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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 S(사진=테슬라) |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새해 벽두부터 ‘파산설’에 휩싸였다.
모델 3 생산이 지연되며 적자 폭이 천문학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리튬·코발트 등 배터리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률 확보에도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준비가 안된 신차를 부랴부랴 공개하며 사전 계약금을 끌어 모으고 있긴 하지만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 집단 소송이 이어지는 등 소비자들의 신뢰 역시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열풍’이 불면서 최근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코발트, 니켈, 리튬 등의 가격이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 자료를 살펴보면 니켈의 가격은 3일 기준 톤(ton)당 1만 2690달러(약 1352만 원)를 기록했다. 전월 평균 대비 11.23% 오른 수치다. 전년 평균과 비교하면 21.89%(2278달러) 상승했다.
같은 날 기준 리튬의 가격은 kg당 150위안(약 2만 4500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평균 대비 14.83%(19.37위안) 비싸진 것이다. 코발트는 2일 기준 톤당 7만 5500달러로 지난해보다 35%(1만 9577달러) 급등했다.
전기차 배터리 등에 대한 수요가 늘며 주요 광물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2015년 1만~1만 4000톤 선에서 움직이던 니켈 재고량은 지난해 7000~8000톤 수준으로 떨어졌다.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 3의 대량 생산을 통해 적자폭을 줄이려고 하고 있는 테슬라 입장에서는 직격탄을 맞게 되는 셈이다. 기가팩토리 등을 활용해 배터리를 자체 수급한다 해도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모델 3의 가격은 변하지 않았지만 배터리 소재 가격은 변했다"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14년 7월 모델 3를 3만 5000달러(약 3731만 원)에 팔겠다고 밝혔는데 양산 시기를 2018년으로 보고 있는 현재도 가격이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6년 5월 기준 모델 3 생산을 위해 필요한 리튬, 코발트, 인조 흑연 조달 비용은 1227달러로 추정되는데 1년이 지난 2017년 5월 기준 비용은 2027달러로 800달러 가까이 늘었다"며 "마진율을 5%로 가정한다면 전체 마진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도 있는 비용"이라고 진단했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7월부터 팔려나갔어야 할 모델 3가 아직 제대로 생산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론 머스크 CEO는 당초 지난해 7월부터 ‘주간 5000대 생산’을 공언했지만 3분기 내내 220대를 만들어내는 데 그쳤다. 4분기 출하량도 1550대 수준에 머물렀다. 대량 생산 일정은 지난해 11월, 올해 3월, 올해 6월로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테슬라는 지난해 3분기 6억 1940만 달러(약 66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해야 했다. 테슬라는 지난 2003년 설립 이후 매번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2013년 7400만 달러(약 788억 원), 2014년 2억 9400만 달러(약 3131억 원), 2015년 8억 8900만 달러(약 9468억 원) 등 적자를 내며 재무 부담이 심각해진 상태다.
현지에서는 테슬라를 향한 다양한 형태의 경고가 이어지며 파산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테슬라가 모델 3를 어떻게 공급할지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진짜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WSJ는 "테슬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차량 생산에 속도가 붙는다고 해도 효율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리트 증권사들도 최근 들어 테슬라의 투자 의견을 ‘매도’로 내놓고 있다.
고객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한 테슬라의 신뢰에도 금이 가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미국 내 법률회사들이 테슬라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고객들은 회사가 모델 3 출시·인도 시기를 속여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테슬라는 심각한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순수 전기트럭과 신형 로드스터를 공개하고 사전계약을 모으기 시작했다. 세미 트럭은 5000달러(약 532만 원), 로드스터는 5만 달러(약 5325만 원)을 받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선구자’였던 테슬라가 사전 계약금으로 연명하는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다만 이마저도 테슬라를 덮치는 ‘역풍’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업체 측이 발표한 제원과 출시 일정을 맞추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그간 신차 투입 과정에서 ‘거짓말 마케팅’을 통해 단 한 차례도 출시 일정 등을 맞춘 적이 없다는 사실도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테슬라가 정상적으로 다음 모델을 개발·출시하기 위해서는 모델 3의 성공적인 보급이 필수 조건인데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가 꾸준히 빠지고 있는데, 긍정적인 이슈가 계속해서 터진다 해도 반전은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