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트럼프發 무역전쟁, 국제유가 폭락한다…왜?

한상희 기자 hsh@ekn.kr 2018.03.08 08: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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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가 국제유가를 큰 폭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미국·EU·중국의 전면적 통상전쟁이 글로벌 경제를 둔화시키면서 유가에 하방압력을 가한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대공황을 부를 수 있다는 다소 공격적인 시각도 제시했다.

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원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의 마틴 틸러 에너지 전문가는 "정치인들은 통상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덜하지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특히, 정치적인 이유로 경제적인 결정을 내릴 때 나타나는 분열의 정도는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틸러 전문가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통상전쟁이 바로 이런 사례의 전형이라며, 원유와 기타 원자재 시장에서 매도 물량이 대량으로 흘러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무역전쟁, 교역량 줄어 대공황 야기할 수" 경고

흘러가는 추이가 예사롭지 않다. 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3대 경제권’인 미국·EU·중국의 전면적 통상전쟁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외국산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 부과 방침을 선언하자 유럽과 중국 등 주요 교역국들이 즉각 보복관세 등을 고려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미국산 철강·농산물은 물론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드슨, 위스키 버번, 청바지 리바이스 등 미국의 상징 브랜드에 대한 보복관세 검토에 들어갔다. 중국도 대두(콩)·수수 같은 미국산 농작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이오와주와 인디애나주 등에 많은 트럼프 지지 백인 농민층에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의 ‘통상 폭주’가 멈추지 않을 경우 국가 간 보복과 보복이 악순환 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서 어렵게 상승 흐름을 탄 세계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 우려된다.

트럼프의 관세 방침을 놓고 미국 내 저명 학자들과 유력 언론은 역사적 사례를 들며, 비판 목소리를 잇달아 내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방송에서 "지금이 대공황 당시 발생했던 상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실러가 언급한 대공황 때 사례는 1930년 미국이 제정한 ‘스무트-홀리법’에 따른 파장을 말한다. 1929년 뉴욕증시가 폭락하자 이듬해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구조조정을 통한 자국 산업경쟁력 강화 대신 수입품에 59%의 관세를 매기는 인기영합 정책을 택했다. 이에 맞서 영국·프랑스 등 유럽국가들도 관세를 올리는 바람에 전 세계 교역량이 크게 줄고 공황이 세계로 번지며 장기화하는 사태를 맞았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CNN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모함과 무지로 인해 미국 일부 철강업체들이 단기적으로 약간의 수혜를 입을 수는 있겠지만, 미국과 세계 경제는 엄청난 시련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통화기금(IMF)도 미국 학자들과 비슷한 우려를 내놨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보복관세의 악순환이 이어지면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더 가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트럼프 관세폭탄, 정치적 연극에 불과… 경제성장 둔화→원유 수요↓

이처럼 전세계에 보호무역주의 파고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이 궁극적으로 미국에 유리하다는 주장이 전무(全無)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발표 시점을 고려할 때, 이번 관세 폭탄 계획은 트럼프 정부 내부의 혼란과 트럼프 대통령 자신을 향해 조여오는 ‘러시아 대선 개입 스캔들’ 특검 조사에 대한 눈길 돌리기의 일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은 미국 경제의 회생이나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목적보다는 정치적 연극에 가깝다는 의미다.

틸러 전문가는 트럼프의 관세가 단기적으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언제나 그렇듯 중요한 건 정책이 가져올 실제적 결과가 아니라 투자자들이 트럼프 정부의 조치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율의 관세와 보복관세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가 글로벌 경제 성장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궁극적으로 원유 수요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4년 이후 공급과잉에 시달리던 원유시장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으로 배럴당 60달러까지 회복하는 사이, 시장은 공급 측면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감산도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할 때만 유효한 정책이라는 게 틸러의 설명이다.

틸러 전문가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의 관세는 일부 국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작은 사건으로 간주될 수 있으나, 역사적으로 봤을 때 관세폭탄이 미국 국경을 너머 전세계적인 무역전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설령 실제 무역전쟁으로까지 비화되지 않더라도, 트럼프가 초래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 트럼프, 내부 반발에도…"물러서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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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개월 간 WTI 가격 변화 추이. (표=네이버 금융)


전문가들의 우려가 과장됐던 것일까.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원유와 주식시장에 던진 충격파는 예상보다 잠잠했고, 시장은 일단 안정을 되찾는 모양새다. 지난 주 뉴욕증시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대 지수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하락했으나, 낙폭이 크지 않았고 이번 주 들어 다시 소폭 반등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사태가 진정되지 않았다며, 안심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내부의 반발이 커지며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릴 것으로 투자자들이 기대하고 있지만, 보호무역 추세는 재임 기간 내내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발표 직후 쏟아진 반발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견을 재차 내놓았다. 그는 이번 관세로 무역전쟁이 일어나게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관세에 대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을 원하기에 무역전쟁은 두렵지 않고 무역전쟁이 일어나도 미국에게 손해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다른 국가들에 눌려 뒤쳐지고 있다면 무역전쟁이 꼭 나쁜 선택은 아니다"라며 "미국이 삼, 사백억, 심지어 천억 가까이 손해보고 있는 상황에선 무역전쟁은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들의 손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철강 관세, 미국·캐나다 석유 산업에 악재…"유가 급락 전망"

트럼프의 관세폭탄은 거시적으로 원유수요에 악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석유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한다. 실제 캐나다와 미국의 석유업계에서는 관세폭탄이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캐나다석유협회(CAPP)는 지난 주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관세 발표 직후 "미국이 수입 철강에 부과하기로 한 25% 관세가 캐나다 석유 산업에 악재"라고 논평했다. 철강에 부과되는 관세로 인해, 미국이 수출하는 장비 가격이 인상되면 캐나다 석유 개발에 비용 증가 요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캐나다는 미국에 대한 최대 철강 수출국이자, 미국이 철강을 원료로 제작하는 시추, 생산, 저장 및 송유관 장비들의 주요 수입국이다.

관세 부과가 캐나다 뿐 아니라, 미국 석유 산업에도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경고도 제기됐다.

CAPP는 "캐나다 석유 업계가 미국으로부터 구입할 물품과 서비스가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456억 달러, 고용 효과가 40만 명에 이르는데, 이에 대한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셰일 유전지대인 퍼미안의 원유 수송을 위한 송유관 프로젝트들도 철강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 캑터스Ⅱ와 선라이즈 프로젝트는 지름 26 인치의 강관을 사용해야 하나, 이를 위한 철강은 미국 내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전량 수입하는 상황이다.

향후 캐나다의 보복관세 등이 이뤄지면 양국 석유 수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는 철강 과세가 철회되지 않으면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석유 장비들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으며, 이는 캐나다 석유산업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틸러 전문가는 "바로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원유시장에 대해 단기적으로 낙관적인 견해를 취하고 있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계기로 모든 것이 변했다"고 전했다. 그는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쏘아올린 총성이 원유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됐다"며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연말 유가가 떨어지겠지만, 단기적으로 60달러 초중반에서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봤으나, 단기적으로 유가가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전망치를 변경한다"고 결론지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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