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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크립토밸리'로 고용창출·외화수입 증대...한국과 '거꾸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2.24 17:31
캡처

▲스위스 크립토밸리 소개화면 캡처. (사진=크립토밸리스 스위스 홈페이지)


[에너지경제신문 이상훈 기자] 전 세계적인 가상화폐(암호화폐) 하락에도 불구하고 ICO(Initial Coin Offering, 가상화폐공개)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현지시간) 리서치업체 토큰 리포트의 자료를 인용해 연초 이후 ICO를 통한 자금 조달액은 약 16억 6000만 달러(약 1조 8000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올해 들어 두 달도 안된 기간 동안 작년 한 해 ICO 조달액 65억 달러 가운데 4분의 1을 넘어선 수준이다.

이처럼 ICO가 인기를 끄는 원인은 창업을 위한 투자자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IPO(Initial Public Offering, 주식공개상장)와 ICO의 명칭이 비슷하지만 둘의 차이는 매우 크다. IPO는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한 회사가 현재의 회사 가치를 평가받고 투자금을 모으는 것이지만 ICO는 회사 자체가 없는 상태에서 사업계획서만을 가지고 투자를 받는 것이다.

IPO에 성공한 기업은 투자자들에게 추후 영업이익에 따른 배당금을 지급한다. 또 주식을 발행하기 전 해당 국가의 규제기관에 공모를 신청해야 해 상장된 회사에 대한 투자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ICO는 아직 개념 증명이 되지 않은 백서를 가지고 초기 자본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 시스템을 활용하고, 관련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가상화폐를 판매하는 것이다. 추후 회사의 가치 상승에 따른 가상화폐 가치가 배당금을 대체하는 형태다. 이 방식은 국경 없이 쉽게 투자자들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투자에 따른 보상이 명확하지 않고 사업계획(백서)에 대한 검증이 어려우며, 제대로 이행이 되지 않더라도 투자한 금액을 돌려 받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ICO의 투자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ICO 금지라는 극약처방을 내렸으나 현재 ICO를 금지하는 국가는 중국과 우리나라 뿐이며, 일본·유럽연합·홍콩·이스라엘·싱가포르·스위스·태국·필리핀·러시아·독일 등 주요 국가들 상당수가 ICO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 미국 역시 적격투자자 제도를 두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ICO를 허용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스위스다. 스위스와 싱가포르는 ICO를 장려하는 대표적인 군가다. 이 중 스위스의 경우 ‘가상화폐 허브 도시’를 내걸고 소도시 주크(ZUG)에 미국 실리콘밸리를 본딴 ‘크립토밸리(Crypto Valley)’를 구축했다.

스위스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생활 보호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등과 관련된 탈중앙화에 따른 법률적인 충돌이 가장 적을 뿐만 아니라 스위스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고, 유럽 주요 국가들과 인접해 있어 투자자 유치 및 회사 설립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요한 슈나이더 암만 스위스 경제부 장관은 "가상화폐에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며 "ICO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 스위스가 디지털 혁명의 수혜자 중 하나로써 ‘가상화폐 국가’로 거듭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스위스는 ICO를 통해 약 5억 50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는 글로벌 ICO 시장의 약 14%를 차지하는 액수다. 또 ICO를 통한 창업과 인재 모집으로 인해 주크 시는 활기를 띠고 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엔젤 투자, 벤처 캐피털보다 ICO를 통한 투자금 모금액이 더 커졌고 사업분야도 다양해졌다"며 "ICO를 금지하면 국내 자본이 해외로 유출될 뿐, ICO 금지로 인한 실익이 없다. 우리나라도 스위스와 미국의 접점 수준에서 ICO를 규제하는 게 적정하다고 본다"며 스위스의 크립토밸리 육성이 국내에도 한시 바삐 도입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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