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비트코인 채굴업체 잔치는 끝났다 …中 전기요금 상승세 이어질 듯

한상희 기자 hsh@ekn.kr 2018.01.09 18: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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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사진=이미지 투데이)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의 잔치도 이제 끝났다. 중국의 값싼 전기요금에 힘입어 돈을 쓸어 담아왔으나, 이제 중국 전기요금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탓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 채굴업체에 전력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인도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전기요금이 저렴해 비트코인 채굴장의 70%가 집중돼있다. 당국의 조치는 가상화폐에 철퇴를 가한 것이기도 하지만, 국가 내 발전량 감소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 인터넷금융리스크 전문대처공작 영도소조 판공실은 지난 2일 각 지방에 비트코인 채굴 사업에서 질서 있는 퇴출을 지시했다. 판공실은 또 이와 관련한 진전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할 것도 지시했다.

중국 인민은행도 지난달 한 비공개 회의에서 비트코인 채굴 사업의 제한을 지시하면서 각 지방정부에 에너지원, 전력사용, 환경보호 등 방면의 조치를 통해 비트코인 채굴기업들의 규모 축소를 유도하도록 했다.

인민은행이 직접 비트코인 광산기업에 전력공급을 이용해 감독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지방정부를 통해 전력공급을 수단으로 한 규제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이미 일부 비트코인 광산기업의 전력 남용에 대한 단속에 들어갔으며 각 지방정부에도 비트코인 채굴 사업체의 전력사용 실태를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규제수단으로 전력에 주목하는 이유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들이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방대한 데이터센터들에 있는 컴퓨터에 의해 채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비트코인 채굴장은 중국에 몰려있는 것일까.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의 전기요금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석탄발전 비중이 60%에 달해 전기료가 싸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수년간 전력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전력 시스템이 공급과잉 상태에 빠지면서 풍력·태양광 발전업자들이 전력생산을 중단하는 현상은 최근 수년간 중국에서 가장 큰 문제로 부각돼왔다. 가령 지난해 상반기 신장성과 간쑤성 등 북서부 지역 같은 경우, 풍력발전의 3분의 1 태양광 발전의 4분의 1 가량이 유휴전력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화석연료 발전소의 가동률은 절반 이하 수준에 머물렀으며, 지난 2014년 이래 일평균 가동률이 12시간을 간신히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극심한 전력 공급과잉 상황에 발전소들은 연일 순손실 행진을 이어가며 울상을 지었지만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은 쾌재를 불렀다. 비트코인 채굴의 수익성을 가르는 것은 결국 전기요금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화폐의 일종인데 왜 많은 전력이 소모되는 것일까. 비트코인은 10분마다 어려운 수학 연산을 컴퓨터(PC)로 풀면 얻을 수 있는데, 컴퓨터 1대로는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비트코인 채굴장에서는 보통 수천대의 컴퓨터를 돌려 작업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전력이 소모되는 것이다.

가상화폐가 소비하는 전력양은 얼마나 될까. 연간 8.27 TW부터 37.22 TW까지 조사 기관마다 제각각이지만, 에스토니아나 페루, 아일랜드의 전체 전력소비량에 맞먹는 막대한 규모의 전력을 소비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화폐의 몰락’의 저자 제임스 리카즈는 "비트코인은 에너지 소비가 극단적으로 심한 비즈니스"라면서 "비트코인 때문에 전력난이 발생할 수 있다. 전기요금이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중국은 인구 편차가 극심한데다, 최근 수년간 재생에너지 발전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해 전력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돼왔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도 값싼 전기요금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래픽=에너지경제신문DB)



이에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은 너도나도 중국으로 몰려들었다. 실제 전세계 채굴장의 70%가 중국에 집중돼있다. 특히, 지도를 보면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석탄발전 의존도가 높은 북부나 재생에너지 유휴 현상이 심각한 남부에 몰려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중국 북쪽 국경지대는 석탄발전의 공급초과가 이어지고 있고, 신장성 같은 경우 기풍(棄風·이미 설치된 풍력발전 설비가 가동되지 못하는 비율) 현상으로 전력 낭비가 심각한 상황이다. 남서부 쓰촨, 윈난, 구이저우 지역의 야심찬 댐 건설 계획은 수력 발전의 공급과잉을 초래했다.

실제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중국의 풍력발전 설비 기풍률은 15%를 기록했고, 기풍 전력량(339억kWh)의 경제적 손실 규모는 180억 위안에 달했다.

이같은 공급과잉 상황에서 발전업체들은 비트코인 채굴업체에 싼 가격에 전기를 공급하면서 발전소의 고정자산 수익으로 인한 손실을 개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발전소와 채굴업체 양측에게 ‘누이 좋고 매부 좋던’ 상황은 변화할 조짐이다. 당국이 전력 규모를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 아니라, 공급과잉 현상이 조만간 개선될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데이비드 피클링 블룸버그 개드플라이 칼럼니스트는 "금융당국의 규제와는 별개로 중국 내 에너지 시스템이 변화하면서 비트코인 채굴업체의 비즈니스 모델은 위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 낭비에 골머리를 앓던 중국 정부는 유휴 전력을 줄이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베이징 당국은 잉여 발전량이 쌓이는 것을 막고 이를 전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지역으로 보내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송전 인프라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실제 중국에 건설 중인 초고압 송전탑 16개 중 15개는, 전력이 남아도는 북부·서부로부터 대도시들이 몰려 있어 전력이 부족한 동부 지역으로 송전하기 위한 것으로, 올해 안에 완공될 예정이다.

지난 11월 중국 국가에너지국은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원 중 버려지는 전력양을 없앨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전력 인프라 구축 사업의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중국 최대 풍력발전사업자인 용원전력집단(China Longyuan Power Group Corp.)은 지난해 11월 10개월 간의 증가 행진을 중단하고, 한달만에 7% 가까이 발전량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공상은행의 넬슨 리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투자노트에서 "지난 수년간 이어지던 급격한 성장세 꺾이고, 지난 분기 중국에 설치된 발전 용량 증가속도는 2010년 이후 가장 느린 연간 성장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피클링 칼럼니스트는 "중국 전력시장의 공급과잉은 곧 끝날 것으로 보이며, 중국의 값싼 전기요금에 힘입어 성장한 비트코인 채굴업체들도 이제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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