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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이재용 재판, 형소법 제307조에 따라 '증거재판' 돼야 한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1.28 10:09

전삼현 교수 (숭실대 법학과)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다음달 5일 예정된 삼성 뇌물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법조계는 물론이고, 재계 관계자들 중 다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무죄 또는 집행유예를 예상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특검이 이부회장의 유죄를 입증할만한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들고 있다. 이는 증거재판주의에 입각한 형사소송법상의 본질에 입각한 타당한 법리 해석으로 이해된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외부적 요인, 즉 정치적 목적에 의해 법리보다는 권력자의 의중에 부합하는 실형을 선고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1심 판결에서 특검과 재판부가 ‘부도덕’, ‘묵시적 청탁’ 등을 이유로 유죄를 선고하면서 증거재판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전례를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1심판결로 인해 재판부는 정의의 여신 디케(Dike)가 들고 있는 저울을 한쪽으로 기울게 만드는 우를 범한 바 있다. 즉, 본질보다는 권력이라는 현상에 무게 추를 두어 판결을 한 것이다.  

문제는 우리 사법부의 미래다. 이번 사건에서 2심도 1심과 동일한 법리를 취하는 순간 사법부는 불가피하게 권력의 시녀 내지는 독재권력의 하수인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특검은 약 3개월간 진행된 항소심에서 3차례에 걸쳐 공소장을 변경하였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백지 공소장’이라는 비판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정부의 국무위원들도 삼성 측의 도덕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특검을 엄호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받고 있다.  

이번 항소심 기간 중엔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가 금융실명제법상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재조사하여 과징금을 부과하려고 시도하는가 하면, 현행 공정거래법상 허용되는 되는 삼성SDI와 삼성물산의 기존 순환출자에 대하여도 공정위가 결정을 번복하면서까지 주식처분명령을 하려는 시도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쯤 되면 왜 특검과 현 정부가 증거재판주의 원칙을 부정하면서까지 삼성 이부회장의 유죄에 집착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번 삼성사건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과 밀접하게 연관된 정치적 사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2심마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증거 없이 유죄판결을 내리는 순간 사법부 스스로 독립성을 포기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이다.  

즉, 특검의 의도대로 재판이 진행되고 재판부가 이에 부응하는 판결이 내려지는 순간 사법부는 권력의 시녀 내지는 독재권력의 하수인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역사를 돌이켜 보건대 독재국가의 권력자는 사법부를 항상 자기의 시녀로 만들었다. 즉, 독재국가에 있어서 디케의 저울은 항상 권력자에게로 기울어져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군사정권시절을 거치면서 민주화투쟁을 통해 사법부를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는 소중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즉, 국민들의 희생으로 사법부가 독립된 기관으로서 그 위치를 지켜왔던 것이다.   

어찌 보면, 이번 삼성사건을 통해 국민들이 그 동안 민주화투쟁을 통하여 얻어낸 사법부의 독립성을 재판부 스스로 포기하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사항인 승마지원과 관련하여 정유라에게 제공된 마필 및 차량의 소유권이 모두 삼성에 있었음이 분명해졌다. 그럼에도 특검은 최순실과 삼성측이 소유권 이전을 합의했다고 가설을 설정하고 짜 맞추기식 수사를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우리 형사소송법 제307조는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특검과 재판부는 이 규정의 의미를 재음미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1심을 통해 기울어진 디케의 저울을 다시 균형잡는 2심재판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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