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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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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칼럼] 헐값에 무너지는 건설안전 적정공사비가 답이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1.04 11:03
김만구 미래건설연구원 원장 공학박사

▲김만구 미래건설연구원 원장(공학박사)


[김만구 미래건설연구원 원장(공학박사)]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았다. 60년 만에 돌아온 황금 개띠해는 기대감이 크다. 위기의 건설업계는 올해 경영 화두로 혁신성장을 꼽았다. 혁신성장으로 기업을 이끌겠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다짐이다.

그러나 지난해 대한민국 건설은 그야말로 체념과 좌절의 기록이었다. SOC(사회기반시설) 예산 삭감은 한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했던 건설을 필요악으로 폄하했고, 규제 패러다임으로 전환한 부동산 대책은 주택시장을 투기판으로 몰아붙였다.

곳간이 텅텅 비어버린 탓에 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었던 민간투자사업은 민간사업자를 세금 떼먹는 파렴치로 낙인찍었고, 손바닥 뒤집기식 탈원전 정책은 앞만 보고 달려온 200만 건설인들을 허망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정부에서 방지대책을 내놓기 무섭게 이어지는 화재나 건설장비로 인한 인재로 곳곳에서 판치는 불량건설은 자존감으로 버텨온 대한민국 건설을 절망으로 내몰았다. 지난 2015년 경주지진 이후 포항 지진과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타워크레인·화재 사고 등으로 인해 대한민국 건설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서기도 했다.

실제로 작년 말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타워크레인이 건설현장을 넘어 도로 위 시내버스를 덮친 사건 하나가 그동안 곪아온 건설현장의 민낯을 보여줬다. 건설현장 구석구석에 퍼진 부실한 품질과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현장의 불량건설이 손가락질 받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국민과 근로자의 생명·재산과 직결된 안전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분야를 통틀어 안전이 지상과제인 만큼 불량건설 적폐청산의 속도를 배가해야 건설로 인한 시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다만 예견된 총체적 안전부실과 불량건설의 구조적 문제점 이면에 가장 큰 적폐 중 하나는 이미 자리잡고 있는 ‘헐값공사’다. 발주처→원·하도급자→장비→근로자와의 파트너십의 균열로 연결돼 있어 구조적 문제를 떠나 조직적 이권개입이 불량건설을 자초하게 된 것으로 본다. 이미 헐값공사의 실상을 정부가 인지하고 있음에도 경제성을 담보로 헐값 공사를 강요하고 있고 건설업자가 인지하고 있더라도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도 문제다.

이러한 불합리한 건설환경의 구조적 문제와 헐값공사 악순환의 고리를 끈기 위해서는 기형적 공사비 산정체계와 입찰제도, 발주기관의 갑질, 무조건 싸게 지으려는 민간공사의 관리체계 등을 적폐청산 이전에 해결해야할 시급한 문제라고 본다.

빨리빨리 조급증과 싼 게 비지떡임을 알면서도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얻으려고 하는 이른바 ‘전주(錢主)’들을 근절하는 정부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속된 말로 헐값공사, 적자시공의 치명적 부작용, 공사 할수록 적자, 희한한 입찰제도, 발주처의 꼼수, 비숙련공 및 저임금 근로자의 부실시공 등의 용어가 사라져야 건설이 바로설수 있을 것이다.

국민을 둘러싸고 있는 시설물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할 만큼 안전하지 않다면, 또 일선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근로자가 위험에 노출돼 있다면, 그동안 사고들을 없앨 수 있도록 정부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제는 정부가 제값을 주고 제대로 시공할 건설환경을 서둘러 조성해야 한다. 이런 바람이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건설인도 스스로 책임을 잊어선 안 된다. 분명한 건 적정공사비 확보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들이 안심하고 안전하게 살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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