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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전기차…' 2018 세계 에너지 시장 주목할 8가지 요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1.01 02:21

"에너지 업계, 전망보단 유연성 키워야"

▲울산시 울주군 한수원 새울본부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 뒤로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사진=연합)



2018년 무술년(戊戌年) 황금개띠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지난 3년간 하락세에 마침표를 찍고 4년 만에 반등, 대세 상승장에 진입하는 과정이었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3개월마다 발표하는 ‘원자재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116.1을 기록한 후 줄곧 하락세였던 에너지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마지막 주엔 리비아 송유관 폭발 사고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30개월래 최고치까지 뛰어오른 가운데 올해는 WTI가 심리적 저항선인 60달러를 뚫고 추가 상승할지 주목된다.

통상 연말이나 연초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에너지 소비, 원자재 가격, 중국의 전기차 판매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을 놓고 전망을 내놓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당장 다음주에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 지 예측하기도 힘든 이 혼란의 시대에 승자 없는 게임은 잠시 접어두고, 놓치기 쉬운 2018년 에너지 시장의 변수 8가지를 꼽아봤다.


1. 美석유회사들은 OPEC 카르텔에 합류할 것인가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OPEC 본사에서 직원이 포스터를 부착하고 있다. (사진=AP/연합)


일부 전문가들은 북미의 석유기업들이 OPEC 카르텔에 합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굳이 그럴 필요 없다. 서구의 투자자들은 이미 OPEC 감산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7년 하반기 셰일업계가 지난 2014년 당시처럼 폭발적인 증산에 나서다가 유가가 폭락할 것으로 우려한 월가는 원유생산자에 돈줄죄기에 나섰고, 증산 흐름은 제한됐다. "원유생산량 증가 속도가 아니라 수익을 보여달라"는 금융권의 주문은 석유기업들의 지출을 제한했고, 미국의 원유시추장비 증가세도 예상만큼 강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셰일업계는 현재 현금흐름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셰일회사들은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해 투자자들에게 배당 및 자사주 매입을 해 수익률을 제고시키는 가운데 성장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스와 파슬리 에너지는 유가가 상승해 현금흐름이 좋아지더라도 현재의 시추활동을 증가시키지 않고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18년 내내 원유 생산량을 옥죌 수 있을 것인가. WTI가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했을 때 월가의 투자자와 OPEC 둘 중 어떤 문제가 더 먼저 터질 것인가. 시간이 지나면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2. 러시아는 OPEC과 같은 배를 탈 것인가?

과거 원유 생산과 수출을 놓고 라이벌였던 OPEC와 러시아는 미국 셰일원유를 견제하기 위해 공동 감산에 나섰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고, 올해 글로벌 공급과잉을 3분의 2 가량 제거했다. 공급차질이 우려라는 일시적 요인 때문이긴 했으나, WTI는 장중 60달러를 넘어서며 30개월 고점까지 전진했다. 지금 시장에선 OPEC과 러시아가 내년에 미국 셰일유의 대규모 생산 증가를 촉발하지 않으면서 나머지 공급 과잉을 소진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문제는 유가가 상승하면서 감산 연대도 붕괴함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유가가 상승할수록, 증산에 따른 인센티브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부 OPEC 회원국들은 유가 상승의 과실을 따먹기를 갈망하는 러시아 석유 업체들이 합의 붕괴 출발점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 석유업체들은 다른 OPEC 국영석유업체들과 달리 이윤이 최고의 덕목인 민간 업체들인터라 유가상승의 혜택을 누리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11월 총회 당시 감산연장과 관련해 러시아 정부에 출구전략을 논의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때문에 OPEC 외부에서 가장 많은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러시아는 향후 유가 향방을 가를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배럴당 60달러 수준의 유가가 75달러까지 폭등할 지, 45달러로 추락할 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달려있다.


3.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가자 지구 내 무명의 용사 광장에서 시위대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국기를 불태우며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할 방침인 트럼프 미 대통령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AFP/연합)


이 명확한 불확실성(?)을 또다시 언급해야 하는가? 그렇다. 셰일업계가 무서운 속도로 사우디를 치고 올라왔다 하더라도, 여전히 세계 에너지시장은 이 불안정하고 위험한 지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세계 원유 소비가 하루 1억 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동 지역의 냉전 발발 가능성은 점차 커지는 형국이다. 내년부터는 이란 핵협정 파기 등 시한폭탄들이 자리잡고 있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중단에 대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실제 공급붕괴가 일어났을 때만 사라질 수 있다.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상 유가가 폭등할 가능성은 계속된다.

가장 큰 이슈는 이란 핵 협정 파기다. 지난 1월 대선 후보 당시부터 핵협상을 강력히 비판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의 이란 제재 해제조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특히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JCPOA 이행을 불인증하면서 미국의 이란 제재가 다시 발효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향후 사태 전개와 국제유가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도 관건이다. 지난달 4일부터 사우디가 진행한 반부패 활동은 빈 살만 왕세자의 입지 강화를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됐으며, 향후 국제석유시장에 파장을 야기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졌다.

이에 대해 피터 테르자키안 오일프라이스 전문가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두려움이 ‘지정학적 리스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유 1배럴마다 시장참여자들의 두려움이 추가요금으로 붙는 식이라 보면 된다. 길었던 3년간의 공급과잉 시장이 마침내 끝을 보이며, 공급부족 우려가 시장을 강타하는 모습"이라고 풀이했다.


4. 캐나다 천연가스 가격

엄청난 매장량을 자랑하는 캐나다 유전은 낮은 비용에 무제한으로 공급량을 늘리면서 북미 전반의 천연가스 가격의 폭락을 몰고 올 전망이다. 때로는 제로에 가까운 비용으로 원유와 가스가 쏟아져나오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최근 캐나다산 중질유는 배럴당 30달러를 밑돌고 있다.

수송 차질, 글로벌 자금의 이탈 등 여러 제약요인에도 불구하고 내년 캐나다 오일 샌드 업계의 원유 생산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RBC캐피탈마켓은 "내년 캐나다 오일 샌드의 원유 생산량은 일평균 31만5000배럴 증가하고, 내후년 다시 18만 배럴 늘어 일평균 32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캐나다 원유의 공급과잉을 계기로 원유·가스 생산, 저장, 운송, 소비와 가격에 새로운 정의가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테르자키안 전문가는 "현 시점에서 캐나다 가스의 가격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라면서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영국 브렌트유의 높은 가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제 관건은 얼마나 오래 WTI와 브렌트유가 카르텔을 장악할 것인가"하고 반문했다.


5. 전기차의 후광




올해 전기자동차 시대가 활짝 개화했다. 틈새시장에 머물던 전기차가 점차 일반적인 선택 사항 중 하나로 변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8만7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급증했다. 전 분기 대비로도 23% 늘었다.

내년 전기차를 향한 움직임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생산 차질 등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테슬라의 최초 양산형 전기차 모델 3는 내년 본격적인 양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BMW, 다임러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 모델을 늘릴 방침이다.

이에 따라 미래 원유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 그러나 미래의 위협이 곧바로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 간 원유 수요는 꾸준히 상승해왔고, 원유 소비는 차량을 주행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기차 비중이 늘면서 원유 수요가 준다고 해도 대형 화물을 운송하는 수송 부문에서 원유수요가 여전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석유화학제품 생산을 위한 수요도 이어져, 감소폭은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것만큼 줄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남는 문제는 사람들이 자신의 에너지 소비습관이 공급곡선의 변화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언제 깨달을까.


6. 파리기후협정 준수

▲ 파리 협정 체결 당시 모습. (사진=AP/연합)


내년은 국제사회가 파리기후변화협정에 합의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에 힘을 모은 지 3년째 되는 해이다. 체결 당시 대부분의 국가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몸은 담았다. 이제 가장 큰 불확실성은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 정부가 에너지 시장에 규제를 얼마나 강화할 지에 놓였다. 중국, 인도 등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에서는 천연가스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을 제외하고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에도 불구하고 탈화석연료를 향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가속화하고 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가스, 석유전 개발 등 화석연료 관련 프로젝트 자금 지원을 점차 줄이고 2020년부터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HSBC·악사 등 225개 글로벌 금융사의 연합체 ‘기후행동 100+’는 향후 5년 동안 자신들이 투자했거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 저감 노력, 관련 재무정보 공개 등을 압박하기로 했다. 셰브론·포드·폭스바겐 등 온실가스 배출 세계 상위 100대 기업들이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악사는 별도로 투자회사 중 전체 이익의 30% 이상이 석탄에서 나오는 기업들에서 총 25억유로 상당의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분 매각 등 석유·석탄 기업에 대한 자금 이탈이 현실화할 경우, 간만에 훈풍이 불고 있는 에너지 시장 회복 속도는 한층 더뎌질 전망이다.


7. 핀테크 기술에 요동치는 금융시장


이제 굵직굵직한 이슈들을 짚었으니, 당장은 미미하지만 향후 막대한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두 가지를 살펴보자.

기술의 발전으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주요 은행들의 점포수가 줄고 있다. 인공지능과 금융의 결합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금융과 에너지 어떤 관련이 있을까. 발전소 건설 등 에너지 프로젝트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규모의 투자금을 필요로 한다. 금융시장 전반이 요동치게 되면 에너지 사업에도 불확실성을 키울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다. 금융기술은 자금 흐름, 시장 유동성, 자본에 대한 접근성에 변화를 야기한다. 자율주행과 전기차만이 석유산업에 직격탄을 가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대출과 주식 시장에서 로봇트레이딩이 확산되면 어떻게 될까. 에너지 업계 경영진들은 이제 핀테크 분야에서도 전문가가 될 필요가 있다.


8. 비트코인 광풍 여파

▲홍콩에 위치한 비트코인 ATM. (사진=AFP/연합)


올 하반기를 달군 이슈 하나를 꼽자면 비트코인이다. 하반기 전세계에는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광풍이 불어닥쳤다.

그렇다면 비트코인과 에너지 시장은 어떤 연관이 있는가. 일단 비트코인 채굴에 드는 전력량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지난 한 달간 꾸준히 지적돼왔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가상화폐의 근간을 이루는 블록체인 기술이 1차 에너지원 자금 조달과 공급, 소비 패턴에 변화를 야기한다는 데 있다.

비트코인 파동을 계기로 블록체인 거래 플랫폼이 정당화되고 제도권 시장으로의 편입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테르자키안 전문가는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며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변화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에너지 업계를 변화시킬 것"이라 강조했다.

이처럼 에너지 시장 앞에 놓인 미래는 모든 게 불확실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내년에도 세계 에너지 소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더 많은 에너지를 더 높은 효율성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것이고, 각종 변수들에 잘 대응할 수 있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 간에는 확연한 차이가 나타날 것이다.

각종 리스크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택할 수 있는 전략은 어떤 것이 있을까.

테르자키안 전문가는 "전망을 내놓고 지나친 자신감을 갖는 대신, 불투명한 미래에서 기회를 찾아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급변하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아 기업들은 전망치에 의존하지 말고 유연한 태도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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