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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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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View] '폭등하는 전기차 핵심소재 코발트'...콩고 세금 인상에 전기차 시장 직격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1.15 08:00

전세계 3분의 2 생산하는 '콩고'...세금 2->5% 광업법 개정
LG화학, 삼성 SDI, SK이노베이션 수급불안에 "다변화 노력"


▲(사진=이미지 투데이)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코발트는 전기차 시장의 부상과 함께 원자재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가격은 2017년에만 130% 가까이 뛰었고, 글렌코어·차이나몰리브뎀 등 코발트 채굴 기업들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전기차 양산에 나선 자동차 기업들과 배터리 업체들이 안정적인 코발트 공급처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코발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공급부족에 더해 투자 수요까지 급증했다. 캐나다에 상장된 투자기업 코발트27은 코발트 2800톤을 쌓아뒀다. 약 2억900만 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이러한 코발트 가격 폭등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3분의 2를 담당하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 (Democratic Republic of Congo, DRC)이 코발트에 대한 세금을 기존 2%에서 5%로 상향 조정할 것이라 발표하면서다. 콩고 내에서 코발트 광산을 운영하는 광업회사라면 두 배 이상의 세금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말 그대로 세금 폭탄이다.

콩고는 2002년 제정된 광업법을 개정하면서 코발트 수출업자들에게 징수하는 세금을 인상하는 안이 하원을 통과한 상태다. 상원에서도 이 안이 통과되면 코발트와 탄탈륨에 붙는 세금은 5%, 기타 비철금속은 3.5%로 올라간다.

콩고의 까베룰루 마틴 광업부 장관은 "세계 시장에서 코발트의 전략적 성격 뿐 아니라, 광종 특유의 성격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코발트 광산에 붙는 세금이 오르면, 코발트와 함께 채굴작업이 이뤄지는 희토류 탄탈룸에 부과되는 세금도 덩달아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탄탈륨은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원자재로, 이번 콩고의 세금 인상이 스마트폰 가격 상승세를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여파가 광범위하게 확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가뜩이나 콩고의 정치적 리스크 증가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세금마저 배로 인상된다면, 광산기업들은 콩고 외에 다른 지역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캐나다계 광산기업 퍼스트 코발트의 트렌트 멜 대표는 "당국의 세금 인상은 콩고에서 신규 코발트 광산을 개발하는 데 투입되는 해외 자본금을 줄이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멜 대표는 "우리(퍼스트 코발트)는 지난해 콩고에서 중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지정학적 배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방향을 틀었다"면서 "세금을 두 배 이상 늘린다는 놀라운 소식은 우리 같은 투자자들이 다른 지역을 찾아나서야 하는 또다른 이유를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글렌코어, 영국 금광업체 랜드골드 리소시스, 중국 희토류 기업 차이나 몰리브덴, 캐나다 광물개발업체 아이반호 등 콩고에서 광산을 운영 중인 기업들 모두 퍼스트 코발트의 행보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세계 주요 광산기업들은 "콩고 정부의 개혁안이 당장 정부 재정수입에 보탬이 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광산 섹터의 수익성을 낮춤으로써 해외자본의 콩고 진출을 막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강력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세금 폭탄 외에도 악재는 쌓여있다. 우선 콩고의 코발트 생산량이 지난해부터 크게 줄기 시작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코발트 가격이 톤당 2만 달러 초반에 머물러 수지가 맞지 않았던데다, 콩고 내전 등 정치적 불안이 겹쳐 생산과 유통이 막힌 것이다.

코발트가 ‘분쟁광물’로 규정돼 국제사회의 규제를 받는 것도 공급에 악재다. 미국은 2013년부터 콩고와 그 주변국에서 채굴되는 4개 광물(주석·탄탈륨·텅스텐·금)과 코발트 등 파생물을 분쟁광물로 규정하고 유통을 제한했다. 무장세력의 자금줄로 쓰이면서 채취 과정에서 노동력 착취라는 인권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상장기업뿐 아니라 분쟁광물로 전자부품을 만들어 미국 기업에 공급하는 외국 기업도 규제 적용 대상이다.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수많은 기업이 규제의 영향을 받는 셈이다.

반면 코발트 수요는 어느 때보다 팽창하고 있다. 그 중심엔 코발트 최대 소비국인 중국이 있다. 중국 정부는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2020년까지 전기차 500만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미국은 2020년까지 5조원 규모의 전기차 지원책을 내놨고, 프랑스는 전기차 구매시 최대 1만 유로(약 1300만원)를, 일본은 최대 100만엔(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준다. 한국 정부도 고속주행 전치가의 경우 국가에서 1400만원, 지자체별로도 300만~12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일본의 시장조사업체 B3는 각 국의 지원책에 힘입어 세계 전기차 시장이 지난해 300만대 규모에서 2020년 630만대로 3배 이상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기차용 2차전지 시장 규모 역시 지난해 90억400만 달러에서 2020년에는 182억4000만 달러(약 21조원)가 될 전망이다.

맥쿼리리서치는 "향후 5년간 코발트 수급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특히 2020년 5340톤, 2021년 7194톤으로 갈수록 부족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콩고의 정정 불안과 분쟁 광물 문제와 함께 세금 인상이 현실화되면 투자자들은 대체 국가에서 코발트 개발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12월∼2017년 12월 코발트 가격 변화 추이. (단위=톤당 달러, 표=LME/오일프라이스)


한편, 코발트 가격은 지난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런던금속거래소 2017년 마지막 거래일 코발트는 톤당 7만5500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연간 129% 급등한 것이다.

특히 이는 한국 기업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배터리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배터리 주요 원재료인 코발트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생산량의 3분의 2를 독점하고 있는 콩고가 세금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가격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LG화학과 삼성SDI 등 이차전지 업계는 직접 원재료 수급에 나섰다. LG화학은 지난해 황산니켈 생산업체 켐코 지분 10%를 확보했으며 삼성SDI는 칠레 리튬 양극재 플랜트건설 사업입찰에서 1차 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업계는 비용 부담이 높은 코발트 비중을 상대적으로 낮춘 배터리도 개발 중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코발트 가격 급등은 최근 가장 민감한 사안이고 구매부서에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우선은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장기계약이나 공급처 다변화를 통해 문제를 극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화학 역시 "당장은 장기 계약으로 물량에 타격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장기화할 경우 새로운 기술이나 협력업체를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코발트 가격 상승으로 경제성 확보라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면서 "니켈과 망간을 더 쓰고 코발트를 적게 쓰는 쪽으로 배율을 바꾼다든지, 다른 원료를 사용한 기술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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