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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의 눈] 은행권 신상품…“신(新)상품 맞나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2.19 09:06
이유민

▲금융증권부 이유민 기자


신(新) 상품.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상품, 혹은 기존 상품보다 더 낫거나 차별화된 매력이 있는 상품이 등장했을 때 신상품이라 표현하곤 한다. 신상품을 처음 마주한 소비자들이 마음 한편에 기대를 품는 것 역시 ‘신상품’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이런 의미 때문일 것이다.

과연 은행권의 신상품은 ‘새로움’이라는 그 역할을 다 하고 있을까?

실제로 마주한 상당수 신상품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최대 4%의 고금리로 홍보를 하던 상품은 실상 1%대의 기본금리에 일반적인 소비자라면 충족하기 어려운 우대금리 조건으로 뒤범벅돼 있었다. 또 ‘한정 판매’로 소비자를 자극하던 상품은 슬그머니 상품 판매 기간을 늘리기 일쑤였다. ‘업계 최초 판매 상품’은 업계에서 최초로 판매하는 이유가 있을 만큼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품뿐이었다.

시중은행을 돌아다니며 가장 최근에 나온 신상품 가입을 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하면 "왜 그걸 가입하려고 하세요?"라는 반문이 돌아오곤 했다. 신상품의 조건을 캐묻는 기자와 더 좋은 기존 상품이 많은데 굳이 그걸 들어야겠느냐고 말리는 행원의 아이러니한 모습이 반복됐다.

한 현직 행원은 "은행의 신상품은 기존 상품보다 좋을 수가 없어요"라고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은행초기에는 주거래 고객 모집을 위해 경쟁적으로 질 좋은 신상품 만들기에 집중했지만, 사실상 주요 은행의 독과점 체제가 돼버린 지금 신상품을 통한 고객 유입보다는 기존 고객 유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눈에 알아보기 쉬운 유통업계의 신상품과는 달리 은행권의 신상품은 그 안의 가입 조건, 우대 조건 등 세부적인 내용이 많이 딸려 있다. 그래서 은행권의 신상품을 기존 상품과 비교하는 일은 쉽지 않다. 단순 비교가 어려운 은행 상품의 경우 쉽게 풀어 써낸 기사를 통한 정보 획득이 소비자들이 상품 비교를 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 중 하나이다.

은행이 언론을 통해 내놓은 신상품 보도자료에는 ‘특별 판매’, ‘한정 판매’ 등의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고금리 뒤에 숨어있는 까다로운 가입 조건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런 눈 가리고 아웅식 상품 홍보가 금융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름만 그럴 듯한 은행 신상품에 속지 않는 것이 현명한 금융소비의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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