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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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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밀어주는 러시아, 비트코인 채굴업체 '발전소' 사들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1.21 13:10

푸틴 "가상화폐 만들어라"…재무부, 거래소 허가제 위한 법안 초안 마련

▲러시아의 비트코인 채굴업체가 인수한 발전소 전경. (사진=제로헤지)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국내외 가상통화 가격이 일제히 폭락세다. 특히 국내시장에선 20~30% 떨어진 가상통화가 속출하면서 해외시장보다 하락 폭이 더 컸다. 정부가 최근 잇따라 강력한 규제 의지를 내보이면서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지난 1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는 아직 살아있는 옵션"이라고 말했다.

각국 정부도 가상 화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가상 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의 유용성과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투기적인 성격과 불법 거래 위험성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때려잡기에 나선 경우는 많지 않다.

러시아 경제 일간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최근 사업 확장을 모색 중인 한 비트코인 채굴업체가 러시아에 위치한 화력발전소 2기를 인수했다. 이는 러시아가 정부 차원에서 채굴의 중심지로 부상하기 위해 애쓰고 있고 일련의 노력들이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다. 발전소 매각은 정부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발전소 2기는 수도 모스크바에서 1200km 떨어진 우랄산맥 서쪽 페름 지역에 위치해있으며, 우드무르트 공화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발전소의 설비들은 가상화폐 채굴의 데이터 센터로 사용될 예정이며, 발전소 자체를 본사로 사용할 예정이다.

발전소를 인수한 러시아 사업가 알렉세이 콜레스닉은 "발전소 2기를 1억6000만 루블(한화 30억 2240만 원)에 인수했다"며 "발전소를 가상화폐 채굴에 최적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개조작업을 진행 중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제정 중인 가상화폐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 투자 전문 블로그 제로헤지는 "콜레스닉이 단행한 투자의 성패는 향후 러시아가 가상화폐와 관련해 어떤 행보를 택할 지에 달려있다"고 평가했다.

사실 러시아가 처음부터 가상화폐에 호의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은 아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등 강력한 제재에 나섰던 데서 시장을 통제하고 끌어안는 쪽으로 완전히 입장을 바꿨다.

러시아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 허가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매체인 비트코인 뉴스에 따르면 12일(현지 시간) 러시아 재무부는 암호화폐 거래소 승인 목록을 준비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알렉세이 모이세브 재무부 장관은 "공식 거래소를 통한 암호화폐 거래 합법화를 지지한다"며 "합법화된 공식 암호화폐 거래소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것이 어느 정도 정형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거래소들을 승인해 줄 것인가를 두고 아직 토론 중"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재무부는 거래소 허가제 법안에 암호화폐 유통 관련 규제안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다음 달 하원에 제출될 예정이다. 러시아는 중국과 더불어 암호화폐공개(ICO) 전면 금지, 암호화폐 거래 금지 등 암호화폐를 엄격히 규제해왔다.

지난해 10월 푸틴 대통령은 "가상화폐가 사기 및 돈세탁으로 활용되는 등 심각한 위험상태에 있다"고 밝힌 뒤 "우리는 가상화폐 분야에서 국민·기업·정부 등 모두의 이익을 확실히 보호하기 위해 국제기준에 맞는 규제 시스템을 개발해나가야 한다"며 가상화폐 거래 당사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푸틴 대통령이 크립토루블을 발행을 직접 지시한 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인 세르게이 글라지예프는 최근 정부 모임에서 "가상화폐 발행은 국가를 위한 민감한 활동을 하기에 적합하다"며 "우리는 제재를 고려하지 않고 전 세계의 상대와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상화폐는 루블과 마찬가지지만 유통은 제한될 것"이라며 "러시아 정부가 유통경로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28일에는 개인 ICO 투자제한 법안을 마련해 ICO 전면금지에서 제한적 허용으로 완화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7월까지 비트코인의 정의나 거래 방식, 채굴, 암호화 과정 등 가상화폐 시장 전반에 관한 법안 제정을 지시한 상태다.

제로헤지는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러시아 내에서 가상화폐 거래나 투자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며 "중국, 한국 같은 국가들이 채굴과 거래 자체를 완전히 금지하려는 추세와 대비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가상화폐를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은 가상화폐를 적극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과 만나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에 대해 논의한 후, 최측근인 드미트리 마리니프에게 가상화폐 ICO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마리니프는 ICO 계획 발표 당시 "앞으로 러시아의 글로벌 가상화폐 채굴 분야에서 30 %의 점유율을 달성 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8월에는 러시아 소규모 채굴업체인 RMC가 1억 달러(1068억 5000만 원) 규모의 가상화폐를 발행할 것이라 밝혔다. 당시 RMC는 회사 수익 중 18%를 토큰 소유자에게 배분할 것이라 공언했었다. 이 회사는 푸틴의 측근에 의해 설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러시아 정부는 국영 에너지 기업과 협력해 가상화폐 발행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베네수엘라, 이란과 파트너쉽 관계를 맺고 미국의 제재를 피해 석유 수출 대금을 받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베네수엘라는 가상화폐 도입을 선언한 상태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최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오는 14일 가상화폐 페트로 1억개를 발행하겠다"고 말했다. 가상화폐를 이용해 극심한 경제 위기를 넘어보자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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