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 |
이 계획에 따라 발전원별 설비용량에 전에 없던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는 △급전순위 결정시 환경비용 반영 △발전연료 세제 조정 △30년 이상 노후 석탄발전기 봄철(3~6월) 가동 중지 △미세먼지 감축 목표 달성이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석탄발전 상한제약 검토 △친환경 분산형 전원에 대한 용량요금 확대 및 LNG발전 정산비용 현실화를 토대로 원전·석탄 축소, LNG·신재생에너지를 확대키로 했다.
◇원전·석탄 축소, LNG·신재생에너지 확대
정부는 이번 계획에서 2030년 최대전력수요는 7차 계획(113.2GW)때보다 12.7GW(약 11%) 감소한 100.5GW로 최종 산출했다. 연평균 GDP 성장률이 7차 대비 약 1%p 하락할 것이란 전망과 수요관리를 통해 13.2GW 설비를 감축하고, 전기차 확산 효과로 0.3GW가 증가할 것을 감안한 결과다. 2030년 적정 설비용량은 목표수요 100.5GW에 적정 설비예비율 22%를 추가한 122.6GW로 산출됐다.
전력수요가 급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에너지 전문가들의 의견이 그대로 반영됐다. 8차 전력계획 수요전망 워킹그룹 위원장인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기기 사용이 늘어나 전력수요가 증가하는 측면이 있지만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빌딩의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져 감소하는 측면도 있어서 전력수요가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향후 전력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에너지 다소비 사업인 4차 산업혁명,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 등으로 인해 에너지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며 "8차 전력계획 전망에는 고려가 충분히 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기존 설비계획에 따라 2030년에 확보한 118.3GW 외에 설비예비율 22%를 충족시키기 위해 신규로 필요한 4.3GW를 LNG 및 양수발전기 등 신재생 백업설비로 충당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은 점차적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주요 발전원 연도별 설비용량 변화 추이 (단위: GW)*신재생에너지 2022년에 30GW로 가정. 자료=산업통상자원부 |
▲주요 발전원 연도별 설비용량 변화 추이. 자료=산업통상자원부 |
원전은 2017년 현재 24기(22.5GW)에서 2030년 18기(20.5GW)로 줄어든다. 신고리 5ㆍ6호기 등 현재 건설 중인 5기(7GW)는 포함돼 있지만 월성 1호기(0.68GW) 그리고 신규 원전 6기 중단는 중단하거나 짓지 않기로 했고, 노후 10기(8.5GW)는 수명연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
석탄화력 역시 현재 61기(36.8GW)에서 2030년 57기(39.9GW)로 감소한다. 노후석탄 7기(2.8GW)는 폐지하고 6기는 LNG로 연료를 전환키로 했다. 그러나 불가피한 신규 7기(7.3GW)는 예정대로 건설키로 했다.
월성 1호기는 내년 상반기 중 경제성, 지역수용성 등 계속 가동에 대한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폐쇄시기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후 원안위에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 허가 신청 등 법적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또한 정부는 지난 9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신규 석탄발전소 4기에 대해 사업자와 LNG 연료전환을 협의한다는 발표에 따라 당진에코파워 2기는 사업자의 요청과 전문가로 구성된 워킹그룹의 검토를 거쳐 용량을 1.2GW에서 1.9GW로 확대해 가스발전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삼척포스파워 2기는 △LNG 여건 부적합성, △지자체와 주민들의 건설 요청, △사업자 매몰비용 보전 곤란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재 진행 중인 환경영향평가 통과를 전제로 석탄발전을 계속 추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삼척포스파워가 석탄발전소로 건설되더라도 △최고 수준의 환경 관리 실시, △가동중 석탄발전소 4기(태안 1·2호기, 삼천포 3·4호기) 추가 가스발전 전환, △경제급전과 환경급전의 조화 방안 등 보완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반면 LNG 발전 설비는 현재 37.4GW에서 2030년 47.5GW로 확대된다. 이미 계획된 설비 및 LNG 전환설비가 반영됐으며 소송 중인 통영에코는 제외됐다.
신재생에너지도 현재 11.3GW에서 47.2GW 늘어난 2030년 58.5GW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 국정과제인 ‘신재생에너지 3020’ 계획에 따라 태양광 및 풍력 중심으로 확대될 예정이며, 신재생의 간헐성 등을 감안, 최대전력(피크, Peak)시의 공급기여도는 5.7GW만 반영된다.
▲전원믹스, 원전·석탄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출처=산업통상자원부 |
설비 믹스(정격용량 기준)의 경우, 원전과 석탄의 비중은 2017년 전체의 50.9%이었으나, 2030년에는 전체의 34.7%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신재생 설비용량은 2017년 9.7%에서 2030년 33.7%로 약 3.5배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정책기조가 지속된다면 2030년 이후에도 가스발전과 신재생의 설비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발전량 믹스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20% 목표 하에 환경급전을 반영한 ‘8차 목표 시나리오’ 기준으로 석탄 36.1%, 원전 23.9%, 신재생 20%, LNG 18.8% 순으로 전망된다.
올해와 비교해 원전과 석탄발전은 총 15.6%p 감소하는 대신, 신재생에너지와 LNG발전은 15.7%p 증가한다. 원전과 석탄발전에서 줄어든 설비를 lng와 신재생에너지가 충당토록 한 것이다. 분산형 전원의 발전량 비중도 현재 약 11% 수준에서 2030년까지 18.4% 수준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제시됐다.
▲분산형 전원의 발전량 비중(단위 : 발전량 TWh). 출처=산업통상자원부 |
그러나 일각에서는 에너지전환에 따른 급격한 발전원 비중 변화가 발전원 간 갈등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홍준희 가천대 교수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나 에너지전환에서 전원 믹스조정이 부각되면 시장 참여자들의 갈등을 촉발할 뿐"이라며 "다양한 발전원들이 동행·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논쟁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원전, 석탄, 가스, 신재생 발전 비중에 대해 전쟁수준의 논쟁이 이뤄지고 있는데, 플레이어들이 가진 장담점을 잘 활용해 더불어 함께 가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향후 상황에 따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당초 목표와 다르게 전개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구성원들이 현재 시작지점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갈지에 대한 규칙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발전원 비중과 믹스 변동에 앞서 에너지안보적인 측면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고려대 박호정 교수는 "분산전원 확대, 에너지 믹스 다변화를 위해서 LNG 발전 비중을 확대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물량 확보보다 중요한 것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연료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가격, 물량 리스크를 함께 최소화 할 수 있을 때 에너지안보 능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려면 시장원리를 따르는 가운데 가격리스크에 대한 금융, 경영적인 측면의 대응능력 갖춰야 한다. 그게 없으면 아무리 LNG가 확대된다 해도 불리한 조건에서 연료계약을 할 수 밖에 없다"며 "그동안 중동산 위주로 장기계약으로 가져왔던 상황에서 새로 미국산 LNG를 가져와야 하는데 계약구조가 굉장히 복잡하다.
그런데 현재 국내에 LNG계약 관련 전문가군이 굉장히 빈약하다.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 에너지믹스 다변화와 에너지 안보를 모두 담보할 수 있다"고 했다.
◇ 신재생 전력계통, 전력수급안정 위해 투자확대
▲출처=산업통상자원부 |
한편 정부는 2018년까지 배전선로 58회선과 변압기 31대를 신설하는 등 송변전 인프라를 조기에 확충해 현재 계통접속 대기중인 신재생에너지 신청물량의 해소를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신청물량 3.3GW 중 3.2GW가 완료됐다. 아울러 지역별 신재생에너지 계통 접속 여유 용량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편, 신재생에너지를 실시간 감시·예측·제어하는 ‘종합관제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해당 시스템은 18년부터 시범 시스템을 구축한 후 향후 본격 운영될 전망이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계획입지제도 및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예정 입지에 선제적으로 송·변전설비를 건설하고, 분산형 소규모 변전소 도입을 위한 전압(70kV) 신설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설비예비율이 2022년 31.4%까지 상승할 예정이며 2026년까지 지속적으로 22% 이상을 유지하는 등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전력수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신재생에너지는 설비예비율이 충분함에도 불구, 기술·가격 등 산업경쟁력 확보와 발전단가 하락 등을 촉진하기 위해 선제적 투자를 추진해 2027년부터는 신규 설비 5GW 건설을 통해 22% 설비예비율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연도별 설비예비율 전망. *최대전력, 설비용량, 설비예비율은 동계 기준 적용. 출처=산업통상자원부 |
◇ 미세먼지·온실가스 감축, 전기요금 안정화 여부가 관건
정부는 이번 8차 계획을 통해 미세먼지·온실가스 감축, 전기요금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우선 발전부분 미세먼지는 △노후석탄 조기 폐지 △30년 이상 노후석탄의 봄철 가동중단 △석탄발전의 환경설비 투자 △석탄발전의 LNG로 연료전환 정책 등으로 2017년 3.4만톤에서 2030년 1.3만톤으로 62%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은 2030년 발전부문의 기존 배출 목표인 2.58억톤을 넘어 2.37억톤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BAU(온실가스배출전망치) 기준 배출 전망치인 3.22억톤보다 26.4% 감소한 목표이며, 8차 계획에 따른 석탄·원전의 발전량 감소분을 신재생에너지가 대체하고, 화력발전 성능개선·효율향상 등에 따른 것이다.
▲출처=산업통상자원부 |
전기요금과 관련해 정부는 "2022년까지는 미세먼지 감축, 기후변화 대응 등 환경개선을 위한 추가조치를 반영하더라도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미미한 수준이며, 2030년에도 에너지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에 따르면 8차 목표 시나리오는 10.9%, BAU 시나리오는 9.3% 정도의 인상요인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연료비와 물가 요인을 제외한 과거 13년간 실질 전기요금 상승률(13.9%)보다 낮은 수준이다. 2022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인상요인은 1.1~1.3%로 4인 가족(350kWh/월)으로 환산하면 동 기간에 월평균 610~720원 오르는 수준이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전기요금 전망. 전력구입비 기준, 연료비·물가 불변, 신재생 발전원가 2030년까지 35.5% 하락 가정. 출처=산업통상자원부 |
이 같은 기대효과에 앞서 전력정책 수립에 유연성과 현실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영탁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대로 100%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이 수치가 맞느냐 안 맞느냐 보다는 전력수요의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제도나 메카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변동성을 사회·경제적으로 충격을 주지 않고 흡수하도록 시장과 제도의 유연성을 만들어나가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그동안 전력산업을 너무 정부주도로 끌고 온 측면이 있고, 수요관리에 대한 정확한 근거도 없고 요금제도도 경직적이었다"며 "수요관리나 요금제도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 정책적인 유연성과 현실성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국회 산업위 전체회의·공청회 후 연내최종 확정
정부는 8차 계획에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전기차 확산 등 확실한 전력수요 증가요인은 반영했지만, 증가·감소효과 등이 불확실한 요소들은 포함하지 못했다.
정부는 향후 4차 산업혁명의 진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전력수요에 대한 영향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반영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수요전망 모형 고도화 △에너지이용 합리화 기본계획 수립 △노후 화력설비 추가감축 방안 마련 △신재생에너지 계통 보강 집중추진 △전력시장 개편 및 분산형전원 제도 개선 등 사후관리를 계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8차 계획은 국회 산업위 통상에너지소위 보고 외에도 국회 산업위 전체회의 보고와 26일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열리는 공청회 등을 통해 추가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후 전력정책심의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