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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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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 국제유가 2년새 150% 올랐는데...셰일기업은 왜 배고플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2.01 11:12

손익분기유가에 시추+생산비만 포함시켜
이자, 세금, 자금조달비용 등 제외해 오해 소지
셰일업체, 지출 줄이면 수익성도 감소…증산할 수밖에 없을 것


oil pumps at night

▲(사진=이미지 투데이)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작년 하반기부터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있다. 원유순수입국인 우리나라에서는 기름값이 26주 연속 오르면서 고유가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실제 국제유가는 2016년 2월 기록한 저점 대비 150% 넘게 올랐다. 차익실현 매물에 요 며칠 주춤한 모양새지만, 원유시장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런데 셰일기업들의 상황은 여전히 힘겹기만 하다. 유가가 상승하면서 미국이 사우디 아라비아를 제치고 최대 산유국 왕좌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셰일기업들은 고전하고 있다.

사우디의 한 금융서비스회사에서는 셰일 시추가 아직 수익성을 거둘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며, 비용은 늘고 있고 시추업체들은 여전히 ‘무한정 증산’을 추구하고 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이는 셰일기업들이 지난 3년 간의 저유가 시기를 통과하며 효율성을 대폭 개선시켰다는 기존의 평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 총자산이익률(ROA) 0.8%에 불과…"셰일기업 효율성 개선폭 과장됐다"

사우디 최대 은행인 알라지 은행의 자회사 알라지 캐피털이 미 셰일기업들의 재무제표를 조사한 결과, 2017년 3분기 평균 총자산이익률(ROA)은 0.8%인 것으로 나타났다. ROA는 기업의 당기순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눈것으로, 특정기업이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느냐를 나타낸다. 이에따라 ROA=0.8%의미는 100만 원의 보유자산으로 기업이 창출하는 이익이 겨우 8000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알라지 캐피털은 ‘최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60달러 중반선까지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재무상태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업계 내에서 자체적으로 계산한 손익분기유가와 알라지 캐피털의 추산이 다른 이유는 뭘까. 통상 셰일기업들은 주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최저가의 손익분기유가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조달 등 기타 비용을 제외하고 시추와 생산 비용만 포함시킨다. 게다가 세금, 부채에 따른 이자비용 등 기타 지출 내역도 많기 때문에 운영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다소 오해의 여지를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유가 오르는데 셰일기업 재정상태는 ‘글쎄’

기술 개발로 인한 셰일업체의 효율성이 개선됐다는 부분도 과장됐을 수 있다. 알라지 캐피털은 2017년 3분기 셰일업계의 배럴당 평균 운영비는 2014년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1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도 금리 상승으로 인해 자금조달비가 올라가고 부채가 쌓이면서 상당부분 상승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그렇다고 해서 셰일업계의 손익분기유가가 낮아졌다는 주장 자체가 거짓은 아니다. 지난 몇 년 간 운영비 자체는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감가상각, 이자비용, 세금, 시추와 탐사 등을 모두 포함한 광범위한 의미의 ‘1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현금’은 셰일업계의 미래에 비관적인 그림자를 드리운다.

알라지 캐피털은 실질적 의미의 손익분기유가는 최근 몇 분기 연속 상승했으며, 2017년 3분기 배럴당 64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3분기 WTI가 배럴당 45∼50달러선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평균적인 셰일기업들은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물론 모든 셰일기업들이 형편 없는 수치를 보인 건 아니다. 미 셰일업계의 대표기업이라 할 수 있는 준 다이아몬드백 에너지(Diamondback Energy)와 컨티넨털 리소시스(Continental Resources) 는 지난해 3분기 기준 각각 배럴당 52달러, 37달러선에서 실제 손익분기유가를 형성했다. 반면 파슬리 에너지(PParsley Energy) 같은 경우 1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현금이 배럴당 100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즉, 경영효율성에 따라 셰일업계 내에서도 업체별 수익성은 천차만별인 상황이다.

문제는 셰일기업이 지출을 삭감한다고 해서 재정상태가 나아질 수 있냐는 것이다. 알라지 캐피털은 "설비투자(CAPEX)를 줄인다고 해도 1배럴당 요구되는 현금흐름이 계속해서 낮아지지는 건 아니다"라면서 "셰일오일 생산의 자체적인 특성과 이자비용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환언하자면, 효율성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출 삭감은 생산량을 낮출 뿐이며, 수익이 줄어들면 지출 삭감에 따른 이점도 상쇄되기 때문에 셰일기업들은 증산이라는 선택지를 택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무엇보다도 미 중앙은행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같은 추세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헤징 이점 사라져…배럴당 1달러에 불과

셰일시추업체의 경영전략에 영향을 미친 한 가지 요소는 미래 원유생산량을 헤징(위험회피)하는 이점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2015, 2016 회계연도에는 헤징으로 배럴당 9∼15달러에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더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미리 파는 물량을 늘린 것이다. 그러나 이제 유가는 올랐고 이점은 사라졌다. 실제 2017년 3분기 셰일기업이 헤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배럴당 1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헤징 물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원유 선물 가격 곡선이 평평해지는 것과 함께, 유가에 상방압력을 가하는 요인 중 하나다. 사실 최근 WTI와 브렌트유 선물은 강한 백워데이션(선물가격이 미래 현물가격보다 낮게 이뤄지는 시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셰일기업들이 미래 생산량을 제한해야 할 필요성을 낮춘다. 향후 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산유량을 계속 늘리는 게 수익성 창출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닉 커닝엄 오일프라이스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알라지 캐피털의 보고서는 셰일 생산량이 공격적으로 증가하면서 유가 상승을 저해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셰일업계의 시추 활동은 분명 늘어나고 있고, 빠른 시일 안에 미국 원유생산량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면서도 "수익성 부족은 주주들의 압박이 커지는 흐름 속에서 셰일업계에 중대한 골칫거리로 남을 것"으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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