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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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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View]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난'...EV 시장 성장세 제한하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2.15 07:43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코발트, 리튬, 니켈 등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전기차 시장의 미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뛰게 되면 생산 비용이 늘어나 전기차 가격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0년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55만9206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글로벌 판매량(77만4383대)의 3배 수준이다. 그만큼 전기차 배터리용 원자재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마땅한 공급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폭스바겐은 2022년까지 340억유로를 투자해 코발트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었으나 대형 채굴 업체들과의 협상에 연이어 실패했다.

향후 원자재 시장 수급 문제를 두고 전통 자동차 강국 독일과 미국 ESS 전문가의 의견이 엇갈려 주목된다.

독일산업협회(BDI)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의 수요가 공급보다 상대적으로 많아 공급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자동차 업체가 배터리 핵심 원료 공급 체계를 사전에 마련해 놓지 않을 경우 향후 생산에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티아스 왁터 BDI의 원자재 부문 대표는 "전기차 수요가 광산기업들의 생산능력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원자재 시장의 병목 현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이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를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발트, 흑연, 리튬, 망간 등 원재료 공급선 확보에 실패한다면, 독일 자동차 산업의 미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 BNEF "원자재 확보, 문제 없다"

반면, 에너지 전문 컨설팅 기관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의 로간 골디-스캇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문 수석 애널리스트는 광산업계가 증산에 나서게 되므로, 중장기적으로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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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차량에 들어가는 배터리. 무게가 540kg에 달해, 차 전체 용량의 26%를 차지한다. 음극) 니켈:80%, 코발트:15%, 알루미늄:5%, 리튬, 양극)실리콘, 흑연, 전해질)리튬 소금, 기타)구리 혹은 알루미늄 호일. (이미지=visualcapitalist)


스캇 애널리스트는 "전기차로 인해 빠르게 늘어나는 배터리 수요는 리튬 배터리 공급망에 강한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광산기업들이 생산량을 최대치로 확대한다 하더라도, 현재 계획하고 있는 전망치에 근거할 때 2030년 공급부족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생산용량이 충분치 않은 일부 지역에서는 폭등하는 원자재 가격이 충격요법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광산업계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신규 광산과 설비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이고, 중장기적으로 수급은 균형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리튬 같은 경우 통상 기업 간 계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수요를 과소평가했거나 장기구매계약(offtake agreement) 합의에 실패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재료 가격 상승 문제는 기술 발전과 함께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들은 최근 리튬 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고체 배터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도요타는 2021년에 차세대 전기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전문가는 "자동차 업계에서 새로운 배터리 소재 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어 원자재 가격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 최대 광산기업 글렌코어는 이미 증산 중

▲(자료=에너지경제신문DB)


세계 최대 배터리 금속 코발트 생산업체인 동시에 세계 최대 니켈 및 구리 생산업체 글렌코어는 이미 증산에 힘을 쏟고 있다.

글렌코어는 전기차가 2020년부터는 금속 수요에 상당한 충격을 미치는 "파괴적 힘"을 가질 것이라며, 향후 3년 간 코발트 생산량을 2배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콩고민주공화국 카탕가 광산에서 현재 2만7000 톤에서 2020년까지 약 6만3000 톤의 코발트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코발트 가격은 연초 대비 120% 이상 상승한 상태다.

글레코어는 전기차가 2020년부터 원자재 수요에 상당한 충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글렌코어는 투자 브리핑을 앞두고 전기차의 출현으로 2020년까지 구리가 39만 톤, 니켈이 8만5000톤, 코발트가 2만4000톤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글렌코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와 기동성 변화로 구리, 니켈, 코발트 등 기초 원자재의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렌코어는 차세대 광산 프로젝트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금속 가격이 더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렌코어는 중국의 경영자문회사 CRU에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량을 전체의 30%로 끌어올릴 경우 그에 따른 금속 수요를 분석해달라고 의뢰했다.

2030년까지 전기차 30% 판매 목표는 중국, 캐나다, 인도, 일본 등이 참여한 정책 포럼인 ‘전기차 이니셔티브(EVI)’가 제시한 수치다.

CRU 분석에 따르면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리는 410만 톤, 니켈은 110만 톤, 코발트는 31만4000톤이 필요하다. 이는 각각 작년 공급량의 18%, 56%, 314%에 해당하는 수치다.

해당 수요에는 발전 및 전기망 인프라, 그리드 저장장치, 충전 인프라, 전기차 등에 대한 수요가 모두 포함됐다.

다만, 이 보고서에는 리튬이 빠져있다. 글렌코어는 리튬은 현재 시장이 활발한데, 부존량이 세계적으로 풍부하고 많은 신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미래 가격 상승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 전기차에 사활거는 자동차업계

원자재 수급에 대한 이같은 위기의식은 폭스바겐, 다임러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기업들이 잇달아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다임러의 메르세데스-벤츠는 2022년까지 전기차 10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전기차를 포함해 50종 이상의 친환경차를 시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BMW는 2025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15~25%를 친환경 모델로 만든다.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80종 개발 전략을 짰다. 스웨덴 볼보는 2019년부터 출시되는 모든 모델에 전기모터를 적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르노는 2022년까지 12종의 친환경차를 투입하고 신차 판매의 30%를 친환경 모델로 채울 계획이다. 일본 혼다는 2030년까지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70%로 확대할 예정이며, 도요타는 2024년까지 대부분의 라인업을 하이브리드화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 전기차발(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도시광산 ‘각광’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원자재 공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직 시장이 개화하지 않은 현 시점에서도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물질들은 경제적으로 재활용될 수 있다. 앞으로 원자재 가격이 더 오른다면, 버려진 폐배터리에서 코발트, 니켈 등을 캐내는 ‘도시광산’ 사업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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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네바다 주에 위치한 기가팩토리 전경. (사진=TESLA)


테슬라는 미국 네바다 주에 가동 중인 세계 최대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에서 테슬라의 전기차나 가정용+상업용 ESS의 폐전지를 대규모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관련 업계에선 1세대 전기차의 수명이 다하는 10년 뒤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BNEF는 2025년 31만1000톤의 전기차 배터리가 수명을 다할 것이라며, 수많은 폐배터리가 시장으로 쏟아져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테슬라와 도요타는 2025년까지 필요한 배터리 소재의 10%를 재활용을 통해 얻을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도시 광산이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로 각광받으면서 광물 가격 안정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최근에는 2025년 중국 시장에서 리튬 배터리의 재활용률은 66%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했다. 중국 컨설팅 업체 Creation Inn이 배터리 소재인 리튬 및 코발트의 재활용 추세를 조사한 결과, 2025년에는 19만1000톤의 리튬 배터리가 재활용돼 전체 공급의 9%에 해당하는 5800톤의 리튬을 시장에 공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발트는 그보다 더 높은 76% 재활용률을 보여 2025년에는 전체 공급의 20%인 2만2500톤의 재활용 코발트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러한 숫자는 여전히 낮은 것인데, 휴대용 배터리 회수가 잘 되지 않는 것이 재활용률을 낮게 만든다"고 설명하면서 "반대로 전기차 배터리의 재사용 및 재활용률은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국내 도시광산 사업 주도권을 쥐고 있는 성일하이텍 사장은 "서랍 속에 숨어 있는 오래된 배터리가 모두 도시광산인데, 이들 물량이 풀리면 시장은 급성장할 것"이라며 "최근엔 해외 광산 대신 국내에서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려는 배터리업계의 물량 공급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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