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상화폐 '게임체인저' 될까

에너지경제 ekn@ekn.kr 2018.02.05 11: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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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


연일 가상화폐 열풍이 거세다. 

투기 양상이 과열될수록 당국자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가상화폐가 과연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초유의 관심을 보내고 있다. 최근 가상화폐 옹호론자들이 ‘게임이론’까지 설파하기에 이르렀으니, 가상화폐 열풍을 게임화(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관점에서 풀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게이미피케이션의 핵심은 게임요소로  ‘플레이어 사로잡기’다. 코인(포인트)으로 사람들을 푹 빠져 들게 고안된 가상화폐 비트코인 역시 무난한 게임화 서비스다. 

‘게임 외적인 맥락에 게임요소로 플레이어를 사로잡는 일련의 과정과 행위’가 게이미피케이션 정의 인지라, 일반인과 게이미파이어(gamifier, 기획자)까지도 ‘게임요소’들에 집중한 나머지 ‘플레이어 사로잡기’를 간과하기 십상이다. 이에 ‘플레이어 사로잡기’에 집중해 가상화폐의 게임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가상화폐 속 ‘플레이어 사로잡기’를 3영역(의도와 목표, 재미와 보상, 방법과 활동)으로 분석해보자.  

첫째, 게이미파이어(사토시)의 의도와 목표는 ‘탈중앙화로 어디서나 수수료 없는 거래시스템의 구현’이었고, 이는 경제민주화를 꿈꿔온 사람(플레이어)들을 사로잡아 비트코인 시스템에 온보딩(탑승)시키기에 충분했다. 

둘째, 비트코인의 재미와 보상은 ‘수집’과 ‘포인트’라는 게임메커닉스를 적절히 구현하여 플레이어를 사로잡았다. 셋째, 비트코인은 매력적인 습득방법으로 플레이어의 활동을 독려하는 구조다. 2100만개로 제한된 레어템(코인)을 얻으려면 블록체인 속 퍼즐풀기(장부정리, 채굴)라는 활동을 대가로 플레이어는 10분마다 보상받는 다이내믹하게 게임화된 서비스다. 

그런데 가상화폐(비트코인) 시스템은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점들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고, 이 역시 3영역의 문제점 진단이 필요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비트코인 의도와 목표가 변질되었다. 당초 지향했던 의도와 목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  

채굴비용 상승으로 채굴권은 이미 소수에 집중되고 있으며, 우후죽순 등장한 거래소들 중 과도한 수수료를 챙기는 곳도 늘고 있다. 이른바 플레이어 간의 네거티브 메타플레이 결과로 게이미파이어의 초기 의도와 달리 플레이어(일반거래자, 채굴공장, 거래소)들이 자신에 유리한 쪽으로 재해석하고 게임의 룰을 재편해 투기판으로 이끌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즐길 수도 없고 보상체계도 무너지고 있다. 게임에 익숙한 20~30대 플레이어는 성취가(Achiever) 성향이 강한 편인데, 이들 중에는 코인획득만 ‘즐기려’는 맹목적 참여자가 많다는 점이다. 

그런데 포인트(코인)의 수가 제한돼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채굴난이도가 극도로 높아져 일반 거래자들은 채굴활동 ‘즐기기’를 포기한지 오래됐다. ‘보상밸런스’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세 번째 문제는 습득활동과 방법의 변경이 불가피한 지경이다. 이미 대형 채굴공장 독식구조로 집중화(Centralized)되고 있으며, 비트코인은 이미 일반인들의 습득활동이 불가하다. 일반인 소외 상황이 오래가거나 전체 코인이 채굴되면 시스템 지속을 위해서는 습득활동과 방법(추가발행 또는 쪼개기) 변경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변경은 자칫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가상화폐를 게이미피케이션 관점에서 분석하고, 문제점을 진단하였다. 최근 들어 학계에서는 플레이어의 경험과 진화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플레이어는 사용자의 가장 진화한 형태로, ‘사용자’가 진화해 ‘고객’이 되고 더 진화해 ‘플레이어’가 된다. 학계연구보다 시장에서의 변화(진화) 속도가 더 빠른 경우가 많은데 플레이어 진화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 플레이어들은 4차 아니 N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파고를 넘고 있다. 가상화폐 무용론자들은 경제교과서 속 ‘화폐의 정의’에 반한다는 이유로 역대급 진화속도의 플레이어들에게 ‘가상화폐는 우아한 사기’라며 훈계한다. 

반면 맹신론자들은 금수저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라도 되는 양 밤낮으로 거래소 대시보드의 등락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가상화폐 무용론자든 맹신론자든 무안해 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무용론자의 주장처럼 수일~수개월내에 가상화폐 버블이 터져 비극으로 끝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수년 내에 블록체인은 게임체인저가 될 거라 대부분 동의한다. 

과연 가상화폐는 문제점들을 보완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인가, 아니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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