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최저임금 인상 유통점 표정] 인건비·임대료↑, 매출은↓

이주희 기자 jh@ekn.kr 2018.01.11 15: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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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최저임금 인상에 인건비 '폭탄'...
알바생들은 '고용 불안'..."제도개선 절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무인 편의점.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에너지경제신문 이주희 기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고... 결국 알바를 줄이고 내가 더 나가서 일을 해야 인건비라도 줄일 수 있다."(CU편의점 가맹점주 A씨)

"지난해까지는 최저임금에 맞춰서 알바비를 받았는데 올해에는 점장이 편의점 사정이 힘들다고 해 오른 최저 임금은 맞추지 못하고 시급 7000원에 일하고 있다."(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정유진 씨)

1월 1일부터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지난해 6470원보다 16.4% 큰 폭으로 뛰면서 영세자영업자들이 인건비 폭탄을 맞은 가운데 아르바이트생과 구직자 등은 고용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큰 변화를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편의점의 경우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이 더 걱정되는 분위기다.

최저임금 인상 10여 일이 지난 10일 저녁 경기도 분당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가맹점주 A씨는 "당장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올라간 시급 만큼 본사에서 전기비로 지원해주고 충당해 주지만 그 다음 해부터가 문제"라며 "본사에서도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고, 현재 무인 시스템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그것 역시 언제가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인건비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는데 매출은 그만큼 늘지가 않으니 걱정이다. 내가 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급이 오르거나 한 것도 아니다.

▲지난 10일 아르바이트 채용 사이트에 올라온 편의점 채용 내용을 보면 시급이 2018년 최저임금인 7530원이 아닌 지난해 최저시급인 6470원을 제시했다.(사진=에너지경제신문)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B씨는 "그동안 2번의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최저임금 수준을 못 맞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점장도 새해 되기 전에 조심스레 이야기 꺼내고 아르바이트생들도 어쩔 수 없으니 그냥 감안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애초 시급 얘기가 나왔을 때 ‘최저 못 맞춰주면 일 못 할 것 같니?’라고 물었는데 어감이 아주 조금 강압적인 느낌을 받았다"며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편의점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을 없애고 점주가 직접 일하는가 하면 야간 운영을 접는 점주도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조 9708억 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조성했다. 직원 수 30명 미만 사업장에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13만 원을 지원해 고용 유지를 돕는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의 정책은 미봉책일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실제로 종로구 종각 주변에서 고깃집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C씨는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가계 임대료가 더 걱정이다"며 "계속되는 경기 불황에 매출이 고정적이지 못하다 보니 매달 임대료 걱정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는 일 매출이 1000만 원까지 나왔지만 최근에는 100만 원 채우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동네 임대료는 계속 오르고 매출은 안나오고 장사를 접어야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D씨는 "건물주가 당분간 임대료를 적게 받겠다고 해서 숨통이 좀 트였다"며 "그러나 언제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지 몰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권이 죽어가고 있는 상태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정책은 서민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나온 대책 역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태훈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최저임금 인상 이후 폐업한다는 등의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은 최저임금을 못 줄 정도로 유지가 어려워서 문 닫는 건 그전부터 문 닫아야 한다고 본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근시안적 대책보다 카드수수료, 상가 임대차, 필수물품 같은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국회에서 이러한 관련 법안이 빨리 통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도 전반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1주 년 때 얼마나 일이 진행됐는지 결과물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3년간 중·소상공인 인건비 부담은 약 176조 원(중소기업 139조 9967억 원·소상공인 36조 원)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소상공인연합회가 최근 외식업·도소매업·개인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사업주 51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새 정부 일자리 정책 및 최저임금 관련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35.1%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경영 환경이 어려워질 경우 ‘근로자 인원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1인 및 가족경영으로 전환한다’는 응답은 33.9%, ‘아예 폐업을 하겠다’는 응답도 16.3%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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