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복잡해지는 글로벌 LNG 시장, 제재 부과한 러시아서 LNG 수입하는 美

한상희 기자 hsh@ekn.kr 2018.02.12 09: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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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저장용량 부족 + 존스 액트 법률조항
글로벌 LNG 시장 내 복잡해지는 역학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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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말 LNG 프로젝트 전경. (사진=NOVATEK)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최근 미국 보스턴에 도착한 유조선에는 러시아 정부가 최근 사업을 개시한 액화천연가스(LNG)가 실려있었다.

이 소식은 상당히 아이러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러시아는 현재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인데다, 미국은 지난해 천연가스 순수출국으로 부상한 만큼 가스 자급자족이 가능하다는 시각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미국의 러시아산 LNG 수입은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구멍이 뚫린 것인가 △미국이 공식 발표와는 달리 자국의 천연가스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인가 하는 두 가지 논란거리를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강조하는 ‘미국의 에너지 지배(energy dominance)’와 셰일혁명에 힘입은 미국의 천연가스 붐에도 제재국인 러시아로부터 LNG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은 상당히 모순적이다.

사실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국의 러시아산 LNG 수입 배후에 깔린 양국의 상황은 복잡하다. 일단 미국 내 지역적 인프라가 미비한데다, 법률적 제한에 가로막혀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LNG를 수입해야 한다. 이에 더해 LNG 무역에서 세계화가 진전됨에 따라, 천연가스의 생산국이 다변화되고 있고 목적지의 제한 없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입찰자에게 LNG 화물이 향하고 있다.

지난달 러시아산 LNG 설비를 싣고 시베리아 반도 야말항을 떠난 LNG 운반선 가셀리스 호가 미국 보스톤 인근 에버렛 재기화 터미널에 인도된 게 대표적이다. 프랑스 선적데이터기업 Kpler SAS에 따르면, 두 번째 LNG 카고 역시 프랑스 북부 항구도시 덩케르크에서 미국 뉴잉글랜드로 출항할 예정이다.


◇ 미국은? 한파에 가스 수요 폭증하는데…인프라 부족하고 법률적 제한도 ‘난항’

올해 천연가스 순수출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셰일혁명의 중심지가 LNG를 두 차례나 수입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 말 미 동부 지역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올초 가스 소비가 급증하고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특히, 뉴잉글랜드 지역은 미국 내 다른 셰일가스 생산 지역에서 가스를 공급받는 데 의존하고 있다. 파이프라인이나 지역내 LNG 터미널 저장용량이 겨울철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또, 미국 셰일지대에서 나오는 천연가스 같은 경우 지나치게 풍부해 공급과잉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지만, 멕시코 걸프만 일대에서 뉴잉글랜드 지역으로 LNG 화물을 보낼 수 없다. 1920년 제정된 미국 법률 27조 존스액트(Jones Act)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선박수송시 운항되는 선박은 미국내 소재 또는 미국민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항구나 시설 등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존스액트 조항을 충족시키는 선박은 전세계 500여 척 가운데 단 한 척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천연가스를 충분히 생산하지 못해서도 아니다. 오히려 미국의 가스 생산량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천연가스 순수출국이 됐고, 이같은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천연가스 수출은 올해와 내년 계속 확대될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은 글로벌 가스시장을 계속해서 변화시키고 있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2년까지 미국이 호주와 카타르를 LNG 수출량 면에서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즉, 가스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미국 내 지역적, 법적 제약에 가로막혀 대러 제재를 시행 중인 러시아산 LNG 화물을 수입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 러시아는? 美 제재 탓에 자금줄 막혀…

지난해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270억 달러 규모의 야말 LNG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카타르, 호주가 주도하는 가운데 미국이 셰일가스로 도전장을 내민 글로벌 LNG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러시아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야말 LNG의 지분 50.1%를 소유하고 있는 러시아 2대 천연가스 업체 노바텍은 지난 2014년 이래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있다. 때문에 270억 달러 규모의 야말 프로젝트를 끝마치기 위해 중국 자본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쇄빙유조선을 이용한 운송비용은 가장 비싸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 정부는 자원 추출 비용에 대해 앞으로 12년 간 세금을 면제하기로 했고, 러시아산 LNG를 수출하는 데 따른 세금을 완전 폐지할 방침이다.

미국 휴스턴 소재 라이스 대학 베이커 공공정책연구소의 에너지 연구 센터 소속 안나 미쿨스카 비상임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제재가 제한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더라도, 인프라에 대한 지출 비용을 가중시킨다거나 야말 지역 가스전 수출에 따른 수익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러시아 정부 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물론 화물에 담긴 러시아산 LNG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 지 확실치는 않지만 상당수가 야말 반도에서 생산을 개시한 러시아산 LNG라는 게 블룸버그의 해석이다. 프랑스 대형 에너지 기업 엔지가 페트로나스로부터 구매한 화물은 다시 페트로나스가 야말 LNG에서 구입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야말 LNG가 영국 그레인인섬 터미널의 저장설비로 하역됐고 이후 저장설비에서 다시 가셀리스 호에 주입된 것이기 때문에 영국의 저장물량과 알제리, 트리니다드 토바고, 카타르산 LNG 등 여러 공급원의 가스와 섞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엔지 측은 LNG 카고에 적재된 LNG가 러시아산으로만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의 대러 제재 조치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다변화되는 LNG시장…대러 정책 재고해야"

미쿨스카 연구원은 미국의 제재가 러시아 에너지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하며,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접근방식과 제재를 재고해야 한다"며 "일방적이고 편협한 수단보다는 다각적이고 광범위한 방식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미국의 안보 싱크탱크 ‘아틀란틱카운슬(AC)’의 아그니아 그리가스 에너지 안보 정책 선임연구원은 뉴잉글랜드 주에 가스 파이프라인과 저장 인프라 건설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잉글랜드 지역의 높은 천연가스 가격을 안정시키고 LNG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리가스 연구원은 "카타르, 호주, 미국, 러시아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LNG 시장에서는 새로운 항로와 공급, 재수출이 가능해지면서 역학관계가 복잡해졌다"며 "미 정부의 제재를 받은 프로젝트에서 생산된 LNG 역시 미국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미 당국이 분명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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