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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WHO의 ‘게임중독코드’는 음모의 산물인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3.0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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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

세상사에서 누군가의 손해는 누군가의 이익이 된다. 미국의 금주법이 그랬다. 1920년 미국에서 발효된 수정헌법 18조에는 ‘미국과 모든 사법권이 미치는 영토에서 음료용 주류의 제조, 판매, 또는 운송, 수입, 수출은 금지된다’고 적혀 있다. 이로써 미국은 음주가 금지된(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음주가 아닌 주류의 제조와 판매가 금지된) 도덕적인 국가가 됐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달랐다. 금주법의 취지와는 반대로 알코올 중독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술을 구매하는 것이 불법이라 알코올 중독자들은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해 중독이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오죽 했으면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작가 빌 브라이슨이 ‘역사상 이보다 더 기만적인 법도,  이보다 더 위선적인 법도 없었다.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술을 마셨다’고 조소했겠는가.

금주법에서 가장 이득을 본 세력은 아이러니하게도 마피아였다. 동네의 불량배에 지나지 않던 이탈리아 마피아는 30불 하던 12년생 스카치 위스키 한 병을 175불에 팔았고, 한 번의 밀수로 100만 불 가량을 챙겼다고 한다.  고임금으로 유명하던 포드자동차 노동자가 8시간 노동에 15불을 받던 시절이었으니 그 수익은 엄청난 것이었다. 결국 금주법은 1933년 수정헌법 제21조에 따라 폐지되었으나 마피아는 이미 전국적인 조직으로 성장해 그 세력은 의회, 경찰, FBI 등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인간의 무지로 인간이 고통 받았던 사례도 있다. 동성애 관련 편견이다. 1974년 미국정신의학협회(APA)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제외하고, 1993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한 ‘제10차 국제질병분류’(ICD-10)에서 성적 지향은 정신적 장애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규정하기까지 동성애는 치료돼야 할 비정상적인 질병으로 간주됐다.

그리고 놀랍게도 동성애 치료법에는 약물 투입이나 감금, 성적폭행은 물론 혐오요법이라 불리는 전기충격 같은 방식도 있었다. 살아 있는 인간의 몸에 전기 고문을 함으로써 동성애를 치료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최근 WHO가 추진하고 있는 ‘게임중독코드’는 미국의 금주법과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작년 12월 세계보건기구는 공식적으로 게임 중독 및 게임 장애를 정신건강질환으로 분류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 질병 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ICD)의 2018년 개정판인 ICD-11에 게임 중독 및 장애를 정신건강질환에 등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누가 WHO 배후에서 등재 과정을 종용하고 있을까. 그리고 누가 이 등재를 통해서 이득을 얻을까.

WHO 관리들은 아시아 여러 나라로부터 게임중독코드 도입에 대한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 않았어도 유추는 가능하다. 먼저 아시아 국가중 일본은 해당 사안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굳이 WHO 같은 국제기구의 권위를 빌려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아시아권 국가 중 국가 차원에서 소위 '4대 중독법' 같은 게임 중독법을 집요하게 추진했던 국가를 추론해 보면 대답은 간단히 나온다.

게임중독코드가 누군가의 이득을 가져온다는 것은 지난 2013년 4대중독법이 발의됐을 때 이를 추진하던 중독정신의학회의 회원 공지에서 밝혀진 바 있다. 그들은 안내문에서 4대 중독법을 '숙원사업'이라고 표현했다. 해당 안내문에는 ‘(4대 중독법 제정은)  우리 중독정신의학회 입장에서 반드시 입법화를 이뤄내야 할 숙원사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독 관련 예방, 연구, 치료, 교육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안내하며 동시에 서명운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권했다. 하지만 4대 중독법은 여론의 반발에 의해 입법화에 실패했고, 이번에 WHO라는 외세를 등에 업고 다시 등장한 것이다.

만일 이번의 WHO에 의한 등재에 성공하면 추진세력은 KCD라는 국내 등재를 시도할 것이고, 이어 다시 4대 중독법의 재추진을 시도할 것이다.  나아가 이 법을 근거로 게임업체로부터 치유 부담금 명목으로 기금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일련의 시나리오에서 누가 이득을 보는가는 너무도 자명하다.

게임중독코드가 동성애처럼 많은 정상적인 인간을 편견의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WHO가 제시한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게임 행위의 패턴'이라는 기준은 모호하고 학술적으로 많은 논란을 부르고 있다. 심지어 미국 정신의학회의 DSM(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에서조차 ‘인터넷 게임 장애는 정식 장애로 간주하기 이전에 더 많은 의학적 연구와 경험이 요구된다’고 명시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태에서 게임중독코드가 제시한 기준이 도입되면 국내에서는 대략 15만명 전후의 청소년이 추가로 게임중독자로 분류되고 치료 받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부모의 입장에서 멀쩡한 자식이 단지 공부보다 게임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중독자’로 낙인 찍히는 충격적인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사에 그림자 없는 곳은 없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어둠의 원인을 왜곡하거나, 어둠을 과장해 누군가가 돈을 번다면 이 또한 비극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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