완수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