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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개막식 밤하늘을 수놓은 1218대의 인텔 드론 ‘슈팅스타’가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을 만든 모습. (사진=인텔) |
하지만 드론으로 항공촬영을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규제의 산을 넘어야 한다는 제약이 따른다. 특히 이러한 규제들은 현실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내용이 많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인텔, 준비에서 허가까지 vs 국내 방송사는 무허가?
기체에 LED 조명을 장착한 ‘슈팅스타’ 드론은 개막식이 펼쳐진 하늘에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 형태를 만들기도 하고, 스노우보드 선수의 모습도 그렸다. 자사 로고를 선보이는 등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장소에서 인텔은 기술력을 한껏 과시하며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 결과 뒤에는 인텔 드론팀이 수 개월 전부터 올림픽에서 드론 쇼를 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왔다. 국내에서는 드론 야간비행이 불법이고, 비행일로부터 60일 전에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국토교통부에서 야간비행 승인을 받았다. 기술력 이상으로 꼼꼼한 현지 상태와 환경 점검이 있었기에 무탈히 평창 밤하늘을 밝힐 수 있었고, 무인항공기 공중 동시비행 부문 기네스 신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었다.
그 순간, 국내 방송사들도 올림픽 개막식을 촬영하며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수많은 중계 카메라들이 선수들과 경기장 내외, 그리고 하늘에서 영상을 촬영하는 등 그 어느 올림픽 때보다 입체적인 촬영이 이뤄졌고, UHD 고해상도로 생중계되는 촬영 기술을 뽐내기도 했다. 헬기 촬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일부 영상은 드론 촬영이 아닌가 의심되는 장면도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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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중계화면 중 공중 촬영 장면이 다수 포함됐다. 만약 드론촬영이라면 모두 불법촬영이 된다.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
지난 JTBC 예능 ‘효리네 민박2’에서도 드론을 활용한 야간촬영 장면이 공개됐다. 이 장면 역시 아쉽게도 불법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방송 촬영 당시 드론 야간촬영 허가요청이 없었다고 했고, JTBC 측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 드론 야간비행 촬영하려면 규제가 산넘어 산
드론업체 관계자들은 "정부가 말로는 드론이 4차 산업이고 규제를 풀어 키우겠다고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규제 속에서 제대로 성장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드론으로 항공촬영을 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국내에서 무인비행장치의 특별비행승인 규정에 따르면 드론 야간비행을 위해서는 △무인비행장치의 종류ㆍ형식 및 제원에 관한 서류 △무인비행장치의 성능 및 운용한계에 관한 서류, △무인비행장치의 조작방법에 관한 서류 △무인비행장치의 비행절차·비행지역·운영인력 등을 포함한 비행계획서, △안전성인증서(제305조 제1항에 따른 초경량비행장치 안전성인증 대상에 해당하는 무인비행장치 한정) △무인비행장치의 안전한 비행을 위한 조종 능력 및 경력 등을 증명하는 서류 △해당 무인비행장치 사고에 따른 제3자 손해 발생 시 배상을 담보하기 위한 보험 또는 공제 등의 가입을 증명하는 서류 △해당 무인비행장치 사고에 따른 제3자 손해 발생 시 배상을 담보하기 위한 보험 또는 공제 등의 가입을 증명하는 서류가 필요하다.
또 이러한 서류를 구비하더라도 승인이 떨어지기까지 최장 60일가량이 걸릴 수 있다. 드론 야간비행은 국토부의 허가만 받으면 되지만 촬영이 포함되면 국방부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 관계자들은 "매일매일 변경사항이 많은 현장에서 60일 전에 촬영 일정, 시간, 촬영횟수 등을 정확하게 기재하기에는 변수가 많아 야간촬영이 필요할 때는 그냥 허가 없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야간촬영을 하다 적발되면 벌금 200만 원을 내야 하는데 재수 없을 경우에만 낼 뿐이고, 여러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에 승인 대신 불법을 택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부가가치가 높은 드론산업에 2022년까지 1조 2000억 원을 투입해 국내 드론산업의 핵심기술력을 높이고 영상촬영, 관측, 건설, 농업, 통신 등 유망한 드론시장에 대한 R&D를 확대해 국내 드론 기술력을 선진국의 90% 수준까지 따라잡겠다는 목표치도 제시했다. 하지만 드론업계에서는 "이미 수많은 규제로 인해 성장하지 못한 상황에서 뒤늦게 선심성 지원을 약속하는 것은 뒷북"이라며 "국내 첫 동계올림픽이자 기술올림픽인 평창올림픽에 국내 드론업체가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것은 두고 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