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재' 삼성전자…'최대 실적'에 드리운 그늘

류세나 기자 cream53@ekn.kr 2018.01.09 15: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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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작년 영업이익 53조, 매출액도 239조로 역대 최대
中 '반도체 굴기'에 선두 위태
총수부재로 대규모 투자 '실종'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


삼성전자가 4년 만의 최대 실적 경신에도 불구하고 조용하다.

반도체 슈퍼 호황으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내고, 반도체 사업을 본격화한 지 무려 34년 만에 세계 반도체 1위 자리에도 올랐지만 각종 대외적 악재 탓에 삼성의 고민은 좀처럼 덜어지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이건희 회장이 오랜 와병으로 자리를 비우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수감 기간 또한 길어지면서 삼성의 미래전략 공백에 대한 우려는 그 어느 때보다 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삼성전자의 실적 견인차 역할을 한 반도체 사업에 대한 중국 등 해외기업들의 견제 또한 격화되고 있다. 올해부턴 지금 같은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재계에선 벌써부터 삼성전자와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이 미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 4년 만에 최대실적 경신…영업이익 50조 첫 돌파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76번째 생일인 9일 회사 창립 이래 최대 연간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기준 239조 6000억 원의 매출과 53조 6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치였던 2013년 매출과 영업이익보다 각각 4.8%, 45.7% 확대된 성과였지만, 삼성전자는 이렇다 할 세레모니도 없이 하루를 보냈다.

작년 호실적의 일등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주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지난 한 해 동안 35조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는 규모다.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이 회사는 D램과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모두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메모리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D램 평균 판매가격과 낸드플래시 생산량이 꾸준히 상승, 이 분야 선두기업인 삼성전자의 실적도 덩달아 우상향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발표한 보고서만 봐도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52.6% 성장한 약 612억 달러(약 65조 원)를 기록, 92년 이후 줄곧 1위를 고수해 온 인텔(577억 달러)을 2위로 밀어내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마냥 웃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도체 경기 전망에 대한 비관론과 더불어 해외시장의 견제, 그리고 삼성그룹 차원의 총수부재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위기’ 시그널 곳곳 감지…삼성 미래 어쩌나

▲사진=연합


당장 가트너부터 삼성전자의 지난해 순위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앤드루 노드 가트너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1등은 말 그대로 사상누각(built on sand)"이라며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충하면서 낸드플래시는 올해, 그리고 D램은 내년부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브로드컴이 퀄컴과 NXP 합병을 마무리하면 삼성전자는 내년 3위로 내려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주요 국가들의 삼성전자 사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통상압박과 견제도 거세지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데이터저장장치) 반도체 기업인 비트마이크로는 지난달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상대로 관세법 337조 위반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비트마이크로가 제기한 소송에 델(미국)과 레노버(중국) 등 일부 해외 기업들도 소송 대상에 함께 올랐지만 업계에서는 SSD 시장에서 삼성전자 다음으로 점유율이 높은 웨스턴디지털, 씨게이트 등이 소송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에서 사실상 한국을 노린 기획소송이라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세계 SSD 시장 1위와 7위 기업이다.

중국의 견제도 심상치 않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수입국인 중국은 2015년에 향후 10년간 1조 위안(약 164조 원)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겠다며 국가 차원의 반도체 육성을 선언한 바 있다.

JHICC, 이노트론메모리, 칭화유니그룹 등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투자를 늘리며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올 하반기 메모리 생산 대열에 가세하면 공급과잉 사태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내놓고 있다.

또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로 떠오른 중국 화웨이의 리처드 유 CEO는 미국 LA에서 진행 중인 ‘소비자가전 전시회(CES) 2018’ 기조연설자로 나서 북미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하는 등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권토중래’를 모색 중인 일본의 소니, 파나소닉 역시 엔저 등 아베노믹스를 등에 업고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 총수 없는 삼성, 돌파구는?

하지만 정작 가장 큰 문제는 삼성전자 내부에 있다는 진단이다.

반도체, 스마트 가전 등 각 분야에 대한 수성전략은 있지만 향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이 불러올 패러다임 변화에는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스마트싱스, 루프페이, 하만, 데이코 등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기업 인수를 활발히 진행해 왔지만, 그룹 총수가 부재했던 지난해부터는 사실상 대형 M&A가 막힌 상태다. 직원 10명 이하의 소규모 벤처에 대한 투자만 진행했을 뿐이다.

또 현재의 성과는 이미 3~5년 전에 뿌려 놓은 씨앗들의 결실이 최근 들어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삼성그룹의 미래 역시 낙관하기 어렵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실제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을 제패한 배경에는 3대에 걸친 오너의 결단이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30여 년 미래를 내다본 이병철 선대회장의 혜안과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만든 이 회장의 현장중심 경영, 그리고 선택과 집중으로 반도체에 대한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이 부회장의 ‘선구안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들이 주를 이룬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지속성장 여부를 판가름 짓는 중차대한 시기에 그룹 총수의 부재가 악재로 작용하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은 그림"이라며 "1년 가까이 오너가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삼성은 중장기 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거의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류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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