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불붙는 '북극해 보물창고' 자원전쟁...러-중 누가 주도권 쥐나

한상희 기자 hsh@ekn.kr 2018.02.03 10: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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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자원 개발 힘쓰는 러시아…서구 제재는 ‘발목’
2017년 야말 LNG 프로젝트도 성공적
중국, 북극서 ‘빙상 실크로드’ 만든다
中외교부 정책백서 발표, 시진핑 자원·항로 개발 야욕


Beautiful Iceberg

▲사진=이미지투데이


‘480억 배럴의 원유, 43조 큐빅미터(㎥)의 천연가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북극해의 잠재 매장량이다. 각각 전세계 매장량의 13%, 30%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로, 그것도 90% 이상이 수심 10m 이내의 얕은 바다에 매장되어 있어 채산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니켈ㆍ아연 등 다른 광물자원의 매장량도 상당하다.

자원의 보고 북극을 두고 벌이는 러시아와 중국 간 패권 경쟁은 한층 격화될 조짐이다.

러시아는 대규모 LNG 개발 프로젝트를 성공시켰고, 중국 정부는 "빙상 실크로드를 건설할 것"이라며 야심을 드러냈다.


◇ 북극해 자원 개발 힘쓰는 러시아…서구 제재·국영기업 제한 법규는 ‘발목’

지난해 러시아의 북극해 원유 생산량은 커다란 진전을 보였다. 유가 상승에 힘입어 러시아 정부는 새롭게 육상 유전 개발에 나섰고, 해상 플랫폼을 통한 생산을 증가시켰다. 서구사회의 제재도, 3년 간 이어진 저유가도 북극해 자원에 대한 러시아의 야심을 가로막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러시아 북부 야말네네트 자치 구역에서 진행된 육상 유전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북극해 원유생산량이 늘어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 프리라즈롬노예 해상 유전 역시 생산량이 늘었다.

북극해 자원에 대한 러시아의 야심은 2018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물론 러시아의 계획 앞에 놓인 도전적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미국이 부과한 제재로 인해 심해 유전, 북극해 연안 유전, 셰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상품, 서비스, 기술 수출이 금지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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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의 로고. (사진=AFP/연합)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 과 국영 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Rosneft)만이 북극 유전 개발 운영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개발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다. 이 경우 관련 개발 경험이 풍부한 민간 기업들과 협력하면 되는데, 양사는 합작회사 설립도 내켜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지난해 북극해에서 만족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 야말네네트 자치 정부에 따르면, 이 지역 내 원유생산량은 2016년 대비 13.4%, 천연가스 생산량은 6.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러시아 최대 규모 천연가스 개발 사업인 270억 달러 규모의 야말 LNG 프로젝트 역시 지난 해 말 중국을 향해 첫 출항에 나서면서 가동을 시작했다. 러시아는 야말반도에서 채굴한 천연가스를 통해 글로벌 LNG 시장에서 카타르, 호주, 미국을 제치고 절대강자를 차지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가스프롬의 석유 부문 자회사 가스프롬네프트는 지난해 말 예비 실적 발표 컨퍼런스에서 총 석유가스 생산량이 2016년 대비 4.2%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북극해에서 진행된 대형 신규 프로젝트 개발이 시추에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러시아 최북단에 위치한 노보포르토프스코예 유전, 보스토크노-메소야코예 유전과 연안 프리라즈롬노예 유전이 생산량 증가에 가장 많이 기여했다.

야말 프로젝트와 달리 유일한 해상 유전인 프리라즐롬노예는 상대적으로 개발이 쉬운 편이다. 해안에 가깝고 수면이 낮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극해를 둘러싼 러시아의 미래는 밝다고 보고 있다. 북극해 원유생산량이 늘어나고 있으며, 자금을 투입하고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로스네프트는 자사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영국계 다국적 에너지기업 BP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야말네네트 자치구역 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스전 매장량은 8800억 큐빅미터(㎥)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미국·유럽기업과 러시아 기업 간 합작을 막는 서구사회의 제재다. BP 같은 대형 에너지기업들은 북극해 자원에 대한 노하우와 시추기술, 풍부한 자금력을 갖고 있는데, 이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길이 막힌다면 시간도 노력도 배로 들기 때문이다.

대외적 제재 뿐 아니라 러시아 자체적으로 부과한 장애물도 존재한다. 가스프롬과 로스네프트 두 기업만 북극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정부 규제다.

스타니슬라프 프리친 전문가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어지고 있고, 가스프롬-로스네프트가 민간 러시아 기업과 합작하기를 꺼려하면서 북극해 자원 개발을 러시아 스스로의 힘으로 개발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야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프리친 전문가는 "러시아와 서구 사이의 긴장 관계가 고조되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의 제재가 빠른 시일 안에 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가스프롬, 로스네프트라는 대형 국영기업과 해저 개발 경험이 풍부한 러시아 민간 기업들이 합작하는 방식을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민간기업과의 합작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러시아는 북극해 자원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민간 자금과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중국, 북극서 ‘빙상 실크로드’ 추진…자원·항로 개발 야욕

China France <YONHAP NO-5981> (AP)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AP/연합)


중국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중국 정부는 북극을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범위에 포함해 자원개발과 항로개척에 열을 내고 있다.

지난달 25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베이징(北京) 국무원 브리핑룸에서 열린 북극정책 백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중국=북극 문제의 이해당사자’라고 선언했다. 그는 "앞으로 중국은 새로운 북극정책을 내놓을 것이고 북극의 평화 안정 발전에 중요한 공헌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극에서 무려 3000km 떨어져 있는 중국이 자신을 ‘북극 국가’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일반적으로 북극 국가라고 하면 영토가 북극해와 연결돼 있는 미국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을 가리킨다. 중국이 북극 관련 문제에서도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함에 따라 북극 항로를 둘러싼 전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매체들은 "중국이 세계의 끝까지 갈 것"이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중국 정부는 "러시아 등과 함께 빙상 실크로드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중앙아시아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육상 실크로드와 동남아시아, 서아프리카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해상 실크로드에 더해 북극해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빙상 실크로드’의 3가지 루트로 확장됐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자원이 풍부한 북극 실크로드에 대한 지정학적 야심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백서는 "북극의 자연 상황 및 변화가 중국 기후의 생태계 환경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며 중국과 북극의 관련성을 강조했다. 중국이 북극에서 자원을 개발하고 항로를 개발할 권리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지난해 12월 북극과 인접한 러시아 서시베리아 지역의 야말반도에서 러시아와 공동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9년에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중국은 매년 400만 톤의 천연가스를 확보할 수 있다.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석탄 중심에서 LNG로 난방 방식을 전환하려는 중국에 이 프로젝트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띤다.

중국의 관심은 특히 북극해를 관통하는 해운항로를 개척하는데 집중돼 있다.

백서는 "지구 온난화로 북극해 항로는 국제무역의 중요 수송 루트로서 유망하다"면서 관련 인프라 건설과 항해 시험 정기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북극개발 참여가 자원약탈, 또는 환경파괴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쿵 부부장은 "이런 걱정은 전혀 불필요하다"며 ‘빙상 실크로드’가 러시아 등 다른 관련 당사국과 공동으로 추진될 예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 文대통령 ‘러 야말 프로젝트’ 강한 관심"…올해도 新북방정책 지속" 의지


아시아∼유럽 운송 기간을 10일 이상 단축할 수 있는 북극 항로 개척에 주목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역시 중국의 ‘빙상 실크로드’ 선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앞으로 북극 항로 권리를 놓고 경쟁하거나 갈등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초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된 세계 최초의 쇄빙 LNG 운반선에 오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야말 프로젝트에 투입될 LNG 운반 쇄빙선 출항식에 참석한 것은 신북방정책을 추진중인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담긴 것으로 풀이했다. 특히 새해 첫 대외 일정을 옥포조선소로 잡은 것은 새해에도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수위를 한층 더 높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는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출범시켰고, 9월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북극항로 개척을 포함한 ‘9브릿지’ 사업 등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 강화 의지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이날 옥포조선소 방문은 북방정책의 일환이다. 현재 추진중인 북극항로가 개척되면 아시아와 유럽간 선박 물류 시간을 10일 가량이나 줄일 수 있게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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