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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 발전 설비량 12GW를 2030년까지 달성하기 위해선 지자체 권한강화를 통해 주민수용성 문제를 먼저 개선하고 정책결정에 따른 제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은 남동발전의 탐라해상풍력발전 전경. |
[에너지경제신문 강예슬 기자] 국내 풍력발전설비는 육상과 해상을 포함해 1.2GW(1200MW, 2017년 기준)이다. 또 이중 해상풍력 비율은 0.03%로 38MW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 설비량을 12GW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현재의 316배에 달하는 수치다.
정부가 육상풍력보다 해상풍력을 확대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육상풍력은 대규모 유휴부지를 찾기 어렵고 저주파와 소음 그리고 자연경관 훼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 주민들의 저항이 거세기 때문이다. 반면 해상풍력은 관련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대규모 단지가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해상풍력이 가진 잠재력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국내 발전 공기업이 금융기관이 함께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해 해상풍력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해상풍력에 뛰어든 공기업은 한전을 비롯해 한수원 그리고 남동·남부·중부·동서·서부발전 등 발전 공기업 6사 모두다. 특히 발전 공기업은 공동 으로 출자해 SPC를 설립(한국해상풍력), 서남해해상풍력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에 의하면 발전사업허가를 획득한 기준으로 진행 중인 해상풍력사업은 현재 총 9개로 762.2MW 규모다. 해상풍력에 뛰어들겠다는 기업은 지금도 계속 증가세지만 2030년까지 해상풍력 설비량이 12GW에 도달하기 위해선 주민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고 정책결정에 따른 제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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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풍력산업협회가 5일 공개한 발전사업인허가를 받아 현재 진행 중인 해상풍력 사업 현황.(자료=한국풍력산업협회) |
◇ 육상풍력보다 낫다는 데 주민반대는 ‘여전’
한국 해상풍력 설비용량은 38MW로 적지 않은 규모지만 국내 최초 상업용 해상풍력발전단지인 탐라해상풍력발전(30MW)이 지난해 비로소 운영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향후 사업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이미 다수의 사업자가 주민 반대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
통영시 욕지도 해상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지역 어민들은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설 경우 어업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해 교착상태에 빠진 바 있다. 이후 상생협력을 체결해 가까스로 갈등을 봉합해 사업을 재개했지만 사업 실증단계부터 연안어민들의 반발로 긴 시간을 흘려보냈다. 국내 상업용 해상풍력발전의 가능성을 보여준 탐라해상풍력의 경우도 2006년에 발전사업허가와 개발사업시행 승인받았으나, 실제 가동까지는 무려 9년이 소요되는 등 지난한 과정을 감내해야 했다.
◇ 2030년까지 12GW 해상 풍력 확대 가능하려면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부가 세운 해상풍력 설비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기초 지자체의 결정권한을 강화해 해상풍력 조성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역시 이 주장을 받아들여 계획입지제도를 시행, 사전에 환경성을 검토하고 주민수용성을 확보키로 했다. 계획입지제도는 광역지자체가 재생에너지 발전에 적합한 유휴부지를 발굴해 중앙 정부의 입지 적정성 검토를 거친 뒤, 민간 사업자에게 부지를 공급하면 민간사업자의 지구개발 실시계획을 중앙 정부가 승인해 인허가를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계획입지제도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에너지사업을 진행할 전담조직이나 부서가 갖춰지지 않은 경우 이 같은 사업을 꾸려가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손충렬 세계풍력협회 부회장은 "주민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촌계에서 필요한 지원사업을 지원해주는 등 일시적인 보상이 아닌 지속적인 인센티브를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사업 인·허가 등에서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발전단지가 될 지역의 주민과 어업인들 단체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선 각 지자체에 이를 담당할 수 있는 부서나 기관이 마련돼 지속적인 의견조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전문가 역시 "계획입지제도 도입을 통해 정부가 지자체의 권한을 강화시키고 재생에너지 발전지구지정을 담아 의원입법을 하고 있는 현재의 방향이 큰 틀에서 옳다고 본다"며 "하지만 관련 법안 입법이 완료된 뒤 발전단지 지역공모를 진행하게 되면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이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는 먼저 단지개발을 위한 지역공모를 실시하는 등 해상풍력에 적합한 단지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수용성이라는 큰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도 해상풍력단지로 쓰이기 위해선 공군레이더 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해역이용평가 등을 모두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단지개발과 인허가에만 4~5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 측은 "기초 지자체 중심의 계획입지제도 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해상풍력에 관한 구체적인 정책안은 가능한 빨리 내놓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산업부는 입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할 수 있는 발전단지 공모나 개발을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