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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경ㅣ인터뷰] 이정미 정의당 대표, "양대정당 독식 막으려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2.17 12:07

-촛불혁명 아직도 진행형→정치개혁 선행돼야→선거제 개혁 필수

▲이정미 정의당 대표 (제공=의원실)


[에너지경제신문 이현정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에너지경제와의 신년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촛불혁명은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본다"며 "좀 더 힘있게 대한민국을 바꾸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개혁의 걸림돌로 정치가 가로막고 있어, 정치개혁이 선행되야 한다"며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선거제 개혁이 필수이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혁명의 완성은 ‘내 삶’이 실질적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1문1답이다.  


- 6.13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이다. 바람직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한 말씀 주신다면.   
 

현재 기초의회 선거구는 대다수가 2인 선거구로 구성돼, 양대정당의 독식을 허용하는 구조다. 양대정당의 독식을 보장하니, 도전을 포기하고 아예 무투표로 당선되는 곳조차 허다하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정치전문가 등이 문제를 지적해 현재 서울시 선거구 획정위가 4인 선거구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양대정당 지역구 정치인들의 반대로 개혁안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대로 두면 지방의회가 지방적폐세력이 온상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중대선거구 취지에 맞게 4인이상 선거구가 대폭 설치되도록 해야 한다.


- 최근 ‘정의당의 반성문을 제출한다’며 미투운동에 대한 입장을 밝히셨다. 여성 사회인으로서, 여성 정치인으로서 고통받고 있을 그들에게 한마디 위로를 해주신다면.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 가해자의 잘못이다. 지금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는, 피해자가 아닌 침묵하고 방조한 주변 사회 구성원이어야 한다. 미투운동은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복기하고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는 쉽지 않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분들에게 더 고발하라고, 용기를 내라고 부추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먼저 조직의 책임자로서 반성문을 제출한 것이다. 여러분들이 먼저 고통스럽게 자신의 피해를 말하지 않을 수 있게 진보정당 또한 조직을 바꾸고, 성평등 실현을 위한 감시자가 되겠다.


-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으로서 그동안 중점방향은 무엇이었고 성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나.

기본적으로 두 가지 의정방향을 갖고 있다. 하나는 국민 삶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무엇 하나라도 제대로 해결하는 법안’을 내야 한다는 것, 또 하나는 ‘시대 변화에 용기 있게 정면 대응하는 내용의 법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분야에서 이랜드 애슐리에 의한 알바와 정규직 직원들의 임금꺾기를 밝혀내고, 근로감독을 이끌어 330억 원을 돌려주게 했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의 불법파견과 임금 미지급을 밝혀내고, 노동부로부터 직접고용결정을 얻어내기도 했다.

또한 넷마블의 잔혹한 야근실태를 밝히고 근로감독과 함께 시정 약속을 받았다. 
생명의 가치를 지키는 의원이 되고자 했다. 1호 법안이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이다. 의욕적으로 추진했고, 실제 지난해 1월 국회통과까지 이어졌다. 가습기살균제사건은 법통과 시점까지 1000명이 넘는 분이 목숨을 잃는 등 대한민국을 뒤흔든 대규모 치사사건이었지만, 기업도 정부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다행히 제가 낸 특별법으로 늦게나마 피해구제가 가능하게 됐다. 특히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세퓨 피해자와 현 3·4등급 피해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물론 완전하진 않다. 이 사건이 온전히 기업과 정부의 잘못에서 비롯됐다는 인과관계를 분명히 하려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피해구제에 정부출연금을 두도록 해야 한다. 이 점과 관련해, 1월 입법과 별개로 지난 11월 개정안을 새로 냈다. 


- 최저임금 산입범위 관련해, 노사간 줄다리기를 해온 끝에 결국 TF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결론을 제도개선안에 담았다. 의원께서는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이라고 보시는가?  

정의당은 이미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최저임금 취지가 기본생활임금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데, 지금 경영계 주장처럼 정기상여금 등으로 산입범위를 확대하면 기껏 최저임금을 높여도 저임금노동자들의 생활여건은 제자리걸음을 하게 될 것이다. 최저임금을 법으로 정해놓은 지금도 노동현장에서는 각종 수당을 기본급으로 바꿔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는 꼼수가 난무하는 실정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무력화하고, 임금 자체를 하양평준화 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절대 안 된다고 본다. 지금 필요한 건 최저임금이 저임금노동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이다. 예를 들면,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비혼단신노동자 대신 가구생계비를 기준으로 하는 등 현실을 반영하는 내용이 검토되야 한다. 


- 정의당 ‘비상구’를 통해서 파리바게트 제빵사, 다이소 임금체불 등 다수 노동관계법령 위반 및 노동인권 침해 논란 등을 사회적 문제로 부상시켰다. 아직 생소한 분들을 위해 ‘비상구’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정의당 비상구는 ‘비정규노동상담창구’의 줄임말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노무사 55명, 변호사33명 등 90명 넘는 노동전문가 분들께서 자문위원을 맡아 전문적인 노동상담과 법률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당해고, 부당징계, 임금체불 등 각종 부당행위를 비롯해 산재처리나 노조결성을 위해 도움을 받고 싶을 때 정의당 비상구 문을 두드리면 된다. 실제 하루 평균 전화상담 10건, 온라인상담 5건 정도 들어오고 있다. 2016년 12월 처음 발족해서 지금 2기 비상구가 운영 중인데, 당내 기구 가운데 2기까지 출범시키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정의당 비상구가 독보적 사례일 것이다. 성과도 많았다. 이랜드 외식사업부 임금체불, 파리바게트 불법파견, 넷마블 임금체불, DHL 부당전직·감봉, 쿠팡맨 임금체불,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부당해고 문제 등을 해결했다. 저희는 앞으로도 비정규·미조직 노동자들의 든든한 대변인으로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할 것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제공=의원실)


- 지금까지 문재인 정권에서의 노동정책 어떻게 평가하시는가.

정책방향은 잘못되지 않았지만, 이를 뒷받침 할 내용이 정교하지 못했고 정책추진력 등 뒷심도 부족했다고 본다. ‘비정규직 제로시대’ 선언을 비롯해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에 해결의지를 보이는 등 기존 보수정권과 다른 시각으로 노동문제에 접근하려 한 것은 분명 평가할 만 하다. 실제 ‘쉬운해고’와 ‘성과급제’ 등 박근혜정부의 노동개악 양대지침을 폐기했고, 최저임금도 16.3% 올려놓았다.  

그러나 약속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환률이 40% 수준에도 못 미쳤고, 특히 정규직 전환기준도 처음 약속과 달리 상시·지속업무 보다는 생명·안전업무에 한정됐다. 그 내용도 직접고용 보다는 자회사를 통한 방식을 더 앞세우고 있어 공약보다 후퇴한 것으로 본다. 노동이사제를 통한 노동자의 경영참여, 생명안전업무에 대한 외주화 방지와 원청 책임강화, 특수고용노동자 보호, ILO 협약 비준 등은 아직 추진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개혁에 주마가편을 해야 할 집권여당인데, 여당일각에서 법정노동시간 52시간 문제나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에 노동시간 단축의 취지를 훼손하는 합의를 시도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의 노동개혁이 힘 있게 추진되려면 양대노조를 비롯해 노동의 협력을 얻어나가야 한다. 노사정 대화기구의 복원과 재편을 위한 대화가 진행 중이다. 감옥에 있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사면은 노-정 신뢰회복의 상징적 조치가 될 것이다. 정부는 빠른 판단을 내려 한 위원장을 사면해, 본격적인 노사정 대화 성사를 위한 여건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당 대표로서 한 말씀 부탁드린다. 

대한민국 화두는 아직도 촛불혁명이라고 본다. 혁명이 완수되려면 ‘내 삶’이 실질적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그 점에서 촛불혁명은 아직 진행형이라고 생각된다. 좀 더 힘있게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개혁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 모든 개혁을 정치가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민생개혁법안들이 국회 앞에만 가면 멈춰버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더는 안 된다. 촛불혁명을 완성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힘있게 열어젖히기 위해 정치개혁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민심을 있는 그대로 정확히 반영하는 국회가 만들어져야 그 안에서 당리당략으로 인한 다툼 없이 국민을 우선하는 정책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 맥락에서 2018년 새해 대한민국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제 개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에너지경제신문> 독자여러분께서 적극적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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