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600조 인프라 투자 발표…금리 인상 우려도

한상희 기자 hsh@ekn.kr 2018.02.13 14: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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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1조5000억 달러(한화 1624조 2000억 원) 규모의 인프라(사회기반시설)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의회에 보낸 55쪽 분량의 인프라 투자계획은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 주(州) 및 지방 정부의 재정투자가 초점이다.

즉, 향후 10년간 1조5000억 달러를 인프라 개선에 투자하되, 이 중 2000억 달러만 연방재정으로 투입하고, 나머지는 주·지방 정부와 민간의 돈을 끌어넣겠다는 것이다. 연방정부 재정을 ‘마중물’로 쓰겠다는 의미다.

연방재정의 용도는 구체적으로 절반인 1000억 달러는 주·지방 정부의 자금 조달을 위한 인센티브(매칭펀드)로 쓰고, 500억 달러는 주지사가 재량으로 결정하는 시골 지역 사업의 보조금 용도로 지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프라 투자 대상과 관련해 "도로, 교량, 공항 등 전통적인 기반시설뿐 아니라 음용수와 폐수 시스템, 수로, 수자원, 에너지, 시골 지역 기반시설, 공공용지, 퇴역군인 병원, 버려진 산업부지 재개발, 대규모 오염지역 등에도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 개혁은 미국 경제를 강화하고 미국을 더 경쟁력 있게 만들며, 미국 가정을 위한 재화와 용역의 비용을 줄이고 미국인들이 세계 최고의 기반시설을 바탕으로 삶을 건설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연방정부 재정 투입 계획이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시장에서도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구체적인 방안이 너무 허술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전체 1조5000억 달러 인프라 투자 계획 중 연방정부가 10년간 2000억 달러만 투입하고, 나머지 1조3000억 달러는 주·지방 정부와 민간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방정부가 투입하는 2000억 달러 중에서 1000억 달러는 주 정부의 재건 사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지원된다. 농촌 지역의 보조금 형태로 투입되는 500억 달러는 주지사가 재량으로 쓸 수 있고, 300억 달러는 기존 인프라 프로그램에 쓰인다.

계획안대로라면 주 정부가 투자금의 80% 이상을 부담하고 연방정부는 20%의 지원금만 제공하는 셈이다. 피터 드파지오 민주당 하원 의원은 "이것은 또 다른 사기이며 정부의 기능을 사유화하기 위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영국 방송 BBC는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안은 비판 받을 지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작년 말 대규모 감세안을 주도적으로 통과시켜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막대한 인프라 투자는 재정 건전성에 타격을 준다. 자금 압박을 받은 주 정부가 결국 국민에게 세 부담을 전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올리거나 휴게소 이용료 부과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연방정부가 재원 마련을 위해 공공 인프라를 민영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로널드레이건워싱턴국립공항과 덜레스국제공항을 비롯해 조지워싱턴기념공원, 다차선식 고속도로인 볼티모어-워싱턴파크웨이 등이 유력하다고 뉴욕포스트(NYP)는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워싱턴 지역에서 더 나아가 남서부 전력 관리국, 서부 전력 관리국, 테네시 밸리 당국 등 대형 에너지 공급업체들을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리서치업체인 컴퍼스포인트의 아이작 볼탄스키 애널리스트는 "이 계획안은 죽은 계획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계획안이 실현 불가능한 이유를 3가지로 요약했다. 자금 조달에 관해 정책적 합의가 없다는 점, 민주당이 25년 만에 유류세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쟁점화를 앞둔 것, 입법 일정상의 난항 등이 그 이유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1년 동안 텅 빈 모습을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마침내 국민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린 인프라 투자 계획안을 공개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최근 정부지출을 1조 달러로 하는 자체 인프라 투자안(案)을 마련하기도 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성명에서 "정부 재정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 노동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기업과 부유한 개발자들에게 또 하나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재정적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대선 공약(1조 달러)을 크게 웃도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나서는 것은 국채 금리 인상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해 12월 법인세 인하 등 대대적인 감세를 시행하고, 의회가 향후 정부지출 상한을 올리기로 하는 등 재정 확대 움직임과 맞물려 재정적자 심화, 경기 과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자산운용사 ‘매뉴라이프’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메간 그린은 "만약 지금이 이런 종류의 재정 부양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인지 모든 경제학자에게 묻는다면, 아무도 그렇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프라 계획이 확정되려면 연방 의회에서 법률로 제정돼야 한다. 이에 따라 향후 입법 과정에서 투자 규모와 방식, 대상 등은 변경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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